2014년 의료계엔 무슨일이 있었을까?
가수 신해철씨가 지난 11월 강남의 S병원에서 치료받다 사망한 사건의 여파가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 의무화로 불똥이 튀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이 발의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골자는 의료인의 동의가 없어도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를 의무화하자는 것인데 신씨의 사망으로 갑작스럽게 여론화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현행 의료분쟁조정법상 의료분쟁 관련 환자 등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하더라도 의료인의 동의 없이는 조정이 개시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오제세 의원 발의 개정안은 의료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환자의 조정 신청만으로 자동적으로 조정절차가 개시되도록 하는 내용이다.
신해철씨 사망 직후부터 유족과 지인 등은 의료사고 가능성을 강력히 제기했고, 고인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역시 의료사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부검결과를 발표했지만, S병원측은 위밴드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으로 신씨가 사망한 것이고 부작용에 대한 고지를 충분히 했기 때문에 병원측의 책임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사건은 의료사고 소송으로 이어졌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신씨의 사건을 이용해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 법안 개정을 위한 강력한 여론전을 전개했고, 그 효과로 해당 법안 개정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다.
대한의사협회는 신씨 사건 발생 직후부터 경찰로부터 신씨 부검결과에 대한 감정문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의학적 기반을 토대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감정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피력하면서, 의료분쟁조정 절차는 의료소송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것이기 때문에 의료소송으로 비화된 신씨 사건과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 법안 개정과는 관련성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동시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에 성급한 법안 개정이 엄청난 부작용을 유발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속적인 설득작업을 펼치고 있다.
12월말 여야간 정치적 상황 때문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공전하면서 해당 법안에 대한 개정 논의가 잠정 중단된 상태이지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 가운데서도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 범위를 사망 또는 중증후유장애 등의 경우로 한정하는 수정안 개정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