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곤 대한의학회 부회장 "관주도 전문의제도 문제"
미국의 'ACGME' 과 비슷한 별도 전문기구 만들 것 제안
국회가 전공의특별법 제정에 나선 가운데,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별도의 기구 설립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다.
이수곤 대한의학회 부회장(연세의대 류마티스내과)이 대한의학회에서 발행하는 <e-newsletter> 최신호에 '전공의 수련교육 개선 추진방향'이라는 기고글에서 "전공의 역량 강화를 위한 수련교육과 함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전문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우리나라의 전문의 제도는 해당 전문과목학회가 전문의 자격을 인증해 주는 선진국과는 달리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보건복지부장관이 자격을 인증하는 관주도의 전문의 제도"라며 "전공의 수련교육 과정도 보건복지부 고시로 규정돼 있어 정부의 허락 없이는 교육과정조차도 바꿀 수 없는 경직된 제도"라고 평가했다.
또 "전공의 수련교육 제도는 수련 기간과 수련교육 내용등을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에 맞춰 개선해야 하는데, 이러한 점에서 우리의 제도는 장애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보건복지부 고시로 규정돼 있는 우리나라의 수련교육과정은 각 전문과목학회의 수련교육 목표와 년차별 교육내용을 간략하게 기술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역량(COMPETENCY) 중심의 표현이 아닌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내용이 기술되고 있으며, 교육방법과 교육의 성취를 평가하는 구체적인 평가방법이 제시돼 있지 않아 현실적으로 이용하기 어렵고 타당성도 미약하다는 것.
이 부회장은 "기본의학교육에서와 마찬가지로 역량중심교육 모델이 전문의교육 과정에도 중요하다"며 "역량은 전문의 수련을 마친 후 바람직한 전문의가 갖춰야 하는 지식, 태도 및 술기를 말하는 것이고, 역량에는 공통역량과 전문역량이 있으므로 교육과정에는 두 가지 역량을 모두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와 함께 "앞으로는 역량을 중심으로 교육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적절한 교육방법을 이용해 교육 후 적절한 평가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며 "이렇게 해야만 사회가 요구하는 믿을 수 있고 역량 있는 전문의를 효율적으로 양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를 위해 대한의학회는 수련교육위원회를 중심으로 '전공의의 효율적 수련을 위한 전문과목별 수련과정 개편 연구'에 착수했고 평가 방법 중 보편성을 가진 'e-portfolio 구축방안'도 자체 연구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전공의를 수련교육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값싼 의료 인력으로 간주, 수련의 질적인 수준을 보장하기 어렵게 된 부분도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전공의를 값싼 의료 인력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에 대해 수련환경을 개선해 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하고, 일각에서는 '전공의 특별법'을 제정 하려는 움직임까지도 일고 있다"며 "국민의 신뢰를 받을만한 양질의 전문의를 양성해야 하는 막중한 사명을 가진 의학계가 책임을 절감하고 그동안 왜곡된 전문의 제도와 졸업 후 의학교육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먼저 교육을 담당하는 전문학회가 모인 대한의학회와 수련의 현장을 운영하는 병원들의 집합인 대한병원협회가 서로 협력해야 하고,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하는 '수련제도개선 협의체'에서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의학회가 협의해 미국의 ACGME(The 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와 유사한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 부회장에 따르면 ACGME는 미국에서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 인증을 담당하는 비영리 민간기구로서 미국의과대학협회·미국전문의학회·미국병원협회·미국의사협회 등 다양한 참여기구에서 이사를 파견해 구성한 단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