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MBA 윤인모의 '의료경영학' 카페 (42)
저자 윤인모 ㈜닥터서비스 대표는 가톨릭의대를 졸업한 현직 성형외과 전문의다.
뉴욕 주립대 경영학 석사와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MD MBA로 의료와 경영의 융합을 추구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10년 전 삼성경제연구소 홈페이지에 '의료경영 MBA 포럼'을 개설, 의료경영 MBA 과정 7기생을 배출했다. 2005년 '닥터서비스'(http://www.mdmba.co.kr/)라는 의료산업지식경영 컨설팅회사를 창립, 경영정보·경영전략·마케팅·네트워크·인사조직 온라인 교육 등의 컨설팅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대로 내린 것은 현재의 어려움을 방증한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이나 일본처럼 현금을 뿌려 거시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케인스식 처방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처방이 없다.
의사면허를 소지한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의사의 업무에 종사하는 방법이다. 대부분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의 업무형태를 보면 개원의와 봉직의가 있다.
봉직의는 대형병원과 중소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로 나뉜다. 대형 대학병원은 주로 연구·교육 업무가 상대적으로 중요하고, 중소병원은 진료 업무가 상대적으로 중요하다.
둘째, 의사와 무관한 일을 하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장롱면허 의사로 매우 극소수다.
셋째, 의사의 의학지식을 다른 업무에 접목하는 것이다. 주로 의학적 지식을 갖고 제약·의료기기·보험회사 등에 근무하거나 사업을 하는 의사가 여기에 해당한다.
의사 숫자가 증가하면서 봉직하거나 다른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제약·의료기기 분야의 경우에는 기업 문화에 적응하면 된다.
주목해야 할 현상은 봉직의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 의사라면 대학병원 교수 아니면 개원이 주류였다. 봉직의는 그냥 지나가는 과정으로 여겼다. 대학병원에서도 주니어시절(봉직의)을 거쳐 교수가 되면 자율적인 업무(교수는 일반 봉직의와는 다르다.
오히려 자율성에서는 개원의에 가깝다)가 가능하다. 봉직의는 개원하기 전 지나가는 과정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의료시장이 어려워지고, 의사의 갖춰야 할 역량이 늘어나면서 봉직의는 단순히 지나가는 과정이 아닌 삶의 방법으로 정착되고 있다.
의사 개개인이 각각 자신의 병원을 운영하면서 서로 간섭하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둔 채 공존하던 시대에서 봉직의 또는 동업을 통해 한집에 같이 있어야 생존이 가능한 환경이 되고 있다.
따라서 오너의사와 봉직의, 또는 파트너가 된 의사끼리의 관계문화를 정립해야 하는 시점이다.
우선 봉직의사와 오너의사와의 관계부터 살펴보자.
현재 이들의 관계문화는 정립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오너의사들의 모임에 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봉직의사들을 잘 이끌어가는 오너의사도 있지만, 봉직의사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사들이 더 많다.
"잘해주고 의술도 전수했는데 배우고 나니 나가서 개원하겠다고 한다."거나 "오랫동안 근무할 것이 아니니 핵심진료기술을 알려주기 어렵다."·"봉직의사의 환자를 늘려주려 마케팅을 해 줬더니 늘어난 환자를 데리고 개원했다."·"조금 성실하고 친절하면 좋겠는데 자기병원이 아니니 그렇게 하지 않는다."·"일정 정도 이상 진료만족도가 있어야 환자를 맡길 텐데…."·"아 다르고 어 다른데, 환자에게 조금만 신경을 써 주면 좋겠다." 등등의 문제를 털어놓는다.
반면, 봉직의들은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알아주지 않는다."·"배운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알아낸 것이다."·"보상이 적다. 내가 받는 것 보다 많이 벌어주는 것 같다."·"오너의사는 매출밖에 모른다. 나는 의사로서 살고 싶은데…"·"나는 열심히 뼈 빠지게 일하는 것보다는 삶의 질이 더 중요하기에 개원하지 않는 것이다."·"환자를 내게 보내줘야 진료를 볼 것 아닌가. 환자를 몰아주지도 않으면서 성과를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등등의 불만을 이야기한다.
오너의사와 봉직의들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일본경제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치가 생각났다.
일본도 전통적으로 사농공상의 계층이 있어 상업이 낮게 평가되는 시절이 있었다.
시부사와 에이치는 상업에 논어라는 인문학을 접목해 일본의 경영과 경제문화의 토대를 닦았다. 그는 논어와 주판이라는 책에서 일본 국민에게 회사에 가서 왜 일을 열심히 해야 하고, 왜 9시에 늦지 않게 출근해야 하며, 자주 이직하면 안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동시에 CEO들에게 왜 직원을 사랑하고, 책임져야 하는지, 사장은 왜 도덕성을 가져야 하는지를 설파했다.
시부사와 에이치는 인문학을 접목시켜 일본 경제부흥의 상징인 소니·파나소닉·미쓰비시·교세라 등 큰 그룹의 상생 기업문화와 터전을 만들어 준 주인공이다.
한국의 의료 종사자들이 행복해지려면 이러한 상생의 문화가 필요하다.
의사뿐 아니라 의사와 직원 간에도 상생의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