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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겪어 보니..."죄다 뜯어 고쳐야"
메르스 사태 겪어 보니..."죄다 뜯어 고쳐야"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5.06.2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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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역학조사·전달체계·수가 등 개선 '한 목소리'
"의협 중심으로 메르스 사태 백서 만들어 교훈 삼아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는 25일 오후 2시 의협회관 3층 회의실에서 '메르스 사태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초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첫 확진환자가 나온지 1개월이 지난 시점, 부실한 국가방역체계와 붕괴된 의료전달체계가 메르스 확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와 대한의학회(회장 이윤성)는 25일 오후 2시 의협회관 3층 회의실에서 '메르스 사태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우리나라 공중보건체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메르스를 통해 ▲감염병 위기대응체계 개선 ▲병원 감염관리체계 개선 ▲대규모 감염병 발생시의 의료체계 등을 논의했으며, 총 9명의 전문가들이 공중보건 위기대응체계를 진단하고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각 주제발표마다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보건당국의 대응이 미비했다고 지적했다. 또 앞으로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확보, 정부 조직개편, 병원감염관리 강화를 위한 재정지원,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등 의료전달체계 개선, 과밀화된 응급실 구조 개선, 공공병원의 기능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역학조사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보강 필요
먼저 제1주제 '감염병 위기대응체계 개선'에서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메르스위원장(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은 초기단계 역학조사 강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기 위원장은 "이번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역학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됐다"며 "보호자·의료진 모두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았고, 자가격리도 잘 되지 않아 역학조사를 하는데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역학조사를 할 때 도출되는 여러 문제를 실시간으로 논의해 의사결정을 하는 시스템도 없었고, 역학조사관을 포함한 조사인력 감염 위험의 문제도 해결되지 않아 이에 대한 제도적 장치 및 규정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 위원장은 감염병 발생 초기단계에서 역학조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훈련된 전문 정규 역학조사관 100명 이상 필요 ▲역학조사에 필요한 다양한 개인정보(CCTV, 휴대폰 위치추적, 신용카드 이용내역 확인 등)를 활용할 때 법적 보장 필요 ▲역학조사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스템 마련 ▲역학조사 후 방역지침에 따른 개인과 기관의 불이익 없도록 할 것 ▲지역 시도 보건과 등과 긴밀한 협조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기 위원장은 "앞으로 역학조사가 잘 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보강을 비롯해 신종점염병 연구센터를 만들어 전 세계 질병 동향 관찰 및 국내 대응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천병철 고려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감염 의심자 및 노출자 격리 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자가격리의 수행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했고, 시설격리자와 시설격리자의 기준이 없었고, 병원내 코호트 격리 시 다른 의료기관으로의 전원문제 발생, 그리고 의료인력 격리로 인한 인력부족이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또 "접촉자 관리에서 자가격리·시설격리·코호트격리 등에 대한 기준 마련은 물론 우리나라 유행자료분석을 통한 접촉자 관리 근거 분석과 함께, 자가격리·코호트격리·시설격리자에 대한 지원체계와 세부지침 개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천 교수는 "신종 전염병 등이 계속 발생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는 제자리 걸음을 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에 전문인력을 충분히 갖춘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으므로 질병관리본부가 조직개편이 되면 제대로 된 메뉴얼도 다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염관리 수가 없이 병원 감염관리 잘 할 수 없다
제2주제 '병원감염관리체계 개선'에서는 왜 병원에서 감염관리가 어려운지, 그리고 우리나라 병원 이용 문화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들이 나왔다.

이재갑 교수(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대응TFT위원장·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는 "이번 메르스 확산은 병원 간 교류가 많았던 것 같다"며 "특히 감염관리실을 두기 어려운 중소병원의 감염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낮은 수가 때문에 감염관리 전문가를 두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감염관리 체계 개선을 위해 ▲중소병원의 감염관리 강화 ▲전담인력 배치 ▲경영진 인식 개선 ▲감염관리 전담자의 교육 강화 ▲중소병원 감염관리 지원 전담 부서 또는 사업단 출범 ▲지역내 감염관리 네트워크의 구성 ▲호흡기 관련 감염병 감염관리 강화 ▲규격화된 음압격리병실 보급 국가지원 ▲호흡기 관련 감염병의 1인 병실 입원의 보험수가 인정 ▲보호자 없는 병동 확대 적용하고 면회를 제한 ▲대형병원 쏠림현상 개선, 특히 응급실 및 응급실 내 감염병과 비감염병 별도 진료구역 설정 ▲다인실을 1, 2인실 병실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이번 메르스 확산을 통해 우리나라 감염관리의 현주소를 알게 됐으며, 의료진과 병원이 감염관리 실패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취약한 중소병원의 감염관리에 대한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며, 감염관리의 혁신은 지속적인 노력과 투자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보건당국은 물론 의료계가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 교수(대한의학회 기획이사·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는 "병원쇼핑 해소를 위해 1차의료를 강화해야 하고, 적절한 응급실 수가를 통해 응급실 과밀화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감염환자 1∼2인실 건강보험 급여, 중환자실 및 응급실 격리실을 전체 병상의 50%대로 확대, 격리실 수가 적용, 병원 감염관리료 인상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밖에 "포괄간호의 확대를 통해 가족 간병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며, 포괄간호를 중소병원에서 상급종합병원까지 포함해 추진해야 하며, 병원 이용 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익 의원과 추무진 회장이 주제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피해 입은 의료기관 보상 필요…보건부 독립해야
제3주제 '대규모 감염병 발생시의 의료체계'에서는 동네의원 진료체계 개선, 병원의 대응체계 및 감염치료 인프라 강화, 공공보건의료기관의 기능과 역할, 감염환자 이송 및 응급의료 대응체계 개선 등의 의견들이 쏟아졌다.

박근태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총무이사는 "허술한 국내 방역 보건 시스템이 이번 메르스 사태의 주범"이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독립하고 의사 등 전문가 집단을 적극적으로 등용해 보건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안전한 국내 보건체계를 만드는 것이며, 보건소를 지자체에서 보건부 산하기관으로 바꾸어 진료기능을 없애고 본연의 업무인 전염병 및 예방관리 등에 힘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총무이사는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 대형병원 쏠림현상 막아야하고, 원가 이하의 수가를 적정수가로 해 의료쇼핑을 막고 올바른 의료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1차의료 기관에서 감염관리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하며,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이 1차의료기관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포괄적인 대응력을 키워야 하고, 피해를 입은 1차의료기관에 대한 조속하고도 실질적인 보상대책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태형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학술이사는 "각 병원별로 초진창구의 보호수준을 강화해야 하고, 최소한 노출 위험이 있는 응급실·호흡기내과·감염내과·이비인후과·가정의학과 외래 진료실은 음압공조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보건소와 지역보건당국은 유행 확산시기에 선별진료 기능에 집중하고 강하해야 하고, 지자체 공공병원은 음압병실 뿐 아니라 상당수준의 중환자전문의를 둔 치료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찬병 전 천안의료원장은 "공공병원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의사들을 정규직화 해야 하고, 진료의사가 거의 없는 보건소에 최소한 의사 2명이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응급상황 때 공공병원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현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은 "현재 응급실은 감염과 관련 취약하다"며 "과밀화 해결 및 체류시간 감소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응급실 감염방지 시설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응급실 관리통제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응급실 수가 원가보전, 감염관리 수가, 응급의료기금 지속적 투입으로 국가 안전망을 구축해야 하고, 의협과 의학회를 중심으로 메르스 사태에 대한 백서가 제대로 만들어져 교훈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제4주제에서는 최재욱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이 '공중보건 위기관리 대응과 소통체계 구축'에 대해 발표했으며, 이지영 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 회장이 병원 내 감염관리 어려움을 밝히면서 "감염관리 수가가 인정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없으면 감염관리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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