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해부하다 생긴 일

[신간] 해부하다 생긴 일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5.01.28 15:2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민석 지음/김영사 펴냄/1만 4000원

 
의과대학 시절 가장 고통스러운 통과의례 가운데 하나인 해부학 실습. 영어와 라틴어가 혼재된 무수한 의학용어를 머리로 외우며 몸으로 익혀야 하고, 연속되는 실습에다 '땡시험'에 시달리는 고된 과정이다. 의학에서 가장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이 생경한 분야에 다가서며 의사로 향한 첫 발을 내딛는다.

만화 그리는 해부학 교수 '해랑' 정민석 아주의대 교수가 <해부하다 생긴 일>을 펴냈다.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한겨레신문에 연재된 '정민석의 해부하다 생긴 일'에 실린 글에다 만화를 삽입하고 몇 편의 글을 더해서 책으로 만들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글과 만화를 통해 학문적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해부학교실에서 펼쳐지는 아름답고 소중하며 치열하고 경건한 현장의 소리를 그대로 옮겨 놓는다.

해랑은 '해부사랑'의 줄임말이다. 2000년부터 해부학만화와 과학만화를 그려온 저자는 전문성에 뜨거운 열정을 덧대며 주검과 마주한 이만이 가질 수 있는 인간미와 삶에 대한 위트를 쏟아낸다. 어수룩함과 엉뚱함 속에 빛나는 비범함에 빠져 이내 일반 독자들도 낯선 의학의 세계로 이끌린다.

학교에서 그의 수업은 엄격하다. 호되게 야단치고 꼼꼼하게 가르친다. 섣부른 의사를 만들 수 없는 까닭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전문지식 뿐만아니라 동료애를 배우고, 의학발전을 위해 자신의 몸을 기증한 사람들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며 몸의 생김새에 대한 공부에 매진하게 된다.

저자는 시신을 0.2㎜ 두께로 절단해 3D 인체지도 '비저블 코리안'을 완성하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해부학자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해부학을 가르치는 선생과 배우는 의대생의 모습 뿐만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해부학을 피상적이나마 알리고 싶은 속내를 내보인다. 해부학은 자기 몸에 대한 호기심을 푸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자기 몸의 건강을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해하기 쉽고 재밌다. 우리말 의학용어를 중심으로 써내려간 글도 이해를 돕는데 한몫 한다.

모두 44편으로 나누어 해부학 수업과 연구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감자탕을 먹으면서 사람의 뼈를 생각하다 육회로 마무리하기도 하고, 조직학 시간에 현미경을 보다가 잠이들며, 포르말린과 시신 냄새로 코가 마비돼도 멈출 수 없는 몸에 대한 탐험이 이어진다. 그리고 말한다. 차가운 시신을 대해야 하는 경건한 해부학 수업이지만, 그 과정에서도 따뜻한 인간미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이 책 말미에는 두 편이 부록이 실려 있다. 먼저 본문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해부학 이야기와 몸과 의학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낸 <해랑 선생의 일기>와 우리 몸을 계통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학습만화 <해랑이와 말랑이의 몸 이야기>이다. 일반 독자들도 재미에 빠져 책장을 넘기다 보면 시나브로 우리 몸에 대한 궁금증이 풀려간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해부학과 의과대학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된다면 큰 보람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리집(anatomy.co.kr)을 통해 그의 만화를 공짜로 퍼뜨리고 있다(☎ 031-955-3100).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