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리뷰
콜레스테롤은 죽상동맥경화증과 깊은 연관관계
콜레스테롤이 높을수록 죽상동맥경화증에 의한 심장병 발병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은 지금은 의심할 바 없는 하나의 진리이지만, 이 사실이 받아들여진 것은 우리의 예상과 달리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1913년에 러시아의 생리학자 Anitzchkow가 콜레스테롤을 많이 먹인 토끼에서 심한 죽상동맥경화증이 생긴 것을 보고한 것이 첫번째 기록인데, 러시아어로 논문이 나오는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오랫동안 잊혀졌다.
콜레스테롤 이론의 아버지이자 Mr. Cholesterol 이라고 불렸던 미국의 Ancerl Key에 이르러 과다한 포화지방섭취와 그에 따른 혈중 콜레스테롤의 증가가 심장병의 발병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됐다(seven countries study).
따라서 인과관계는 확실하지 않지만 콜레스테롤과 죽상동맥경화증에 의한 심장병 발병 위험과는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콜레스테롤은 심장병을 발병시키는 위험인자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을 발생시키는 원인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콜레스테롤을 낮췄을 때 심장병의 발생이 줄어드는 것을 증명하면 되는데, 당시에는 그렇게 좋은 지질강하제가 없었다.
그러나 혈중 콜레스테롤은 식사의 종류에 어느 정도 반응을 하므로 처음에는 식사조절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연구가 시작됐다. 1966년에 발표된 'Paul Leren Oslo study'는 이 분야에서 이정표적인 역할을 한 중요한 연구이다.
심근경색증의 기왕력이 있는 환자에게 불포화지방산으로 이뤄진 식단을 제공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춘 결과,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의미있게 심근경색증의 재발을 낮췄다.
소장의 일부를 절제해서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억제시켜 혈중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킨 POSCH 연구 역시 비약물적 요법으로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재발을 방지할 수 있었음을 증명했다.
고지혈증 환자에게 콜레스티라민을 7년간 투여해 심장병 사망률을 낮춘 연구인 LRP-CPPT연구는 약제를 써서 심장병 사망률을 낮춘 대표적인 대규모 연구다(1984년). 이 연구 역시 스타틴계열이 아닌 약물도 콜레스테롤만 떨어뜨리면 심장병 발생을 낮춰주는 사례이다.
식사와 수술과 비스타틴계 약물의 결과는 동일하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면 심장병 발생도 낮아진다. 즉 콜레스테롤은 심장병 발병의 위험인자이다.
스타틴 시대의 시작과 성장
스타틴의 발견과 그에 따른 성공적인 임상실험은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의 중요한 위험인자임을 증명하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4444명의 심장병 환자들에게 심바스타틴을 투여해 심장병의 재발을 유의미하게 낮춘 4S연구는 스타틴 시대를 활짝 열어제친 신호탄이다(1994년).
심장병이 없고 단지 콜레스테롤만 높은 정상인 백인 남자에게 프라바스타틴을 투여해 심장병 발생을 낮춘 WOSCOPS연구는 스타틴의 심장병 예방 효과가 심장병 환자 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이 높은 일반인에게까지 적용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당뇨병 환자에게 아토바스타틴을 투여해 심장병 발생을 감소시킨 사실을 보여준 CARDS연구 덕분에 스타틴은 심장병이 없는 당뇨병 환자에게 심장병 예방을 위해 광범위하게 쓸 수 있는 약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낮추면 낮출수록 좋은가?
콜레스테롤을 낮추면 심장병이 예방되는 것은 이제 확실한 사실이 됐지만, 다음에는 훨씬 복잡한 질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LDL콜레스테롤을 더 낮추면 심장병 발생이 더 예방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엉뚱한 곳에서 제공됐다.
프라바스타틴은 동량 대비 아토바스타틴에 비해 콜레스테롤 강하 능력이 약 25%~40% 정도이다 급성관동맥증후군 환자에게 한쪽은 프라바스타틴 40mg을, 다른 한쪽에는 아토바스타틴 80mg을 투여한 후 심장병의 재발을 본 연구인 PROVE-IT연구에 따르면, 아토바스타틴 80mg을 복용해 콜레스테롤이 더 낮아진 환자에서 의미있게 재발이 감소했다.
이후, 심장병 환자에게 한쪽에게는 아토바스타틴 10mg을 투여하고 다른 쪽엔 80mg을 투여해 심장병 재발의 정도를 평가하는 TNT연구가 진행됐다.
10mg 군의 LDL콜레스테롤은 101mg/dl였고 80mg군은 77mg/dl 정도였다. 예측한 대로 콜레스테롤을 더 낮게 유지한 80mg군에서 심장병 발생위험이 22% 감소했다.
PROVE-IT과 TNT연구의 결과 덕분에 약제와 무관하게 LDL콜레스테롤을 더 많이 감소시킬 때 심장병 위험도 감소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즉 'The lower, the better' 가설이 사실이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그림 1>.
더 떨어뜨리면 더 감소할까?
여기서 또 의문이 고개를 든다. LDL 콜레스테롤을 70mg/dl 까지 낮췄을 때 심장병 위험도 비례해서 감소했는데, 그렇다면 LDL콜레스테롤을 더 낮추면 심장병 위험도 더 감소할까?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연구가 시도됐으나 대부분 실패했으며, 이런 실패는 의료계 일부에서 해묵은 담론을 다시 수면으로 부상하게 하는 도화선이 됐다. 그 것은 바로 스타틴 가설(statin hypothesis)이다.
스타틴 시대의 만개와 오만
사람들의 기억의 지평은 의외로 그리 넓지 않다. 스타틴 시대 이전에 이미 콜레스티라민·나이아신·파이브레이트 단독요법으로, 심지어 식사와 비약물적 수술에 의해서도, 콜레스테롤을 낮춤으로써 심장병 발병을 감소시킨 많은 연구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틴 임상연구의 압도적이고 빛나는 성공에 눈이 가려져 일부는 어느새 이상한 샛길로 가고 있었다. 그것은 이런 속삭임으로 다가왔다 '스타틴의 심장병 예방효과는 콜레스테롤 감소를 통해서도 발휘되지만 그 것 말고도 스타틴이란 약물만이 가지는 특이한 효과(pleiotropic)에 상당부분 빚을 지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와 무관하게 스타틴을 쓰기만 한다면 심장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콜레스테롤 무용론 - 스타틴 만능론까지 주장하는 사람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LDL 콜레스테롤 대 스타틴, 70mg 대 50mg의 대결
이런 역사적 맥락과 논점 때문에 이 분야 연구자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된 연구가 있다. 심장병 환자에게 심바스타틴 40mg단독 또는 심바스타틴+에제티미브(바이토린)를 투여해 이들 양군간의 심장병 발생과 사망률을 비교평가한 IMPROVE-IT 연구가 그것인데, 최근 발표됐다.
약 1만 8000명이 참여했고 시험기간은 7년 정도 됐다. 이 연구는 비교적 기간이 길었는데 다른 연구와 조금 다르게 목표사건이 충족되는 시기에 연구종료가 되도록 고안됐기 때문이다. 위약군도 고강도의 스타틴을 처방하고 있었으므로 목표사건이 그렇게 빨리 많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7년 동안의 기간동안 바이토린 군의 LDL 콜레스테롤은 약 50mg/dl로 유지됐고 심바스타틴 단독군은 70mg/dl로 유지됐다. 심장병 재발은 LDL콜레스테롤이 50mg/dl로 더 낮게 유지됐던 바이토린 군에서 2% 정도 더 낮게 발생했다.
이 연구는 스타틴에 비스타틴계 약물을 추가 복용해 콜레스테롤을 더 낮췄을 때 심장병이 추가적으로 예방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힌 연구이다. 달리 말하면 '꿩잡는 매'는 스타틴이 아니라 LDL콜레스테롤이다라는 사실을 견고하게 재확립했다<그림 2>.
이 연구는 아직 까지 어떤 임상실험도 도달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인 LDL콜레스테롤 50mg/dl에 도달했는데, 적어도 이 수준 까지는 콜레스테롤을 낮춰도 추가적인 이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래서 이 연구를 '50대 70연구'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스타틴계 약물의 우려되는 부작용인 간효소 상승과 근육염·근육통·횡문근융해증의 빈도는 양군에서 동일했고 대단히 낮았다. 여기서 자세히 다룰 수는 없지만 고지혈증 약물의 부작용은 콜레스테롤 감소에 의한 것 보다는 약물의 용량과 농도, 그리고 유전자 다형성에 기인한다.
따라서 스타틴계 단독으로 고용량을 쓰는 것 보다는 비스타틴계 약물과의 복합처방이 이런 부작용을 예방하는 데 더 유용하다.
결 론
콜레스테롤은 심장병 발생의 주요 위험인자이다. 콜레스테롤을 낮출수록 심혈관 질환의 위험은 감소한다. 식사요법·비약물적 수술요법과 IMPROVE-IT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스타틴을 쓰고 안쓰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단 방법과 무관하게 콜레스테롤을 낮추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감소한다.
IMPROVE-IT연구는 고위험군에서 LDL콜레스테롤을 50mg/dl까지 낮춰도 추가적인 이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더 낮추어도 더 좋다.
▶조홍근 원장은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 내과 심장내과 전문의, 이화여대 목동병원 심장내과 조교수를 지냈다. 연세대 노화과학연구소 혈관지질대사 연구실 교수를 거쳐, 현재 연세조홍근내과 대표원장을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