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점이라는 것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자지만 병신년에 자궁경부암 백신 안전성 논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작두를 한 번 타본다. 물론 신묘하신 '그 분이 오셔서' 알려준 것은 아니다. 과거 사례를 보고 합리적인 추론을 해보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자궁경부암 백신 NIP(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 첫 해였던 2013년 6월 일본은 혼란에 빠졌다.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은 13∼16세 여자중학생들이 복합부위통증증후군·급성파종성 뇌척수염·길랑바레 증후군 등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그 해 보고된 백신 관련 이상반응만 1968건, 그중 심각한 이상반응은 360건이었다.
일본 정부는 즉각 '접종권고' 조치를 중단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2년이 지난 현재 당시 이상반응 중 백신과의 연관성이 입증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당시 혼란으로 일본의 접종사업은 삐걱거렸고 인접국인 한국마저 백신 접종 건수가 반토막도 모자라 1/3, 1/4토막이 나버렸다. 줄어든 백신접종 건수는 아직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발 백신 논란이 '단기간에', '대규모로 접종하다'보니 일어난 필연적 '오해'로 보고 있다. 일본은 13∼16세 여자 중학생 100여만명에게 두 달동안 집중적으로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했다.
단기간에 가뜩이나 예민한 여자 청소년을 대상으로 대규모 접종을 하다보니 백신과 상관없는 온갖 이상반응을 백신과 연관지으면서 대규모 혼란이 빚어진 것이다.
단적으로 일본에서 이상반응으로 불거진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유병률은 100만명당 10∼40명 정도다. 접종이 없었더라도 접종대상 중 40여명이 백신 접종과 상관없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앓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프랑스 정부가 1970년 백일해 백신 예방접종을 하면서 폭증한 영유아 돌연사 논란도 대표적인 사례다.
프랑스 정부는 백신접종과 돌연사와의 연관성을 의심해 조사에 나섰지만 아기를 바로 눕혀 재우도록 하면서 돌연사는 급격히 줄었고 백일해 백신은 누명을 벗었다.
내년 국내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대상자는 22만명의 12세 여자아이다. 접종은 방학이 끝난 후 하반기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역시 대규모로 비교적 단기간에 접종되는 셈이다.
특히 자궁경부암 백신은 2년 전 일본에서 안전성 논란이 일었던 전례가 있고 12세 여자아이는 한창 예민한 시기다. 내년 부작용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크게 보는 이유다.
질병관리본부는 내년에 불거질 수 있는 안전성 논란을 대비해 백신이 안전하다는 정보를 선제적으로 알려야 한다.
일본발 안전성 논란 이후 세계산부인과학회(FIGO)는 2013년 8월, 세계보건기구(WHO)는 2014년 2월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지속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이미 결론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