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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모 사용법 모르면 언제든지 달려가 돕겠다"

"에크모 사용법 모르면 언제든지 달려가 돕겠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5.06.22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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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환자 에크모 치료한 정재승 교수, 의료인력 투입 절실 강조
환자는 느는데 에크모 장비는 한계…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잘 몰라

정재승 교수
메르스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이 정신적·육체적으로 피로도가 급상승 하고 있지만 일부에서 의료진 및 의료진 가족들에 대해 거리감을 주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의료진들은 자신이 메르스에 감염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보다는 메르스로 신음하고 있는 환자들 곁을 밤낮없이 지키면서 한 명이라도 완치를 시키기 위해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하지만 1개월 동안 집에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병원에서 먹고 자고하면서 치료하다보니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지쳐가고 있어, 이들에 대한 지원과 새로운 의료진의 긴급 투입이 적극 요구되고 있다.

최근 메르스 환자에게 시행되고 있는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 치료에 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들이 '에크모 핫라인'을 구성하고 메르스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든든한 지원군을 자청하고 나섰다.

19일 저녁 서울 모처에서 대한흉부심혈관외과학회 산하 에크모 연구회가 긴급 집담회를 개최하기 전 국립중앙의료원에 에크모 치료 지원을 하고 돌아온 정재승 고려의대 교수(고대안암병원 흉부심장혈관외과·에크모팀)를 만나봤다.

정 교수를 만나는데에는 장소를 몇번 바꾸는 수고로움이 필요했다. 에크모 치료를 하는 의사들이 모임을 한다고 하자 주변에서 이를 거부, 모임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조용한 공간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가장 먼저 기자는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고 왔는데, 우리(기자)를 만나도 안전한 것이냐"고 물었다. 그만큼 기자도 메르스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큰 대형병원을 출입하다보니 감염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정 교수는 이런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철저하게 방호복을 입고, 감염에 신경을 썼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메르스 환자를 치료한 그날 집에서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했다"며 기자를 안심시켰다. 기자를 안심시켰다기보다는 모든 국민들이 너무 불안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정 교수는 "현재 메르스 환자는 늘고 있는데, 에크모 장비는 한계가 있다"며 "하루빨리 환자들을 회복시켜 다른 환자들이 에크모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에크모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의사 1명, 간호사 1명, 기사 1명이 필요하고, 이들이 한 팀이 되어 24시간 환자의 상태를 살펴야 하는데, 1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인력들이 지쳐가고 있다"며 "에크모 치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들이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대한병원협회의 에크모 핫라인 구축에 대한 협조 요청도 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들을 움직이은데 한몫했다.

정 교수는 "그동안 에크모 연구회는 유럽, 아시아 등 메르스 환자들에게 시행한 에크모 케이스에 대해 연구를 했으며, 환자의 중증 정도와는 상관없이 초기에 에크모 치료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그동안 에크모 치료를 한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많은 의료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메르스는 진행이 너무 빨라 의료진들도 매우 당황스러워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에크모 케이스가 부족해 힘들어하고 있다"며 "메르스 환자에게 에크모 치료를 하고 있는 병원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에크모 치료를 위해 의료진들이 착용하고 있는 복장도 'D' 등급에서 'C'등급으로 올려야 할 것도 제안했다.

정 교수는 "WHO 등에서도 에크모 치료를 하는 의료진들은 에어로졸, 기도삽관 등 환자와 직접 밀착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혈액이 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방호복을 착용하는 기준을 더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환자가 에크모를 착용한다는 것은 장기치료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에 따라 의료진들도 장기치료에 대비해 다른 의료진과 교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거나, 에크모 연구회 소속 회원들이 부분적으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가기관 병원은 장비는 많은데, 의료인력이 많지 않다보니 에크모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며 "에크모 연구회 회원들이 풍부한 경험을 살려 도움을 주기로 했고, 실제로 컨설팅만 해줘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메르스 환자는 젊은 사람일수록 회복률이 훨씬 좋은 것이 사실이지만, 메르스는 폐, 신장, 골수 등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치료가 힘들어지는 것"이라며 "이처럼 어려 가지 상황이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에 에크모도 최대한 빨리 사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는 현재 의료진 감염률이 18%정도 되는 것으로 나오고 있는데, 의사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감염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며 "하루빨리 메르스가 진정되고, 현재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이 회복되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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