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인재근 의원 의료법 개정안 '우려' 표명
제약업체 등이 의료기관에 판매 촉진 이외의 목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제공할 경우에도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역을 신고토록하는 법률 개정안에 대해 의협이 우려의 뜻을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달 리베이트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그 밖의 경제적 이익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신고한 후 매년 회계처리토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약사법·의료기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개정안은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은 자 등 또는 의료기기 제조업자 등으로부터 본인의 요청에 따라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 등을 받는 행위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은 자등 또는 의료기기 제조업자 등으로부터 본인의 경영자금 보전, 부동산·비품 구입, 시설의 증축·개축 등에 드는 경제적 이익 등을 받는 행위 ▲동일한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은 자 등 또는 의료기기 제조업자 등으로부터 반복적·지속적으로 경제적 이익 등을 받는 행위 등을 리베이트로 규정했다.
현행 의료법 등은 의약품의 채택·처방유도 등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약사·한약사·의료인·의료기관 개설자 등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제약사가 제공한 경제적 이익이 판매촉진을 위한 목적인지 아닌지 여부를 입증하는 것이 논란이 되어 왔다.
따라서 불법 리베이트의 범위를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해 놓는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는 "금지규정의 구성요건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포괄적인 행위유형을 구성요건에 포섭시키는 간주규정을 두어 처벌토록 하는 것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입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26일 밝혔다.
즉 범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판매 촉진의 목적이 있었다는 점은 검사가 엄격한 증명에 의하여 입증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의협은 특히 "불법 리베이트 근절이라는 개정안의 입법취지에도 불구하고 모든 종류의 경제적 이익을 불법으로 간주할 경우 의학발전은 물론 제약계의 건전한 영업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함으로써 제약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인이 제출한 회계자료를 보건복지부가 리베이트와 관련한 행정처분의 근거자료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므로, 이로 인해 학술·연구활동 위축은 물론 의약학적·교육적·자선적 목적의 기부행위, 교육적 목적의 강연 및 자문 활동 등 건전한 의학발전을 위한 경제적 교류까지 더욱 제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의협은 "무분별한 규제보다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개념 정립이 우선돼야 한다"며 "어떤 항목이 부당한 경제적 이익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법안 취지와 같이 일정한 경제적 이익을 부당하다고 간주할 것이 아니라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 등의 범위를 현행보다 세분화·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