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환자 손해배상 항소 기각...퇴원 4개월 후 감염 배상책임없어
합병증 예상 못한 합의는 취소 가능...감염 방지 노력한 병원 책임 30% 제한
'원내 감염' 기준을 입원기간 또는 퇴원 후 30일 이내에 발생한 경우로 명확히 한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최근 A환자가 B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항소심에서 "퇴원 당시 세균배양검사상 호기성 세균이 배양되지 않았고, CRP 수치가 수술 후 상태를 고려할 때 급성 감염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며, 퇴원 후 외래에서 경과를 확인받을 때 감염으로 인해 특별한 이상을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퇴원 당시 병원감염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데 주목했다.
A환자는 2011년 1월 6일 B대학병원에서 우측 견관절 회전근개 재건수술을 받은 후 1월 10일 퇴원했다. 1월 21일 봉합사를 제거했으며, 이후 외래에서 수술 부위에 관한 경과를 관찰받았다. 하지만 5월 초경 수술 부위가 붓고, 피부 표면이 튀어나오는 증상이 나타나 C병원에서 상세불명의 화농성 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B대학병원은 감염 증상 치료 후 2차적 회전근개 치료를 권유했으나 응하지 않고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병원감염은 입원 당시에는 없거나 잠복하지 않고 있던 감염이 입원기간 중에 발생하거나 외과수술환자의 경우 퇴원 후 30일 이내에 발생하는 증상을 말한다"면서 "1월 10일 퇴원 후 4개월이 지난 후에야 감염증상이 나타난 것은 수술과정에서 감염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A환자의 항소를 기각했다.
감염 상태에 대한 치료방법 선택과 퇴원 후 감염방지에 대한 지도설명 의무를 위반했다는 A환자의 주장에 대해서도 "특정한 진료방법을 선택한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의료과실이 있다고 평가할 수 없다"면서 "병원 의료진이 지역사회 감염을 예상하지 못하고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치료방법을 선택하지 아니하거나, 지역사회 감염으로 인한 후유증·감염방지를 위한 방법·조치 등에 대해 지도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과실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재판부는 A환자와 비슷한 시기에 B대학병원에 입원, 같은 수술을 받은 D환자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주의·설명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병원감염 방지를 위해 노력한 점을 감안, 의료기관의 배상책임을 30%로 제한했다.
D환자는 1월 11일 이측 견관절 회전근개 재건수술을 받은 직후 염증이 발견, 1월 18일 2차 수술을 받았으나 수술 후 세균배양검사에서 녹농균이 검출됐다. 감염내과로 전과해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어깨 통증이 호전되지 않아 외래 치료를 계속하다가 8월 30일 3차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D환자는 11월 16일 B대학병원과 1차 입원에 대한 본인부담금 감면, 2차 입원에 대한 본인부담금 50% 감면 등과 함께 민·형사 소송과 행정 등 법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했다.
하지만 B대학병원과 합의 이후 다른 병원에서 어깨 근육 힘줄이 끊어져 있음을 진단받고 4차 수술을 받았다. 또 다른 병원에 입원, 골수염 치료도 받았다.
재판부는 "민법상 화해계약을 체결한 경우 당사자는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지 못하지만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을 때는 이를 취소할 수 있다"며 "추가 후유증이나 합병증 발생이 없다는 전제 하에 합의 했지만, 이후 후유증과 합병증이 발생했다면 병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회전근개 수술 후 자연경과의 경우 운동제한 가능성이 50%에 이르는 점 ▲재파열률은 일반적으로 30%에 이르는 점 ▲병원감염에 대해 의료진이 계속적인 치료를 한 점 ▲병원 감염대책위원회에서 병원감염 방지를 위해 노력한 점 등과 함께 "병원감염은 발생 원인이 다양하고, 이를 완전히 예방하는 것은 현대의학 기술상 불가능한 점을 고려해 B대학병원의 책임을 3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실수입(2140만원)·기왕치료비(571만원)·입원진료비 공제(530만원)와 위자료 1000만원 등 총 3340만 6456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