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 "저수가 문제 잘 알고 있어"
동네의원 도산 우려...건정심 구조개편은 '신중해야'
제17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으로, 제18대 국회에선 농림해양수산위원회로 활동했던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이 올 하반기 보건복지위원장직을 맡아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보건복지위)에 복귀했다. 치과의사 출신인 김춘진 위원장은 의료인으로서의 전문성과 특유의 조정능력을 통해 올 하반기 보건복지위 법안심의와 국정감사를 무난하게 이끌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김 위원장을 만나, 보건복지위원장으로서의 소회와 보건복지위에 계류 중인 법안처리 방향, 그리고 보건의료현안들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편집자> |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첫 국정감사를 치렀다. 오랜만에 보건복지위에 복귀해 위원장으로 의정활동을 한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17대 국회 이후 6년 만에 보건복지위로 돌아오니 감회가 새롭다. 보건복지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의정활동을 하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무엇보다 민생이 최우선이라는 확고한 원칙 아래,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남은 임기동안에도 보건복지위원장으로서 소통과 양보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여·야 의원들의 중지를 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하반기 국회 상임위원회가 구성될 당시, 1000여건에 달하는 보건복지위 미처리 법안을 '복수 법안소위'을 설치해 처리 하자는 논의가 한창이었는데 논의경과는 어떤가. 복수 법안소위 설치가 어렵다면 법안소위 정례화를 고려해볼 수도 있지 않은가.
국회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입법으로부터 비롯되는 만큼, 법안소위를 복수화해 상임위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위원장으로서 제시했다. 안타깝게도 여·야의 입장차로 인해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아직까지 법안소위 복수화에 대한 필요성에는 적극 공감하고 있다.
17대 국회에서도 보건복지위원으로서 보건의료분야와 복지분야를 나눠 두 개의 법안소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끝내 실현되지 못했던 것처럼, 여·야 위원들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쉽게 처리될 수 없는 사안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전직 국회의원 출신들이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장으로 임명된 사례가 여러 건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금피아(금배지+마피아)' 논란이 일고 있는데.
금피아 논란에 대해 알고 있다. 관피아·군피아·모피아 등 일련의 정부 관료들에 대한 무분별한 낙하산 인사를 우려하는 목소리라 생각한다. 기관장 인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이다. 더 이상의 의견을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보건복지위는 불가피하게 의료영리화 논란을 떠안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의료영리화 문제로 상임위가 원활하게 운영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어 안타깝다. 정부가 의료법을 개정할 사항(영리자법인 관련)을 행정입법으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추진하면서 국회와 불필요한 마찰을 가져왔고 이제는 서로 다른 내용의 입법이 상임위 내에서 충돌하면서 안건 상정자체가 어렵게 됐다. 여야가 국민의 이익을 위해 한발씩 물러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의료계와 정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구조개편에 합의했지만 아직 진전이 없다.
건정심은 건강보험정책에 관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기구인 만큼 개편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만일 개편이 된다면 지금 건강보험제도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점들을 해결 할수 있는 최선의 안으로 개정되도록 노력하겠다.
보건의료정책에 있어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의료계가 만족하지 못하는 수가수준 때문에 비급여가 팽창해 보장성이 강화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인해 국민 의료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아울러 직역 간의 갈등으로 인해 국민을 위한 합리적인 정책도입이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수가 현실화는 의료계의 숙원이다. 수가 현실화 필요성에 동의하나. 동의한다면 그 해법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비현실적인 의료수가 문제로 의료계가 힘들어하고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가 낮다 보니 병원들이 소위 '돈 되는' 비급여(비보험) 진료를 통해 손실을 메우거나 짧은 시간 많은 환자를 보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의료계의 인재들 또한 낮은 수가를 피해 특정 전문과로 편중되는 문제가 발생해왔다. 더군다나 비급여 진료가 늘면서 국민의료비 부담만 증가하는 등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의료의 질 보장과 장기적 차원의 보험재정을 고려할 때, 사회적 합의 안에서 올릴 것은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료 수가만으로도 병원운영이 가능하도록 기형적으로 책정된 의료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
보건의료 직역 간 갈등요소들이 산재하고 있다.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직역 간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불필요한 직역다툼으로 국민들 뿐 만 아니라 직역 스스로도 피해를 보고 있다. 국민들에게 직역갈등 요소들에 대해 더 알리고 이해를 구함으로써 올바른 보건의료정책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카이로프랙틱·문신사 양성화 등 유사의료행위 제도화를 위한 입법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의료계와 한의계의 반발이 적지 않은데, 앞으로도 계속 추진할 생각인가.
17대 국회 이후 유사의료행위 관련 법안을 내왔다. 19대 국회에서도 문신사법과 보완대체의료진흥법안을 제출한바 있다. 현재 의료법은 의료행위에 대한 정의 없이 의료행위는 면허를 가진 의료인만이 하도록 하는 모순된 입법형태로 있어, 국민의 다양한 보건의료 수요만큼 관련 서비스가 전문화 되지못한 측면이 있다.
가령 문신을 유사의료행위라고 보는 것 자체가 논란이 있지만, 문신을 하기 위해서 의대나 의전원을 나와 의사면허를 취득해야 한다면 세계가 웃을 일 아닌가.
보완대체 문제도 깊이 성찰해볼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인구고령화로 인해 병원의 절반이 요양병원이다.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 등이 국가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현재 의료법상 의료인들은 여전히 급성기 질병이 중심이던 시대에 만들어진 제도와 틀 안에 있다.
보완대체의료는 고령화시대와 보다 전문화된 질 좋은 서비스를 원하는 국민 다수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 당장 제도화 논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시대의 흐름으로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부분 중 하나는 의료기관의 규모별로 기능과 역할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 치과의사로서 직접 의료기관을 운영한 경험이 있어, 개원의사의 고충을 잘 알 것이라 짐작한다. 1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해법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이로 인해 의료기관간 상호경쟁에서 인력·시설· 장비 등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대형종합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되고 1차 의료기관과 중소병원의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질병의 경중과 관계없이 수도권의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돼 중소병원과 의원들의 심각한 경영난과 도산이 우려된다.
미국·영국·독일 등에서는 1차의료 공급자(주치의)들이 지역단위에서 의료관리자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1차 의료를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더불어 병원급 의료기관은 경증 및 중증환자의 입원 위주로 운영하고, 상급병원은 3차의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의료기관별 역할을 분화할 필요가 있다.
국민을 위한 올바른 상임위 활동을 위해 보건복지위 여야 의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최근 의료민영화 논란이 있기 전까지 보건복지위는 일하면 일할수록 국민이 편안해지는 상임위였다. 지금도 큰 틀에서는 이런 원칙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여야 위원들이 아동·노인·장애인을 포함한 국민 복지와 의료를 위해 열심히 소신껏 일해주시기 바라며, 상임위위원장으로서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의원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상임위 활동을 지원하겠다.
새해 보건의료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다사다난했던 2014년 한 해 동안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앞장서 노력하고 있는 의사·약사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015년 을미년 새해에는 의사 등 보건의료인들이 걱정없이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본연의 임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제도개선에 더욱 힘써나갈 것을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