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고] 의약분업 국민투표를
시론 [기고] 의약분업 국민투표를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3.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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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규(부산 세브란스소아과)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기 보다는 차라리 강간당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체 어떤 곳이기에 강간과 린치를 당하고서도 그곳에 다시 가지 싫었을까? 또 만약 그것이 그대의 사랑스런 딸이나 누이의 일이었다면 그대는 과일 후식이나 즐기며 한가로이 누워 있었을까?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슬픈 이야기를 외면한 채 그저 맥주 잔을 들이키며 새 정국 이야기에 열중한다.

가지지도 먹지도 못하며 천민처럼 살아가지만 그들의 부모가 누구였던 간에 태어날 즈음 그들은 그대들이나 다름없는 엄마 아빠의 소중한 딸들임에 틀임없었다. 굶주리고 맞아서 터진 입술로 찬 바닥에 쓰러져, 짐승처럼 긴 울음으로 밤을 지새운다 해도 우리들은 맥주거품을 닦으며 세상은 여전히 살만한 곳이라며 새 대통령의 당선을 기뻐한다.

야무지게 무장된 페미니스트들은 그녀들의 권리만을 주장할 뿐 자매들의 불행에는 입을 다물고 기름진 뱃살의 북한 위정자들은 그들의 권력과 부귀에만 신경쓸 뿐인데 이땅의 진보주의자들은 오히려 그들을 우상화시키고, 이의 비판을 반통일과 보수반동으로 몰고 있다.

사기꾼에 파괴된 동포들의 가정과 유린당하는 외국노동자들로 나라가 온통 먹칠 당하여도 우익보수들은 한 번도 제대로 꾸짖지 못한다. 먼 나라 속 이야기처럼 탈북 동포들의 아픔들에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는다.
 
불쌍한 탈북 동포들처럼 아무런 관심도 원칙도 없이 유린당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의료정책이다. 의료 정책은 위정자들이나 의사나 약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국민의 건강을 위하여 존재한다.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아픈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보다 넓고 편리하게 양질의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의료정책이 존재하나 지금 이 나라의 의료정책은 그와는 정 반대로 나아가고 있다.

부실 기업에는 160조란 천문학적 자금을 퍼 부우면서도 그들이 공약했던 의료보험료 50% 지원은 나 몰라라 하고, 재정이 적자라며 진료일수를 줄여 아파도 참게하며, 일반약과 비보험분야를 높여 국민들에게 고액의 의료비를 추가 부담시켜 서민들을 더욱 핍박하고 있다. 나아가 의료수가를 낮추고는 의사들에게 싸구려 치료만을 강요하고 있다.

국민의 뜻이나 환자를 위하기보다는 의료정책을 기획 강행한 정부와 몇몇 어용 교수들의 체면과 명예, 그리고 특정 이익 집단만을 위하여 반국민적 정책을 강행하고 있으며, 재정적자 완화만을 위하여 국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최근 정부는 OECD와 비교하여 약값을 7.2% 인하시킨 적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OECD나 선진국의 예를 들면서 의약분업과 약품분류만은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일반 매약(OTC, 약국이 아니라 슈퍼나 구멍가게에서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약)은 아예 없애어 약사만이 독점으로 비싸게 약을 팔게 하고, 일반약은 왜 그렇게 황당하게 많이 분류하여 전세계 그 유래가 없을 정도로 수많은 전문약을 약사들이 마음대로 팔 수 있게 만들었는지, 그들의 양심에 한번 물어 보고 싶다.

비근한 예로 청소년들이 환각제로 다량 남용하여 사회적 문제가 된 '러미라'라는 약은, 외국과는 달리 한꺼번에 많이 먹을 수 없게 그 모양까지도 크게 만들었는데, 우리 나라만은 과거 제약사나 약사들이 마음대로 팔아 오남용을 조장하였으며, 최근 사회적 문제로 매스컴에 알려지기 얼마 전까지도 한때 일반약으로 분류하여 마음대로 팔 수 있게 하는 등, 수많은 전문약을 일반약으로 분류하여 오남용을 부추기고 있다.

또 최근 현탁액을 제외한 대부분의 소화제와 제산제를 일반약으로 재분류하고 국민들이 직접 비싸게 사먹게 하여 국민을 위한 의료정책인지 약국 부흥책인지 헷갈리게 하고 있다.

약대생들은 전세계 최초로 6년제를 도입하여 의료 행위뿐만이 아니라 한약 조제권도 가지겠다고 데모하고 있고, 약사들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의료인 행세를 하고 있다. 약사들과 어용학자들의 요구대로 성분명 조제를 하겠다고 하는 것이 OECD에서 시행하고 있고 또 권장하고 있는 사항인지, 또는 정말 국민 건강을 위한 것인지, 경솔한 판단은 아닌지 한번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의료의 주체는 약사가 아닌 의사이다. 어느 나라건 약사는 법적으로 의료인이 아니다. 그러나 이 나라 의료 정책은 그 주체인 의사들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하지도 않고 약사나 어용학자의 의견만을 의료정책으로 채택하니 의료대란이 날 수 밖에 없었고 아직도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생각한다.

나아가 인의협 등의 보건의료단체연합는, 의사들로부터 얼마나 착취당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의사들을 타파해야 할 주 대상으로 보고 의료자본 사적 소유를 금지시키고 의사들을 빈민, 프롤레타리아화 해야 한다 주장하고 있다.

의사들을 중산층도 아닌 프롤레타리아로 만든다면 결국 그 피해는, 최근 비인기 전문과목 전공의 정부 지원처럼 의사수의 격감과 의료질의 퇴보로 환자들이, 그것도 외국에 나가 치료받을 수 없는 중산층과 서민들이 가장 많이 받을 것이라는 간단한 사실도 모르고 있다.

의약분업 실패는 불편은 차치하고라도 그 재정파탄의 원인은 다시 말하기도 입 아프지만 노령 인구의 증가, 새로운 의료기술의 도입, 의료인구의 증가 등으로 매년 자연적으로 20% 내외의 의료비 증가에 대한 미대비, 그리고 정부가 약속한 의보재정 지원 미집행, 그리고 가장 큰 원인인 약국에 대한 조제료의 급등 때문이다.

의약분업 전 총 의료비는 13조였지만 지금은 18조로 5조나 증액되었으며, 그 중 약국에 약 6조나 지출되고 있어 의약분업 전보다 약 천 몇백%나 증가된 것이 재정적자의 주원인이다. 그러나 의료수가는 매년 인하되어 2002년 봄 2.9% 인하 후 의약분업 전보다 오히려 더 낮아 졌으며 전체 보험지출액 중 의사들에게 지급된 총 금액도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러나 정부와 매스컴은 여전히 의사 죽이기와 매도에 앞장서고 있으며 의약분업 실패가 의사들의 반대와 높은 의료수가에 있다며, 의약분업 시행 2년 후 의원의 수입이 무려 평균 64%나 증가되었고 70%이상 수입이 증가한 의원도 무려 45.9%에 달한다는 근거없는 통계로, 2003년 다시 의료수가를 8.7% 내린다 한다.

약국의 조제료도 3% 내린다고 하였으나 하루 내지 이틀이 주로 처방되는 동네 약국은 오히려 조제료가 인상되고 있다. 또 약은 국민들이 먹고 약품대는 약사들이 청구하여 약사에게 지급하면서, 그 삭감은 처방만 할 뿐 약품대를 전혀 청구하지 않는 의사들의 진찰료에서 그것도 과다 청구와 부당 청구로 매도하면서 매년 3천억 이상을 부당 삭감을 하고 있는 것은 어느 나라에 있는 법인지 정말 알 수가 없다.
 
의사들과 의협이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던 간에 새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고 흔쾌히 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이라 생각한다.

끝난 일로 시비를 거는 것은 소인배의 짓거리며 뒷말을 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지만 이번 대선에서 노후보는 부패 정권의 부담을 지고도 정직하고 원칙을 지키는 서민의 대변인으로, 또 노사모, 인터넷, 사랑의 돼지 등으로 특히 젊은이, 진보층과 서민들의 지지를 받았으며, 이후보는 표정이 많이 부드러워졌으나 보수나 상류층 또는 노장년층의 표만을 얻었을 뿐 기존 정치에 염증을 느꼈던 국민들이나 서민들에게서 지지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사견이지만 특히 50% 투표율도 안되었던 젊은 층보다는 부유한 서초구를 제외한 서울 전역, 경기, 충청, 산간지역까지 모두 서민들의 지지에서 승패가 갈렸다. 이는 IMF 이후 중산층 몰락으로 서민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새 대통령은 재벌 부유층이나 의사들을 위시한 상류층을 위하기보다는 서민층을 위한 정책을 많이 펼칠 것으로 생각되는데, 의료정책에 있어서는 어느 이익집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우선은 국민들의 건강 증진과 환자들을 위한 정책을 편다면 비록 그것이 의사들에게 불리한 정책일지라도 의사들은 반대하지 않을 것이며, 전문가로 자처하는 몇몇 사이비 학자나 당의 의료정책위원들의 의견이 아니라 그것이 진정 국민과 서민들을 위하는가를 우선 고려해 주신다면 의료대란 같은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올바르고 훌륭한 정치일수록 정치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국민을 편하게 해주며 조용하게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나 엉터리일수록 시끄럽고 탄압이나 독재 같은 무리수가 나타난다는 것은 고금의 진리이다.

그러므로 국민이 원치 않고 불편해 하는 것이나 계층간의 이해가 다르고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정직하게 그 사실을 인정하고 과감하게 국민투표 등으로 국민의 뜻을 물어 결정함이 정도라 생각한다. 말많은 의약분업과 의료정책은 특히 그러해야 하는데, 독단이 아닌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실패하지 않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첩경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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