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인유두종바이러스-로타바이러스 순 바람직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대상 선정이 유병자 수와 경제적 부담 등 이른바 '질병부담' 순위에 따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NIP에 포함된 질병은 폐렴구균과 A형 간염으로서 각각 작년과 올해 5월부터 국가 지원이 시작됐다. 의학계에 따르면 예방접종 우선 순위는 특정 질환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즉 '질병부담'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질병의 발생률과 유병률은 물론 질병으로 인한 사망비용 등 경제적 영향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하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최근 보고한 '필수예방접종 국가지원사업 확대 우선순위 및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유병자수(2012년 기준)는 A형간염이 약 8000명, 폐렴구균이 약 7000명 수준으로 나타났다. 사망비용은 A형간염 약 40억원, 폐렴구균 약 3억원으로 조사됐다. 경제적 부담을 측정한 결과 A형간염의 경우 약 108억원, 폐렴구균은 약 40억원 수준이었다.
문제는 NIP에 아직 포함되지 못한 일부 질환들의 질병부담이 A형간염과 폐렴구균보다 더 높다는 사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플루엔자의 경우 유병자수는 약 49만명, 사망비용은 약 100억원, 경제적 부담은 약 1100억원에 달한다. 자궁경부암 등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 역시 유병자수 약 19만명, 사망비용 약 1500억원, 경제적 부담 약 3200억원에 이른다. 로타바이러스 또한 유병자수 약 1만3000명, 사망비용 약 10억원, 경제적 부담 약 102억원으로서 A형간염과 폐렴구균보다 질병부담이 높은 수준이다.
또 접종별 소요예산을 살펴보면 1만8000원 수가를 기준으로 폐렴구균 약 1600억원, 로타바이러스 약 870억원, 인유두종바이러스 약 700억원, 인플루엔자 약 600억원, A형간염 약 270억원 순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에 추가적으로 포함된 A형간염이나 폐렴구균 백신의 경우 질빺부담의 순위에서 우선순위가 낮고 상대적으로 예산이 많이 소요된다"며 "이는 현재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의 우선순위가 질병부담 등에 대한 고려와는 관련이 적은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질병부담의 우선순위 및 전문가 순위, 예방접종의 불확실성, 예산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의 우선 순위는 인플루엔자 - 인유두종바이러스 - 로타바이러스 순이라고 결론 내렸다.
보고서는 "국가예방접종사업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접종 항목의 정책 및 백신 수급에 대한 안정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접종비용의 상환정책 역시 안정적으로 정착된 상황에서 국가예방접종의 새로운 항목을 추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보고서는 인플루엔자 등 우선 순위가 높은 예방접종을 NIP에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국민을 대상으로 사업의 타당성 및 방향성에 대한 공론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의 범위 확대를 위해서는 질병부담 외에도 국민 여론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