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가 원하는 최적의 M&A 파트너는?

녹십자가 원하는 최적의 M&A 파트너는?

  • 최승원 기자 choisw@doctorsnews.co.kr
  • 승인 2015.01.1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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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 CEO 릴레이 인터뷰 ②] 허은철 녹십자 대표이사 사장

허은철 녹십자 대표이사 사장
올해 사장으로 취임한 허은철 녹십자 사장을 13일 만났다. 허은철 사장은 녹십자의 미래다. 고 허영섭 선대 회장의 차남으로 11년째 녹십자에서 일하며 녹십자의 미래를 그리고 준비했다. 허은철 사장의 취임은 녹십자에게 있어서 여러모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선 임기제 사장체제에서 사실상의 오너 체계로 녹십자의 리더십이 달라졌다. 오너 체계는 임기제 사장이 할 수 없는 일을 추진하고 벌일 힘을 가진다.

임기 안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바심에서 벗어나 비교적 장기적인 그림도 그릴 수 있다. 조직의 체질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기존 프로세스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최근 국내 리딩 제약사들의 한결같은 고민은 글로벌화다. 약가인하 정책과 둔화된 경기로 성장이 쉽지않은 국내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시장으로 나가야만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

모두 변화의 한복판에 있는 셈이다. 변화가 절실한 시기 녹십자가 허 사장을 임명한 것은 혁명보다도 어렵다는 '개혁'을 위해 오너십이 필요했다고 판단했을 수 있어 보인다.

신임 허은철 사장의 고민 역시 여타 대형 제약사 CEO와 다르지 않았다. 그는 "국내 제약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녹십자를 글로벌 제약사로 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흥분된다"고도 했다. 지난 11년간 준비한 자신의 구상을 실전에 옮겨야 하는 순간에 느낄 심정으로 이해했다.

허 사장은 1998년 녹십자 경영기획실에 근무하면서 녹십자에 첫발을 내디뎠다. 2004~ 2006년 녹십자의 (재)목암생명공학연구소 기획관리실로 옮긴 후 2006년부터 2009년까지는 녹십자의 R&D 기획실에서 근무했다.

주로 기획 파트와 연구, R&D 등의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2009년 녹십자 CTO(최고기술경영자)와 2013년 녹십자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올해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구호만 외친다고 글로벌 제약사 될까?

글로벌화에 대한 구상을 물었다. 허 사장은 "신약 한두 개 개발하고 구호만 요란하게 외친다고 글로벌 제약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조직의 체질과 조직을 기동하는 프로세스가 먼저 글로벌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녹십자가 다소 보수적인 데다 연공서열도 강해 권한과 책임이 충분하지 않았다. 성과역량을 평가하는 부분도 미흡했다. 이런 것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해 몇년 째 개선에 나서고 있다.

혁신과 도전 같은 가치를 쉽게 받아들이는 조직으로 만들고 싶다.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잠재력있는 녹십자 직원들을 이런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 게 나의 책임이자 임원의 일이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취임 후 적지않은 변화가 예상된다는 말에 "이미 상당부분 개선한 상태"라며 "지난해 말 전반적인 조직 개편을 했고 올해는 영업분야 위주로 개편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캐나다와 미국 공장 설립에 적지않은 투자를 했으며 연구소 개편은 이미 5년 전부터 추진해 어느정도 마무리했다"고 덧붙였다. "외부에서 녹십자의 미주 공장 설립 등을 보고 무모하다고도 했지만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었다"고 했다.

녹십자의 미래 전략에 대해서는 가장 강점이랄 수 있는 혈액제제 관련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몇 년 전만 해도 혈액제제는 제약계에서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했다. 혈액으로 제제를 만들다 보니 공정 과정에서 까다로운 점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 10여년 전부터 혈액제제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혈액제제 관련 시장 성장률이 평균 제약산업 성장률을 앞질렀다. 부침이 크지않고 안정적인 사업이면서 지속해 성장하는 분야다. 다른 분야보다 경쟁도 치열하지 않다. 무엇보다 혈액제제는 녹십자가 강점을 가진 분야다."

물론 혈액제제 전문 제약사로만 머물 계획은 아니다.

그는 "혈액제제는 안정적이지만 그렇다고 대박날 분야도 아니다"며 "혈액제제로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고 어느정도 매출과 이익이 쌓이면 바이오와 항암제 등으로 전문 분야를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바이오 의약품과 항암제 등을 내놨으며 혈액제제와 그 밖의 분야에 대한 진출은 거의 동시에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몸집을 키우기 위해 다국적 제약사의 의약품을 판매대행하는 것에 대한 생각도 물었다.

허 사장은 "(판매대행은) 위험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절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서야 해 사업을 주도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지만 성장세가 둔화되고 적정한 약값을 받기 힘든 국내 제약업계 사정상 안 할 수도 없는 사업"이라며  "어떻게 하든  판매대행 사업의 시너지가 나도록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고 말했다.

녹십자의 최적의 M&A 파트너는...?

이쯤에서 M&A에 대한 생각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녹십자는 국내 다른 제약사와 겹치는 품목이 많지 않다보니 다른 제약사를 인수합병하기 좋은 대형 제약사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 일동제약의 주주로 일동제약 지주회사 설립을 부결시킨 바 있어 일동제약 인수설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허 사장은 "국내 제약사는 M&A를 낯설어하는데 해외 유수의 제약사들은 M&A를 통해 성장한 역사가 있다"며 M&A 필요성에 동감을 나타냈다. 과거 경남제약 등 다른 제약사를 인수한 경험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질적인 회사가 서로 만나 함께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막연히 M&A를 얘기하는 회사들보다 인수경험이 있는 녹십자는 M&A를 하기에 유리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녹십자의 M&A 대상이라고 일반적으로 여겨지는 요건과 녹십자가 자체적으로 생각하는 조건 간에는 간극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녹십자가 영업망이 약하고 이렇다 할 일반약이 없어 M&A 대상은 그런 단점을 보완하는 제약사가 될 것이라는 말은 옛날 말이다. 이제 녹십자는 좋은 영업망을 가지고 있고 일반약 분야도 경쟁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럼 어느 녹십자가 생각하는 최적의 M&A 대상은 어딜까.

허 사장은 "녹십자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제약사가 어디가 있을까 계속 찾고 있으며 국내 제약사로 한정해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요건을 말하지 않았지만 "한때 해외 제약사 가운데 R&D가 강한 회사를 주의깊게 본 적이 있다" 말해 기술력이 있다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녹십자의 미래, 허은철 사장

허은철 녹십자 대표이사 사장
허 사장은 "5년 동안 대규모 투자를 했고 올해는 투자에 걸맞은 이익을 반드시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국내 제약 시장에서 의미있는 매출도 올려야 하고 글로벌 제약사가 되기 위한 기반도 닦아야 한다. 부담된다. 잘해야 한다"고도 했다.

"지금 녹십자는 중요한 변화기를 맞고 있다는 사실을 잘알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특히 녹십자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보면 주의깊게 보는 버릇이 생겼다.

주로 녹십자의 부족한 점이라고 느끼는 R&D쪽 연구자와 기술자가 눈에 많이 들어 온다고 했다. 직원들과 자주 만나고 싶고 많은 것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 소통을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점점 쉽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연단에 올라 일방적으로 연설하는 것보다 서로 대화하고 싶고 작은 대화 모임을 자주 열겠다"고 약속했다.

직원들이 자신과 녹십자의 변화, 미래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도 했다.

허은철 사장의 말에서 녹십자에 앞으로의 변화가 읽힌다. 허은철 사장이 가져 올 녹십자의 변화가 곧 녹십자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허은철 사장은 녹십자의 미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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