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광주·충남 등 지역의사회, 정부 잘못된 정책 비판 잇따라
의협, 시도별 긴급 반모임 개최 요청...실무대응TF 구성, 대응방안 마련
의료계와 시민사회 등의 여론수렴은 하지 않은 채 8개 경제단체의 의견을 수용해 마련한 '규제 기요틴(단두대)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비판 수준을 넘어 정책 반대 투쟁으로까지 확대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경영자총연합회·무역협회·벤처협회·중견기업협회·소상공인연합회 등 8개 경제단체 부단체장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차관이 참여한 '규제기요틴(단두대) 민관합동 회의'를 열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및 보험적용 확대 ▲비의료인 카이로프랙틱 서비스 및 예술문신 제공 허용 ▲의사-환자간 원격진료 규제 개선 등이 포함됐다. 또 ▲경자구역 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설립요건규제 완화 ▲미용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미용기기분류 신설 ▲메디텔 설립기준 및 부대시설 제한 완화 등 보건·의료계 규제개혁을 비롯해 총 114건의 규제기요틴 과제를 개선·추진키로 확정했다.
의료계는 국민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보건·의료 규제를 개혁한다면서 미래 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청사진은 커녕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워놓지도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규제를 없애거나 완화하면 된다는 식의 접근방식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보건의료정책이 아닌 경제 논리에 의해 보건의료제도를 손질함으로써 법치주의를 무시하고, 직업적 전문성을 훼손하려는 근시안적인 시각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 "면허 내려놓을 각오로 투쟁 나설 것"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정부는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오로지 규제 완화라는 측면에서만 파악하는 것은 지금까지 대법원의 법리적 판단을 무시한 것으로 법치주의의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을 위해 봉사의 책임을 다해야 할 위정자들이 기요틴을 운운하며 신중하지 못한 행보를 이어나가는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힌 서울시의사회는 "정부의 독단적인 폭주가 지속된다면 면허를 내려놓을 각오로 투쟁에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6일 긴급히 열린 '25개 구의사회장 및 집행부 연석회의'에서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및 보험적용 확대·미용기기분류 신설·의사-환자간 원격진료 규제 개선 등 의료의 원칙과 전문성을 무시하는 행태에 더 이상의 인내는 의미가 없다"며 "의사면허를 내려놓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의사회는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따라 총궐기대회를 비롯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 규제 기요틴 저지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일간지 광고를 이용한 여론전을 펼치고, 1월 24일 '의약분업 재평가 및 국민이 원하는 선택분업 쟁취 토론회'를 열어 국민의 지지를 얻어내기로 했다.
부산시의사회, "망령된 행위 즉각 철회하라" 요구
부산광역시의사회는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및 보험적용 확대를 포함한 '규제 기요틴'과제를 일방적으로 발표한데 대해 "국민의 건강권을 단두대에 올려서는 안 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시의사회는 8일 성명서를 통해 "교육과 경험, 전문성이 부족한 이들에게 전문 의료기구를 맡기는 것은 규제의 개혁이 아니라 윤리와 도덕성을 저버린 망동"이라며 "국민의 건강권을 내팽개치고, 오직 일부 기업의 이익을 위해 돈 앞에 무릎 꿇은, 무능한 기획재정부야 말로 개혁의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 건강을 팔아서 일부 기업과 한의사들의 잇속을 채우려는 망령된 행위를 즉각 철회하라"고 밝힌 부산시의사회는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추진할 경우 국민을 위한 의로운 투쟁의 최선봉에 설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며 환영의 입장을 밝힌 대한한의사협회에 대해서도 "전문성을 망각하고, 양심을 내려놓았다"고 비판한 뒤 "현대의학이 부러우면 새로운 기계도 만들고, 새로운 기술도 창조하든지 스스로 그것이 안 되면 의료일원화의 품속으로 들어와 배우고 익혀야 한다"며 두 가지 의료체계로 혼선을 빚고 있는 의료체계의 일원화 방안을 역으로 제안했다.
광주시의사회, "'규제 기요틴' 무면허 의료행위 조장...즉각 철회해야"
빛고을 의사들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허용을 담은 '규제 기요틴' 정책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할 것"이라며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최동석 광주광역시의사회장은 6일 프라도호텔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정부는 규제개선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명하에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는 '규제 기요틴'을 발표했다"며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보건의료정책을 비전문가들이 정략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의료체계의 큰 혼란을 가져오고, 국민의 건강에도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는 이번 발표는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남도의사회, "세계적 추세 역행 대한민국 의료 후진화 초래"
충청남도의사회는 8일 성명을 내어 "한의사에 대한 현대의료기기 허용 방침은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대한민국 의료 후진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건강을 수호하는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지식인으로서의 양심을 걸고 적극적인 국민 계몽과 홍보를 통해 한방의 폐해를 알려나가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충남의사회는 "정부는 국민 편의와 창조경제라는 가면을 쓰고 의료 전문가인 의사와 보건복지부를 무시하고 있다"며 "국민 건강에 절대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원격의료·의료영리화 등을 허용하는 서비스선진화법을 기획재정부로 하여금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충남의사회도 국민 건강과 의료 서비스 효율성을 위해 선택분업 쟁취를 내세웠다.
"정부가 의사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황당무계한 정책을 강행한다면 대한민국 의료는 파국에 이를 것"이라고 성토한 충남의사회는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독선적 보건의료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는 12만 회원의 단합과 결속을 통한 강력한 투쟁조직을 즉각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의협, 전국 반모임 개최 요청...실무대응TF 구성 적극 대응
의협은 "정부가 제시한 규제기요틴 과제는 의료원칙과 전문성을 무시하고, 의료체계를 초토화시키는 핵폭탄이 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면서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해 국민건강에 심대한 위해를 미치고, 2000년 의약분업보다 수십배 이상으로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의협은 각 시도별로 긴급 반모임을 열어 현재의 상황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통해 결집력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긴급 반모임과 관련, 추무진 의협 회장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을 무시한 채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고, 의료체계에 대혼란과 갈등만을 초래하는 정부의 규제기요틴 발표에 대해 모든 회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달라"고 당부했다.
의협은 '규제 기요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실무대응TF 구성, 정책 대응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와 함께 홍보대책을 수립하고, 대회원 홍보와 의료계 내부 역량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구체적인 대응 로드맵은 시도의사회장단 회의와 각 직역 연석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확정한 후 회원들에게 알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