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즌 녹십자·SK케미칼·GSK 3판전 치열
풍부한 접종사례 vs 강한 마케팅 공세 구도
세 가지 4가 플루 백신이 나름의 특성을 무기로 시장을 어느정도 나눠 가질지 관심이다.
녹십자의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프리필드'는 국산 첫 4가 백신이라는 상징성과 3가 플루 백신을 오랫동안 생산한 녹십자의 백신제조 노하우가 만났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녹십자는 국내 대표 플루 백신 제약회사다. 최근까지 다양한 국산 3가 플루 백신이 출시됐다고 하지만 대부분 녹십자가 생산한 원료를 가공해 자사의 브랜드를 붙인 경우가 많았다.
녹십자의 이런 노하우와 기술력은 아직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녹십자의 첫 4가 백신이라는 우려를 상당부분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탄탄한 기존 3가 플루 백신 마케팅망도 점유율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플루 백신의 주요 대상이랄 수 있는 19세 미만 청소년과 소아에 대한 적응증을 아직 승인받지 못한 점은 걸림돌이다.
기존 3가 플루 백신과 4가 플루 백신 대상이 겹치는 만큼 두 백신이 서로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지 않도록 차별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산 4가 플루 백신 적응증 확대 필요
SK케미칼의 4가 플루 백신 '스카이셀플루 4가'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 최초의 세포배양 4가 플루 백신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국산 첫 4가 플루 백신이라는 상징성을 놓쳤지만 첫 '세포배양' 4가 플루 백신이라는 상징성은 놓칠 수 없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특히 SK케미칼은 최근 몇년 동안 3가 플루 백신 점유율 '넘버1'을 기록할 만큼 탄탄한 마케팅망을 과시하고 있다. 4가 플루 백신 판매에서도 막강 마케팅력은 돋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단가가 기존 유정란방식보다 높지만 유정란 방식보다 효과가 뛰어나다는 근거는 없어 경쟁 백신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하기 어렵다는 점은 단점이다.
녹십자 백신처럼 19세 미만 청소년과 소아에 대한 적응증을 아직 받지 못한 점과 자사의 3가 플루 백신시장을 갉아 먹을 수 있다는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한다.
세포배양 3가 플루 백신에 이어 4가 세포배양 플루 백신 생산이 처음이라는 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SK케미칼은 올해 처음으로 출시한 세포배양 3가 플루 백신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일부 제품이 항체 함량 미달판정을 받아 폐기됐다.
세포배양 플루 백신을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처음으로 생산하다보니 벌어진 일로 보인다. SK케미칼은 녹십자로부터 관련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등 나름 공을 들였지만 일부 백신이 함량미달 판정을 받으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물량확보·마케팅 열세 핸디캡 극복해야
GSK의 4가 플루 백신 '플루아릭스 테트라'는 해외는 물론 올해 국내에서 접종되면서 실질적인 검증을 마쳤다는 점이 강점이다.
특히 청소년은 물론 3세 이하 소아에 대한 적응증까지 확보하고 있어 19세 이상으로만 적응증을 받은 녹십자와 SK케미칼의 백신보다 돋보인다.
글로벌 GSK로부터 '충분한 국내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와 무주공산이었던 올 시즌과는 달리 내년 시즌에는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했졌다는 점은 부담이다.
올해 한국GSK는 플루아릭스 테트라 물량을 150만 도즈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한해 국내 플루 백신 소비량이 2000만 도즈라는 것을 고려하면 10% 점유율도 안되는 수치다.
내년 시즌에는 부지런히 글로벌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밀리는 마케팅에 대해서도 막강 화력을 자랑하는 유한양행과의 공동판매를 통해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4가 플루 백신간의 경쟁은 물론, 4가 플루 백신이 3가 플루 백신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면 내년 플루 백신 접종시즌은 그 어느 해보다 불확실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