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췌도 1대 1 이식, 첫 당뇨병 완치

다른 사람 췌도 1대 1 이식, 첫 당뇨병 완치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12.2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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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췌도이식팀 'JKMS'·'Transplantation' 발표
면역억제제 필요없는 이종 췌도이식 동물실험 성공...췌도 연구 청신호

▲ 뇌사자가 기증한 췌장에서 이식에 적합한 고순도 췌도를 분리, 간문맥 내로 이식한다.
국내 의료진이 뇌사자의 췌도를 이식, 당뇨병을 완치하는 데 성공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췌도이식팀(내분비내과 윤건호·이승환·양혜경/외과 홍태호/영상의학과 최병길 교수)은 당뇨병을 앓고 있는 60세 남성 A씨에게 뇌사자의 췌도를 단독으로 이식, 인슐린 투여를 중단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서울성모병원 췌도이식팀은 2013년 다른 사람의 췌도를 이식하는 동종췌도이식에 도전했으나  잇따라 실패했다. 췌도이식팀은 3번 째 이식에 성공했다.

A씨는 30년 전 제1형 당뇨병을 진단받아 하루 4회 인슐린을 주사하고, 하루 7회 이상 혈당을 측정하며 생활했다. 하지만 철저한 관리를 했음에도 심각한 저혈당과 저혈당 무감지증이 반복적으로 발생, 2008년 췌도 장기이식을 신청했다.

당뇨병은 췌장의 췌도 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 발생하는 병이다. 당뇨병 조절을 위해, 부족한 인슐린의 분비를 강화시켜주거나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는 약제 등이 사용된다.

제1형 당뇨병, 일부 제2형 당뇨병 혹은 수술 등으로 췌장이 없어 인슐린 분비능이 현격히 저하된 경우,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사하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철저히 생활 습관을 조절하고, 인슐린을 규칙적으로 투여함에도 일부에서는 극심한 저혈당과 고혈당이 발생한다. 반복적으로 저혈당에 노출되면 저혈당 무감지증이 나타나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의식을 잃기도 한다.

췌도이식팀은 11월 11일 뇌사자가 기증한 췌장에서 이식에 적합한 고순도 췌도를 분리, A씨의 간문맥 내로 이식을 진행했다. A씨는 동종췌도 단독이식 후 합병증 없이 퇴원했다. 현재 하루 총 30∼50단위의 인슐린을 모두 중단한 채 정상 혈당을 유지하고 있다.

췌도 이식 후 인슐린을 모두 중단하기 위해서는 2∼4회의 반복이식이 필요하다. A씨 사례처럼 하나의 기증 췌장에서 분리된 췌도를 1대 1로 이식해 인슐린을 중단한 사례는 해외에서도 드물다.

서울성모병원 선도형면역질환융합연구사업단(사업단장 양철우)과 세포치료센터(센터장 조석구)는 오랜 기간 인슐린 투여에 의존해야 하는 환자들을 위해 췌도이식과 이식법 개선을 위한 다학제간 연구와 함께 진료형 세포치료센터 외래를 개설, 치료법 개발에 주력했다.

서울성모병원 췌도이식팀은 2013년 국내에서 처음 시행한 동종췌도 단독이식 임상결과를 <The Korean Academy of Medical Sciences>(JKMS) 7월호에 보고했다. 59세 여성 B씨는 당뇨로 저혈당에 노출됐으나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저혈당 무감지증에 시달렸다. B씨는 뇌사자의 췌도 이식 수술을 받은 후 자체적인 인슐린 분비가 가능해 졌으며, 심각한 고혈당과 저혈당의 빈도가 감소하고, 저혈당 무감지증이 호전됐다.

▲ 30년 동안 당뇨병을 앓고 있는 A씨는 지난 11월 뇌사자의 췌도를 단독으로 이식받은 후 인슐린 투여를 중단, 당뇨병 완치 판정을 받았다. 췌도이식팀 의료진이 A씨의 완치를 축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석구 세포치료센터장·양철우 장기이식센터장·A씨·윤건호 교수(내분비내과)·최병길 교수(영상의학과).

췌도이식은 뇌사자의 공여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건강한 췌도세포만을 분리, 당뇨병 환자의 간문맥에 주입해 당뇨병을 완치하는 치료법.

하지만 타인의 세포를 이식하기 때문에 면역억제제를 사용해야 한다. 상당수 면역억제제는 혈당을 상승시키는 부작용이 있고, 이식된 췌도 세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췌도이식은 고형장기이식과는 달리 반복이식을 해야 하지만 생체이식이 불가능하며, 뇌사자의 췌도를 이식해야 하므로 공급이 제한적이다. 뇌사자의 췌장을 확보했더라도, 분리된 췌도의 수량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이식을 진행하지 못하고 폐기해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수요 대비 공급이 5%미만에 불과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윤건호 교수는 "췌도이식은 공여 장기가 부족하고, 면역억제제 부작용 문제가 있을 뿐더러 다른 장기이식 환자와 달리 건강보험 산정특례나 면역억제제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해 환자가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동종췌도이식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췌도를 이용해 다양한 종류의 이식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외국과는 달리 숭고한 뜻으로 기증받은 췌도를 수량이 적다는 이유로 전량 폐기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힌 윤 교수는 췌도이식에 관한 연구를 가로막고 있는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성모병원 췌도이식팀은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동물의 췌도를 캡슐로 둘러싸 면역보호막을 형성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췌도이식 때 발생할 수 있는 거부반응을 최소화할 수 있고, 기존 췌도이식과 달리 면역억제제를 복용하지 않는 장점이 있는 키토산·알긴산 면역보호막 캡슐연구는 현재 동물실험모델에 성공, <Transplantation> 10월호에 발표했다.

돼지의 췌도를 분리, 당뇨병이 유발된 쥐에 이종캡슐화 췌도이식을 진행한 결과, 면역억제제 없이 1년 이상 정상 혈당을 유지했다.

당뇨병이 유발된 비글견에 캡슐 동종췌도를 이식한 결과, 총 3마리의 비글견에서 이식 후 최장 231일까지 인슐린 없이 정상 혈당을 유지했다.

당뇨병 중동물 모델에서 이식 후 인슐린 없이 231일 동안 정상 혈당을 유지한 것은 세계 최장 기간으로 알려져 있다. 이식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캡슐이 주변 복강 조직에 유착되지 않고 자유롭게 떠다니는 것을 확인, 생체적합성도 우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췌도이식팀은 현재 당뇨병 원숭이를 이용한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윤 교수는 "캡슐화 췌도이식 기술에 이종췌도세포를 접목시켜 무균돼지에서 분리한 췌도를 이식원으로 사용하거나, 이종췌도를 면역차단 캡슐을 이용해 면역억제 없이 이식할 수 있다면, 당뇨병과의 싸움에 지친 환자들에게 복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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