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회서 원격의료, 논문표절 등 입장 밝혀
"대도시 원격의료 불필요"...야당 압박 없어 통과할 듯
24일 국회에서 열린 정진엽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보건복지위원들은 원격의료, 의료영리 또는 민영화, 의료산업화 등 보건의료 관련 주요현안에 대한 정 내정자의 입장을 확인하고 복지분야 인식수준에 대해 검증했다.
정 내정자는 공공의료 강화와 의료세계화를 위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원격의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다만 대면진료에 비해 원격의료의 안전성 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의료취약지에 대한 의료접근성 확대 측면에서 허용할 필요가 있지만, 대도시 지역에 원격의료를 허용할 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원격의료 2차 시범사업의 결과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관련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단서를 달았다.
논문표절과 분당서울대병원장 재직 시 부당청구, 해외출장에 배우자와 동행한 사실 등 의혹에 대해서는 공직 후보자로서 오해를 살만한 행보를 한 것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하면서도,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복지분야 문외한'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사실상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관련 전문가들과 보건복지위원들의 의견을 구하는 등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의료분쟁조정 의무개시 의무화 ▲간호인력 개편안 입법예고 ▲환자 개인정보 유출 방지책 마련 ▲노인정액 상한제 상향조정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등 민감한 보건의료현안이나 직역간 갈등을 빚고 있는 사항들에 대해서는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을 반복해, 청문회 긴장감을 떨어트렸다.
이러한 정 내정자의 답변태도에 야당 의원들은 장관 내정자로서 준비가 미흡하다고 지적하면서 다소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강하게 압박하지는 않아, 정 내정자의 장관 취임이 무난할 것임을 시사했다.
여야 의원들, 정 내정자 원격의료 관련 입장 거듭 확인
이에 정 내정자는 "현재 2차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 결과를 보고 심도 깊은 분석이 필요할 것 같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그러나 이어진 같은 당 김용익 의원이 "의료취약지가 아닌, 대도시 재가 환자에 원격진료 허용이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그것까지는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서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에 (원격진료를) 하자는 것"이라고 답해, 이목을 끌었다.
오후 질의에서는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이 "의사-환자간 원격진료에 대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어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시 한번 정 내정자의 원격의료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자 정 내정자는 "아까(오전에) 제가 말씀 드린 건 원론적으로 대도시는 병원이 많으니 (원격진료를 허용할) 필요없다는 의미였다. 중증장애인의 경우나 만성질환자들의 경우는 아마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2차 시범사업 결과가 나오면 결과를 종합해서 방향성을 다시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의원은 "현재 원격진료 시범사업이 의료취약지에서만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을 알고 있느냐, 공공의료를 강화 측면에서 원격진료 허용을 해야 한다면 대도시 지역에서 원격진료 허용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2차 시범사업의 내용을 수정할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정 내정자는 "앞으로는 그런 식(공공의료 강화를 통해 의료취약지 의료 접급성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답했다.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간호인력 개편·노인상한액 상향조정 등 동의하지만..."
정 내정자는 "(김 의원의 지적에) 동감이다. 어느 한쪽이 (분쟁조정에) 응하지 않으면 각하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법적으로 (분쟁조정에) 응하게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 같다"고 하면서도 "법률을 검토해보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은 보건복지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간호인력 개편안에 대해 짚으면서 간호계와 간호조무계간 갈등 해결책을 물었다. 정 내정자는 이 질문에 대해서도 "간호사들에 대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떨어져 (의료현장에서) 많은 애로가 있다"면서 "간호사와 2년제 교육을 받은 간호조무사들에 대해 어떤 차이를 둬야할지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당사자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환자의 진료정보 유출사건과 관련 "최근 발생한 환자정보 유출사건은 통신사와 소프트웨어업체(의료기관이 위탁계약을 한 외부전산업체)에서 발생했다"면서 (개인정보보호법과 별도로) '진료정보보호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 질의했다.
정 내정자는 "법률에 대한 공부가 더 필요하겠지만, 환자의 개인정보는 가장 예민한, 절대 유출되서는 안되는 중요한 정보로 확실하게 보호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제정)법을 발의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본다. 나중에 검토하겠다"고 다소 애매하게 답변했다.
같은 당 김재원 의원은 노인정액 상한액 상향조정 검토를 주문했다. 김 의원은 "매년 수가가 오르면서 65세 이상 노인들이 물리치료와 주사치료만 받더라도 노인정액 상한액 15,000원이 넘어버리기 때문에 노인정액제 유지 의미가 없어졌다"면서 "노인정액 상한액을 20,000만으로 올릴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서도 정 내정자는 "현실적 상황상 의원님의 지적이 맞는 것 같다"면서 "상한액 상향조정 시 추가예산을 계산해보겠다"고 했다.
이외에도 건강보험료 부가체계 개편,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청문회 질의를)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로 생각하고 가슴깊이 새기겠다. 보건복지부장관의 소임이 주어진다면 충실히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내일(25일) 오전 9시 정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보여준 질의 태도와 분위기를 볼 때 정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