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의학적 응급상황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일반적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지만 관객이나 시청자들이 은연중 극 속의 응급처치 장면을 기억하게 돼 실제 응급상황에 이를 적용하게 될 소지가 큰 만큼 극의 내용은 허구일지라도 응급처지 내용은 리얼리티가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세의대 응급의학과팀(김승호 박인철 좌민홍)은 최근 96년∼2001년 개봉작 중 서울관객 10만명 이상을 기록한 한국영화 86편 중 역사극과 공상과학 영화 6편을 제외하고 80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의학적 응급상황은 46건으로 편당 0.6건으로 나타났다. 응급상황의 내용은 ▲다양한 원인에 의한 의식소실이 16건(34.8%)로 가장 많았고, ▲심폐정지 7건(15.2%) ▲자상 내지 관통상 6건(13%) ▲다발성 외상 4건(34.8%). 가장 많이 발생한 의식소실의 원인으로는 교통사고와 출혈성 쇼크가 각각 4건, 폭행이 3건이었고 그밖에 질식, 익수, 질병악화, 급성 알콜 중독 등으로 나타났다.
의학적 응급상항 등으로 응급처치를 필요로 했던 46건 중 실제 응급처치는 24건으로 52.2%에서만 시행되었고 이중 8건에서만 적절한 처치가 시행됐다. 부적절한 처치로는 의식소실 환자에게 ABC 없이 물을 먹이거나 베개를 베게 하는 경우, 심정지 환자에게 흉부압박을 하는 경우, 그리고 구급차로 환자를 이송하면서 기도확보나 산소투여를 하지 않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특히 잘못된 처치임에도 불구하고 환자 상태가 호전되는 경우가 16건 중 8건으로 50%를 차지해 일반인들에게 잘못된 내용을 전파시킬 소지가 컸다.
응급처지를 세분화해 조사한 결과 46건의 의학적 응급상황에서 모두 106개의 응급처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됐으나 영화속에서는 21개(19.8%)만 시행됐다. 세부 시행 내용은 지혈이 44.4%로 가장 많이 시행됐으며, 응급의료체계 활성화는 30% 정도. 반면 기도유지는 3.6%로 가장 적게 시행됐다.
김승호 교수는 영화의 내용이 비록 허구라 해도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여러가지 응급처치는 일반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돼 잘못된 응급처치의 시행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의 경우 ER과 같은 의학드라마에서 심폐정지 환자의 소생률이 실제보다 부풀려 그려짐으로써 환자와 의사간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음이 경고되고 있다고 소개, 모든 영화 내지 드라마의 시나리오 및 촬영 단계에서 의학자문과 같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하는 한편 응급의학 의사를 포함한 의사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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