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서울 금천·명이비인후과의원/전 의료윤리연구회장)
에이즈가 처음 알려진 1981년부터 시작해 1993년까지 미국에서만 25만 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중 13만 명이 사망했다.
에이즈의 전염 형태도 성관계 뿐 아니라 약물이나 모자수직감염 등 양상이 다양하다.
정상적인 성관계에서 여자가 남자에게 에이즈를 전염시킬 확률은 0.1% 이내이고, 남자가 여자에게 에이즈를 전염시킬 확률은 0.1~0.2%다. 조사에 따르면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에서는 한 번의 성관계로 여자가 남자에게 에이즈를 전염시킬 확률은 0.04%, 남자가 여자에게 전염시킬 확률은 0.08%였으나, 소득수준이 낮은 나라에서는 한 번의 성관계로 여자가 남자에게 전염시킬 확률이 0.38%이고, 남자가 여자에게 전염시킬 확률이 0.30%로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나라에서 콘돔의 사용을 하지 않는 성관계가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에이즈 감염률이나 전파경로, 감염인의 남녀 비율, 감염인수 등 에이즈 발생 환자의 형태는 각 나라(지역)마다 다른 양상을 가지고 있다. 태국의 경우 1985년 미국인 동성애자 에이즈환자를 처음 시작으로 약 5000만 명의 인구 중 40만 명이상이 감염된 상태이다.
어떤 지역은 직업 매춘부의 약 60%가 에이즈 양성 환자다. 해다마 방콕을 방문하는 500만 명의 관광객들이 에이즈를 확산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태국 의사들은 최근 에이즈감염인의 90%가 이성간의 성관계에 의한 감염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양상으로 인해 태국은 에이즈확산을 막기 위해 승려들까지 나서서 콘돔을 나눠주고 있다.
이와는 달리 호주나 미국의 경우 약물주사로 인한 감염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약물사용으로 인한 감염이 최소한 22% 이상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오염된 주사기로 인한 에이즈 감염을 줄이기 위해 코카인 중독자들에게 헤로인 마약으로 바꿀 것을 권하고, 마약에 사용할 주사기를 무료로 나누어 주고 있다.
이런 정부의 노력으로 오염된 주사기로 인한 에이즈 감염률이 주사바늘을 보급한 첫 해에 33%나 감소시키는 효과를 올렸다. 감염경로에 대한 역학 조사를 실시해 감염경로에 대한 결과를 국민과 특히 위험군에 속한 그룹에 알리고, 이에 맞는 적절한 맞춤형 대처를 통해 에이즈 확산을 효율적으로 막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에이즈 환자는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적은 감염률을 보이고 있으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감염전파 양상이나 감염군의 나이가 청소년과 20대로 번져가는 불안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2014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박윤옥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04년 12명이었던 10~19세 에이즈 감염자가 지난해에는 53명으로 집계돼 10년 새에 4.5배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총 에이즈 감염자 수도 매년 10% 가량씩 늘어나 610명에서 1013명으로 1.7배 정도 증가했다. 박 의원은 "에이즈 감염 경로의 약 60%가 성 접촉인 만큼 청소년 성 건강관리가 시급하다"며 "사회·문화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청소년의 바람직한 성 문화를 확립하고 에이즈 예방교육과 홍보 활동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질병관리본부에서는 2014년 이후 발생한 정확한 에이즈 환자의 감염경로에 대해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라는 자료만 내놓고 있어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다른 나라처럼 정확한 감염경로를 국민에게 알리고 이에 맞는 맞춤형 에이즈 감염 관리가 절실한 시점이다.
질병관리본부와 에이즈 관련 단체가 계도 활동을 포함한 적극적인 맞춤형 예방활동에 나서야 할 때다. 모든 질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이다.
그동안 필진으로 활동해 온 이경권 변호사(법무법인 LK파트너스)가 개인사정으로 기고 연재를 마칩니다. 이번 호부터 이명진 원장이 청진기 칼럼 새 필진으로 합류합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