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원 지음/클라우드나인 펴냄/1만 7000원
디지털 헬스케어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지금까지의 의료에는 어떤 모습으로 영향을 미칠까. 어떤 충격으로 다가올까.
누구나 궁금해 하지만 실체적 내러티브에 나서는 이가 없다. 잘 몰라서라기보다는 어디까지 옮겨갈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관심거리이기에 다수의 언론에서 다루고 있지만 미래에 의료가 어떻게 바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뿐 현재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인을 갖춰야 하며 어떤 위험과 한계가 있는지에 대해 다가서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의사로서 보건정책관리를 공부하고 맥킨지에서 경영 컨설턴트 일을 하며 의료·IT·레저·방위산업·헬스케어·강연 등 다양한 분야에 손길을 내밀고 있는 김치원 원장(서울와이즈요양병원)이 <의료, 미래를 만나다>를 펴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할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평범하지만 의미있는 진리를 펼쳐 놓는다.
모두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는 들머리에 자리한 '왜 지금 디지털 헬스케어인가'에서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성장하는 요인에 대한 분석과 향후 어느 나라가 이 흐름을 주도하고 예상할 수 없는 발전을 이끌 것인지에 대해 냉철한 논지를 펼친다.
이어 1장 '전략'에서는 제품·고객·차별화 등 마케팅적 요소와 비즈니스 모델 및 성장 방향 등 비즈니스로서의 특성을 분석한다.
어쩌면 시간의 흐름과 상관 없이 이 분야의 핫이슈일 수 있는 2장 '트렌드'에서는 애플·구글·삼성 등 테크 대기업들의 헬스케어 플랫폼 구축, 업체 간의 협력, 피트니스로 시작해서 헬스케어로 진화하는 경우와 같이 여러 업체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트렌드를 이야기했다.
3장 '새로운 도전'에서는 병원·제약회사·보험자·규제기관과 같은 헬스케어의 주요 관계자들이 디지털 헬스케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용하는지를 다뤘다.
4장'흔한 오해들'은 잘못된 시선과 간과하는 오류들을 되짚는다. 디지털 헬스 기기를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처럼 생각하거나 사물 인터넷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것과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내고자 하는 경향을 비판한다.
5장 '주요 이슈들'에서는 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들을 살펴보는데 비용 효용성, 실질적인 효용 여부,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태도, 언론 보도와 현실 등 4가지를 세세하게 분석한다.
6장 '선결 조건'에서는 업계가 현재 머물고 있는 초기 단계를 넘어서는 데 필요한 요인들로 건강한 상태에 대한 데이터 축적, 동기 부여에 대한 이해, 정보 큐레이션 및 의료비 지불 방식의 변화 4가지를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7장 '향후 전망'에서는 아직 본격화되지는 않았지만 큰 잠재력을 가진 인공지능 왓슨과 구글글래스의 현실과 미래를 살펴보고 업계 전체와 보험회사 그리고 병원 및 의사의 미래에 대해 다룬다. 아직까지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미국이다. 가장 빠른 성장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이 책에는 주로 미국 업체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대표 제품들인 스마트 깔창 풋로거, 걸음걸이와 자세까지 측정해주는 피트니스 밴드인 아키, 스마트 수면 안대 프라센, 밴드형 치매 치료기 와이브레인 등을 소개하며 현황과 미래를 엿본다.
이 책을 보다 보면 디지털 헬스케어에 처음 다가서는 이들에게도, 익숙한 이들에게도 어렵거나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전반에 걸쳐 다양한 사례와 함께 업계 분석이 이어지고 디지털 헬스케어 대한 통찰이 드러난다. 이와 함께 미래에 대하 제언도 덧붙인다. 피트니스 혹은 체중 감량을 다루는 웰니스 분야는 미래에 발생할 위험을 줄이기 위해 현재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결국 컨텐츠 전쟁이다. 이 분야에서는 동기부여와 행동 변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며 단순히 좋은 센서를 장착한 멋진 기기를 만드는 데 그치는 다수의 회사들은 한계에 부딪힐 것이고 사용자 개개인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건강 행동을 독려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숙제를 해결해내는 일부 회사만이 이 분야에서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한다.
저자는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 분야는 헬스케어의 특성상 획기적인 제품이 나와서 기존 시장을 순식간에 뒤집기보다는 우선 기존 시스템에 편입되는 과정을 거쳐야 되며, 이 과정에서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의료는 일반 소비자가 경험해본 다음에도 그 수준을 평가하기 어려운 신용재이기 때문에 의사와 병원이라는, 기존 의료의 중요한 축을 쉽게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또 디지털 헬스케어도 의료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적어도 상당기간 소비자가 독자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병원 혹은 의사의 보완재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기존 의료계의 태도가 바뀌는 것 역시 오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의료의 또 다른 축인 보험회사의 태도 또한 이슈다. 보험회사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기술에 호의적이지 않으며 매우 보수적이기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들이 본격적으로 보험 적용을 받기 시작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저자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미래 의료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리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가능성이 실현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의료제도와 의학 지식의 특성을 근간으로 파생되는 각종 장애물을 넘어설 때 비로서 미래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02-332-8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