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위대한 환자들의 정신병리

[신간] 위대한 환자들의 정신병리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5.11.1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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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욱 지음/학지사 펴냄/1만 6000원

 
모차르트·베토벤·파가니니·스메타나·모소르그스키·차이코프스키·말러·라흐마니노프·쇤베르크·거슈인·미켈란제로·카라바조·고야·드가·세잔·고흐·피카소·모딜리아니·윌리엄 브레이크·바이런·키이츠·보들레르·구르몽·예이츠·안데르센·디킨스·오스카 와일드·오 헨리·앙드레 지드·카프카·셸던·샐린저·아시모프·모파상·울프·헤밍웨이·가와바타 야스나리·다자이 오사무….

인류사에 천재적 예술가로 이름을 남긴 이들의 삶은 비현실적인 욕망과 환상을 구현시키고자 몸부림치며 창조적 작업에 바쳐졌다.

정신질환을 앓았던 그들은 어떤 고통과 시련을 이겨내며 창작에 일생을 바쳤을까. 혹시 그들은 창조적 행위를 통해 스스로 치유의 길을 걷지는 않았을까.

정신건강의학의 대중화를 위해 꾸준히 저술활동을 하고 있는 이병욱 한림의대 교수(강남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가 여덟 번 째 책 <위대한 환자들의 정신병리>를 펴냈다.

이 책에는 정신질환을 앓았던 음악가·무용가·화가·조각가·시인·소설가·극작가 등 천재적 예술가들의 고된 삶이 그대로 녹아있다.

누군가의 마음속 깊이 절실한 정서적 갈망이 자리잡고 있을 때, 그런 갈증 자체가 그 사람의 행동에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예술가들은 이런 동기에 이끌려 창조적 작업에 몰두하기 마련이다. 그만큼 그들은 갈등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결국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고통스러운 나르시시즘적 상처로 인한 분노와 좌절감, 극심한 우울증이기 쉽다. 그런 심리적 압박과 불안이 때로는 심각한 정신적 붕괴로 이어지고, 극단적으로는 자살을 택하기도 한다.

인간의 무의식 세계에 존재하는 온갖 욕망과 환상 그 자체는 아무런 죄도 없다.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인식은 자신의 현실 및 환경과 맞부딪치는 경우에 발생한다. 예술가들은 그런 모순을 남달리 예리하게 감지하고 괴로워한다. 고통스럽기 때문에 그들은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 견딜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은 쓰고 그리며 노래한다. 폭풍과도 같은 창조적 작업이 완성되고 나면 그들은 다시 현실로 돌아와 허탈감과 우울감에 빠진다. 그것이 견디기 어려우면 알코올과 마약에 빠지기도 하고 더욱 깊은 좌절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저자에게는 조현병·양극성장애·우울증·공포증·강박증·알코올중독 등 다양한 정신질환에 시달리면서도 위대한 창조적 작업에 일생을 바쳤던 그들이 '위대한 환자'다. 그들은 남다른 직관력과 감수성을 통해 범인이 근접할 수 없는 무의식적 비밀의 세계를 넘나들며 감춰진 세계를 표출해 냈다. 갈등과 고통속에 살면서 세속의 안락과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그리고 사회적 규범에 얽매어 살기에는 너무 강한 욕망과 환상의 세계를 추구했던 이들이었기에 그만큼 고통스런 삶의 대가를 치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심각한 정신질환 뿐만 아니라 노이로제·우울증·약물중독·알코올중독·성격적 결함·정체성 혼란 등을 겪은 이들까지 예술가들의 삶에 폭넓게 다가선다.

모두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는 음악과 무용의 세계, 2부에서는 색채와 조형의 세계, 3부에서는 시의 세계, 4부에서는 소설과 희곡의 세계, 마지막 5부에서는 자살한 천재들을 다룬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천재적 예술가들은 그들이 안고 있는 정신적인 문제들 속에서도 한계를 극복해 나갔다.

저자는 책을 통해 위대한 천재들일수록 더욱 큰 정신적 고통과 갈등에 시달렸으며,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그 누구보다 힘겨운 정신적 방황을 거듭하며 살았다는 사실들을 보여준다. 또 창조적 인간은 평범한 삶에 결코 만족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신이 겪는 정신적 고뇌를 창조적 작업으로 승화시키며 스스로를 지켜나갔던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들이 어떤 특정한 정신병리를 보였다고 해도 그들이 남긴 창작의 결과까지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저자는 "이 책은 정신질환을 앓는 많은 환자들에게 큰 용기와 희망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며, 임상의들에게도 환자들을 격려하는데 유용한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치료와 정신분석에 주된 관심을 기울여 한국정신분석학회 회장·간행위원장을 역임한 저자는 그동안 <프로이트, 인생에 답하다> <마음의 상처, 영화로 힐링하기> <정신분석을 통해 본 욕망과 환상의 세계> <정신분석으로 본 한국인과 한국문화> <세상을 놀라게 한 의사들의 발자취> <프로이트와 함께 하는 세계 문학일주> <카우치에 누운 시인들의 삶과 노래>등을 펴냈다(☎ 02-330-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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