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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스스로 선택하는 죽음

[신간] 스스로 선택하는 죽음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6.01.0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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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도메니코 보라시오 지음/김영하 옮김/동녘사이언스 펴냄/1만 4000원

 
2009년 대법원이 처음으로 존엄사를 인정한 '김할머니사건' 이후 6년여만에 '연명의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합법적으로 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잘 사는 것 못지 않게 '웰다잉'이 부각되면서 인간의 죽음이 존엄한 삶의 마무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논쟁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유럽 완화의료학계를 이끌고 있는 지안 도메니코 보라시오 스위스 로잔의대 교수가 쓴 <스스로 선택하는 죽음>이 출간됐다.

완화치료의학은 남은 삶이 제한된 환자가 삶의 질을 높이고 인간답게 죽을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연구하며 치료하는 분야다. 우리나라도 연명의료법이 통과됨에 따라 호스피스 의료대상이 확대되면 이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호스피스 완화의학과 임종간호에 대한 인식과 시설이 열악한 현실 가운데 수요가 늘게되면 임상적으로 다양한 윤리적 문제와 갈등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죽음을 앞둔 환자와 가족, 그리고 의사가 앞으로 겪게 될 다양한 선택의 문제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면서 비현실적인 치료 가능성을 내세워 환자를 위험과 부작용에 노출시키는 대신 완화치료의학을 통해 존엄성을 지키며 죽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네덜란드·스위스·벨기에·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발생한 존엄사 관련 논쟁과 임상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선택한다는 것의 의미와 가능성에 대해 하나씩 짚어나간다. 또 의사로서 환자의 임종과정에 동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성찰의 일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진정으로 원하는 죽음을 선택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이어 자본의 논리에 종속된 건강산업의 실체를 비판하면서 존엄사 합법화 이후 과잉진료 문제의 중요한 대안이 될 완화치료의학과 임종간호 분야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이 책은 먼저 1부 '존엄사의 의미'에서는 독일의 법적 상황과 임상사례를 근거로 자율적 죽음에 관한 논쟁에서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지만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능동적·소극적·간접적 존엄사, 자의임종 보조, 안락사 등의 다양한 개념을 명확하게 정립한다. 이와 함께 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좀 더 중요한 문제에 전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하는 존엄사 법률 제정을 위한 법률안을 제시한다.

이어 2부 '스스로 선택하기의 의미'에서는 지금까지 논쟁에서 거의 배제됐으나 실제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임종 순간의 선택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의미가 있는 죽음의 자율성에 대해 다룬다. '자율'의 의미를 더 깊이있게 고찰하고 사전조치, 가족의 역할 및 사회심리학적·문화적·영적 요소, 그리고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우리가 하는 선택들에 건강산업이 미치는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결국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경제적 관점을 1순위로 생각하지 않는 보건의료시스템 구축"이라고 단언한다. 완화치료의학과 임종간호 분야에 대한 관심을 높임으로써 죽음을 앞둔 환자가 더 이상 이윤추구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고 자율적으로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넓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031-95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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