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헌법상 직업선택 자유·평등권 침해 판단...헌법재판소 결정 요청
성범죄로 벌금형만 받아도 10년 동안 취업을 제한하고 있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이 헌법을 위반하고 있는지를 가려달라는 위헌법률심판이 청구됐다.
인천지방법원 제2행정부(부장판사 안동범)는 A씨가 아청법 제56조1항과 제58조2항에 대해 신청한 위헌법률심판 제청(2015아5134)을 받아들였다고 21일 밝혔다.
아청법 제56조(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의 취업제한 등)는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또는 성인대상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자는 그 형 또는 치료감호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집행이 유예·면제된 날부터 10년 동안 가정을 방문하여 아동·청소년에게 직접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료인의 경우에는 10년 동안 의료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58조 2항은 제56조제1항을 위반한 경우,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을 운영 중인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의 장에게 운영 중인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의 폐쇄를 요구할 수 있다.
성형외과를 운영 중인 A씨는 2014년 12월 17일 환자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 인천지법에서 벌금 500만원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받았다.
인천시 남동구청장은 A씨의 형이 확정되자 아청법을 근거로 지난 7월 17일부터 2015년 8월 21일까지 성형외과 폐쇄를 요구하는 처분을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폐쇄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 아청법 관련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다.
인천지법은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문을 통해 "성범죄의 내용 및 불법성의 정도, 성인 대상 성범죄인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인지 여부, 성범죄자가 종사하는 직업과 관련하여 성범죄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 형의 정도, 성범죄자의 성범죄 전력 및 성범죄자에게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지 여부 등과 관련 없이 성범죄자이기만 하면(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하여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 제5항에 따라 벌금형을 선고받은 자는 제외) 예외를 두지 않고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시설을 운영하거나 아동·청소년 관련시설에 취업할 수 있는 권리를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면서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직업선택의 자유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만한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관련된 직업을 선택할 권리는 예외 없이 모두 제한하고 있고, 특히 의사라는 직업군의 경우 의료기관에의 취업 및 의료기관의 운영 외에 다른 방법으로 그 직업을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다른 직업군에 비하여 의사의 직업선택의 자유 내지 직업행사의 자유를 과잉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청법이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음에도 예외 규정을 두지 않아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이 사건 법률조항은 행위 태양의 특성이나 불법성의 경중, 피해 대상자를 고려하여 취업제한 대상 범죄를 축소하거나, 법정형이나 선고형에 따라 제한대상·제한기간 등을 세분화하거나, 별도의 불복절차를 두는 등 충분히 가능하고 덜 침해적인 수단을 채택하지 않은 측면에서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인천지법은 "성범죄의 구체적 행위태양이나 불법성의 정도, 재범의 위험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아동·청소년 관련시설 등에 취업 등을 제한하고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의 폐쇄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경미한 성범죄나 성인 대상 성범죄를 저지르고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들에 대하여는 예외적으로 달성되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 사이에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익균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