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하 외 지음/한국의사수필가협회 엮음/도서출판 재남 펴냄/1만 2000원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의 혼란 속에서도 진료실을 지켜오며, 글을 통해 수필계에 새 지평을 열어줬던 의사수필가 다섯 분의 작품이 한 데 모아졌다.
한국의사수필가협회는 김사달·박문하·최신해·빈남수·이장규 선생의 유고를 정리해 첫 번째 한국의사수필선집으로 <잃어버린 동화의 시절>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는 격변기 속 가난하고 무지한 환자들에게 무한한 연민을 갖고, 치유와 계몽에 혼신을 다했던 작고한 의사수필가들의 역정을 되새겨 볼 수 있으며,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우리 민족의 애환이 글을 통해 생생하게 살아난다.
이들은 모두 1960∼1970년대 한국 문단에서 주옥같은 수필을 통해 주목을 받았다.
맹광호 초대 한국의사수필가협회장은 "의사들의 인문학적 글쓰기가 의사들의 삶을 좀 더 유연하고 보람있게 해줄뿐 아니라, 의사-환자 관계를 개선해 환자진료에도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주게 될 것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라며 "이번 작고 의사수필가 5인의 수필선집이 의사 수필쓰기 활동에 하나의 기폭제가 될 것을 확신하며, 평소 수필 읽기와 쓰기에 관심을 가진 다른 동료 의사들에게는 물론 일반 독자들에게도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게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 책 속 의사수필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약력은 다음과 같다.
▲박문하(1918∼1975)-부산민중병원장·국제펜클럽 한국위원·한국수필가협회 이사·한국문인협회 부산지부장 역임. 저서-<배꼽 없는 여인> <인생 쌍화탕> <씨 뿌리는 사람들> <낙서인생>.
▲최신해(1919∼1991)-국립 청량리뇌병원장·대한신경정신과학회장·의료문인 단체 <수석회> <박달회> 회장 역임. 저서-<제3의 신> <내일은 해가 뜬다> <외인부대의 마당> <태양은 멀다> <물가에 앉은 철학> <국보 찾아 10만 리> 등 33권의 수필집과 의학서적 <노이로제의 치료> <의학 속의 신화>. 2011년 <최신해 수필전집>(전9권) 발간.
▲이장규(1926∼1985)-원자력병원장·한국수필가협회 회원·한국문인협회 회원 역임. 저서-<눈사람> <속상한 원숭이> <낮은 목소리> <청진기 야화>.
▲빈남수(1927∼2003)-빈내과의원장·상주적십자병원장·한국문인협회 포항지부장·한국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포항지부장 역임. 저서 <괄호 밖의 인생> <망각의 이방지대> <고희 기념문집>.
▲김사달(1928∼1984)-독학의로 의사면허 취득후 일본에서 의학박사학위 받음. 박애병원장·한국수필가협회 부회장·의협신문 편집인 역임. 서예가·문필가. 제1회 한국수필문학상 수상. 저서-<서봉서화집>.
이번 수필집에는 모두 41편의 수필이 실려 있는데, 박문하(약손·잃어버린 동화·어떤 왕진·소 콜라 테스·입에 신을 물린 조선어 선생·악덕의사·손가락이 닮았다·의사와 문학), 최신해(민박·외국어·정조도 선물인가·앙칼진 숙적·권하고 싶은 책 세익스피어 햄릿·머리·과잉충성·과학적 미신), 이장규(외상진찰·사깃니·추억의 바이올린·업둥이·머리카락·어느 인턴·심기불편·여와 남), 빈남수(회억의 삼층장·실수의 미학·재수생의 고배·은수저·호박잎의 향수·괄호 밖의 인생·망각의 이방지대·낙엽을 보며 생각한다), 김사달(선택·지족·족지절·호계삼소·기우·용어 정화 유감·문명과 공해·나의 경험적 수필론·세대 유감) 등이다.
책 말미에 김애양 한국의사수필가협회 부회장은 '삶을 풀어 쓴 글'(우하 박문하 선생님께)을 통해 "하늘나라에서 어떤 힘을 행사할 수 있다면 부디 수필 쓰는 우리들이 더욱 문학을 잘 알 수 있도록 해주세요. 무학을 통해 남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불어 푸근하게 살도록 도와 주세요. 그리고 이 땅에서 수필이 날로 더 발전하도록 애써 주세요. 문학이 본업이 아니면서도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의사들에게 앞길을 여러주신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라는 헌사를 바쳤다.
이 책을 출간한 한국의사수필가협회는 2008년 6월 수필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의사 37명이 모여 창립한 이후 7번째 합동문집을 출간하고 있으며, 전국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수필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02-3453-3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