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수곤 대한내과학회 이사장, 노성훈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대한내과학회에 이어 대한외과학회가 호스피탈리스트(입원환자전담전문의) 제도를 적극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에 따른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이 입원 환자의 진료공백을 가져올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호스피탈리스트가 도입되면 입원환자에 대한 질 높은 의료서비스로 환자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전공의는 진료에 대한 부담을 덜고 수련교육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재원조달 및 수가체계 개선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논의 없이 성급하게 도입하면 부작용이 있을 것이란 조심스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의협신문>은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을 가장 먼저 주장한 대한내과학회와 최근 이에 동참하고 나선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을 만나,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도입 주장 이유와 바람직한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제도의 방향은 무엇인지 들어봤다.<편집자> |
입원 환자 치료 전담…주치의와 관계 정립될 것
내과학회는 호스피탈리스트 도입 준비를 언제부터 했나?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여러 의료 환경 변화로 2015년 내과 전공의 지원율이 총 636명 중 547명으로 미달사태를 빚었다. 전공의 1년차가 1명도 지원하지 않는 곳도 7곳이나 된다. 그러다보니 전공의 수련은 물론 입원환자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 됐다.
전공의 미달사태 조짐은 지난해 일부 병원 내과 전공의가 집단으로 이탈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불거졌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내과학회는 지난해 11월부터 호스피탈리스트 도입 준비를 했다.
지난 5월 7일 국회 토론회에서 입원환자의 진료 질 향상과 환자 안전을 중요하게 언급한 이유는?
전공의 정원감축과 수련시간 감소로 입원환자의 진료 공백은 불보듯 뻔하고 이로 인한 환자 안전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야간에 당직을 서는 전문의를 생각하기는 어렵다. 낮에는 환자진료 등에 매진하기 때문이다.
호스피탈리스트가 도입되면 전공의 수련교육이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다.
그동안 전공의는 피 교육생이면서도 일선에서 입원환자를 전담했다. 배움 보다는 실전에서 환자 진료에 주력했던 것이다.
호스피탈리스트를 도입하게 되면 전공의는 진료와 일이 줄고, 오히려 호스피탈리스트로부터 입원환자 진료와 관련된 교육을 받을 기회가 더 늘어나게 된다.
또 앞으로 전공의 교육은 현행 4년에서 3년으로 줄이고 대신 전임의를 2년제로 해, 3년간의 전공의 시절에는 일반 내과의사가 갖춰야 할 기본 지식과 술기를 좀 더 체계적이고 집중적으로 수련받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3년간의 수련 후 개원을 한다면 1차진료를 담당하는 훌륭한 내과의사로 활약하거나 호스피탈리스트로 활동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
24시간 병실에 상주하는 호스피탈리스트가 있으면 전공의들은 궁금한 내용을 곧바로 물어볼 수 있어 많이 배우게 된다.
병원마다 호스피탈리스트에 대한 이해가 다르다.
호스피탈리스트는 병실에서 일어나는 전반적인 것에 대해 전담을 하는 것이다. 일단 병실에 있는 환자는 호스피탈리스트가 모두 책임을 지게 된다. 자연스럽게 전문분야 스탭과도 협업을 하게 된다.
일부에서는 의료사고 등 병실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 불명확하다고 하는데,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해 너무 앞선 고민을 하는 것 같다. 먼저 시행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호스피탈리스트는 입원 환자의 치료를 전담하는 직업군이다. 주치의와의 관계는 항후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제도가 확립되면서 자연스럽게 정립될 것이다.
대학병원은 호스피탈리스트 밑에 전공의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소병원의 경우 전공의가 없으면 호스피탈리스트가 전공의 역할까지 하게 될 것이다. 병원별로 다르게 운영될 수도 있다.
각 진료과별 전문 호스피탈리스트가 있으면 좋겠지만, 실제로 잘 안되는 이유는 외과의사들은 수술 후 입원환자 케어를 배운 것이 아니라 수술을 중심으로 수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병실케어 부분도 교육을 받아겠지만 입원환자 케어는 부족할 수 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부작용이 따르는 것 같다.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나?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입원 환자의 치료를 전공의에서 전문의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내과는 모든 임상과의 근간이다. 내과 입원환자의 진료공백 문제는 더이상 미를 수 없다. 시범사업을 통해 보완점을 찾고, 어떤 이득이 있는지 평가한 뒤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전공의 지원율 감소는 정부정책이 잘못된 것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 재정지원도 해야 한다.
교육 과정·근무환경 확립·재정 지원 '필수'
춘계학술대회에서 호스피탈리스트 도입 방안을 논의했다.
전공의 근무환경 및 여건을 개선하고 입원 환자 진료의 질적 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궁극적인 방안으로 호스피탈리스트 도입 얘기가 나왔다. 학술대회에서는 제도 도입 가능성과 타당한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각 임상과의 특성과 병원별 특성을 고려한 제도의 확립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외과 전공의 지원현황은 어느 정도인가?
2006년을 기점으로 90% 이상이던 외과 전공의 충원율이 급격히 갑소해 2015년에는 65%였으며, 전체 정원도 2009년 321명에서 현재 216명으로 감소했다
올해도 외과 전공의 1년차는 141명으로 시작했으나, 이들이 모두 전공의 과정을 마칠지는 미지수다. 또 근무시간을 '80+8' 시간으로 제한하다 보니 응급환자관리 및 중환자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전공의 수련교육은 어떻게 달라지나?
외과 전공의의 일반적인 업무는 신환면접·의무기록·수술전 환자상태 파악·입원환자 관리·검사·진료처방·수술참여·수술후 환자 관리·응급실 환자관리·집담회 참석 및 발표·논문작성 등이다.
줄어든 근무시간과 줄어든 인력을 고려해 호스피탈리스트 인력이 투입된다면 입원환자 진료에 배정됐던 근무시간을 교육에 할애할 수 있게 된다. 또 입원환자관리에 대한 전문 지식을 지닌 호스피탈리스트로부터 추가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
호스피탈리스트 도입 주장이 내과를 시작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한 호스피탈리스트는 일률적이지 않고, 국가나 병원의 특성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또 초기에는 내과와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중심으로 운영됐으나, 현재는 외과 호스피탈리스트의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개별 전문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해 해당분야 전문의 자격자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수술환자는 상황에 따라 신속히 결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수술창상 관리 등의 문제가 있어 다른 전문과 전문의가 감당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외과계 호스피탈리스트가 활용돼야 할 것이다.
NP·PA제도와 호스피탈리스트는 어떻게 다른가?
PA(Physician's Assistant) 또는 NP(Nurse Practitioner)제도가 실제 병원업무에서 운영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다만 이들의 근무가 현행 의료제도하에서 법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이들은 병원에서 독단적 결정을 할 수 없으며, 통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호스피탈리스트는 의사의 지위로서 상호협력의 관계를 설정할 수 있다.
응급실 전담전문의를 활용할 시 입원 및 수술결정에 있어 과정설정이 개선되며, 수술업무가 과중한 병원에 호스피탈리스트가 있으면 수술 전후 관리에서 전문성을 발휘, 환자안전관리가 효율적이며 쉽다. 경우에 따라 수술에도 참여할 수 있다.
호스피탈리스트를 도입한 병원이 있지만 성과는 별로인 것 같다.
해당 병원의 상황을 들어본 바로는 호스피탈리스트에 대한 개념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채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보니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일정 수준의 교육과정과 근무환경 확립 및 재정적 지원을 위한 대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돼야 한다고 보나?
호스피탈리스트를 도입하고 정착시키기 위해 발생하는 비용은 정부에서 상당부분을 적절한 방법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본다. 호스피탈리스트가 필요하게 된 이유는 전공의 인원 축소와 근무환경 개선에 따라 환자안전 및 전공의 교육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여건을 고려해 제도를 도입해야 하며, 해당 전문분야 전문의 중에서 일정기간의 교육을 거친 사람이 호스피탈리스트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