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 먹고 25%만 만족...두통 경험 후 병·의원 내원 14.8%
대한두통학회, '두통의 날' 제정...전문의에게 치료받기 권고
또 만성두통 증상은 진통제를 복용한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진통제를 남용할 경우 오히려 통증이 심해질 수 있어 전문의와 상담 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두통학회는 19일 오전 11시 플라자호텔에서 '제1회 두통의 날'(1월 23일)을 선포하고, 전국 14개 병원의 신경과를 내원한 만성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만성두통 환자의 삶의 질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성두통 환자 351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조사 결과, 두통 경험 후 3개월 이내에 병원을 내원한 환자는 약 23.2%(52명/224명)에 불과했다.
또 21%(47명/224명)와 19.2%(43명/224명)가 두통 경험 후 각각 '3개월 이후 1년 이내'와 '1년 이상에서 3년 이내'에 병원을 내원했다.
'두통 경험 후 3년 이후'에 내원한 것으로 답변한 이들의 비율도 약 36.6%(82명/224명)로 나타나 만성두통 환자 중 상당수가 병원 치료를 미루는 경향을 보였다.
▶업무·학업 수행 등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 커져
학회는 두통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조사했다.
조사결과 약 24.2%(85명/351명)가 최근 3개월 내 두통으로 인해 직장에 결근 또는 학교에 결석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답변했다.
또 약 47%(165명/351명)가 직장에 출근 또는 학교에 출석한 상황에서 두통으로 인해 업무나 학습 능률이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을 경험했다.
특히 두통으로 인해 업무나 학습에 지장을 경험한 환자들 중에는 병원을 방문하는데 까지 소요시간이 긴 환자들이 더 많았다.
최근 3개월 내에 두통으로 인해 결근 또는 결석을 경험한 환자의 69.4%(43명/62명)가 두통 경험 후 3개월 이후에 내원했고, 30.6%(19명/62명)가 3개월 이내에 내원한 환자였다.
또 '업무나 학습 능률이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을 경험한 바 있다'고 답변한 환자의 75%(84명/112명)가 두통 경험 후 3개월 이후에 병원을 찾았다.
주민경 대한두통학회 부회장(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은 "우리사회에서는 만성두통에 대해서 환자와 주변인 모두가 이를 일시적이거나 대수롭지 않은 하나의 증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성두통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 것 처럼 업무와 학업을 수행하는 데 지장을 초래해 삶의 질 보호를 위해 신속한 치료가 요구되는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만성두통환자 진통제 복용 만족 4명 중 1명뿐
한편 두통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설문 참여자의 78.1%(274명/351명) 정도가 최근 1년 이내에 진통제를 복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설문 참여자의 63.8%(224명/351명)가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약을 구입해 복용했다고 답했으며, 병·의원에서 처방 후 약을 복용한 경우는 63.5%(223명/351명), 침을 맞는 경우 21.4%(75명/351명), 한약을 복용하는 경우 14.2%(50명/35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경 부회장은 "이처럼 만성두통 환자의 상당수가 두통 해결을 위해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지만, 진통제 복용만으로 두통을 효과적으로 조절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 진통제 복용에 대한 만족도에 대해서는 '만족' 또는 '매우 만족'으로 답변한 환자의 비율이 약 25.2%(69명/274명)에 불과했으며, '보통'으로 답변한 비율이 약 47.8%(131명/274명), '불만족' 또는 '매우 불만족'으로 답변한 비율도 26.6%(73명/274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경 부회장은 "약국이나 한의원에서 치료하다가 효과가 없어서 병원을 방문한 환자가 31%, 병원의 다른 진료과에서 진료를 받다가 효과가 없어 신경과를 방문한 환자는 24%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초기에 전문의를 찾을 것을 주문했다.
▶약물치료 시 부작용 우려…신경과 상담 요구
약물치료를 할 때 부작용도 잘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회에 따르면 베타차단제의 경우 천식·심부전·말초혈관질환·우울증 등이 있는 환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으며, 항우울제는 예방효과가 있으나 어지럼·구역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항간질약 역시 부작용으로 오심·무력증·체중증가·탈모 등이 보고됐다. 또 이러한 예방치료에도 만성 편두통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주민경 부회장은 "두통은 그 자체로 심각한 질환이 아닐 수 있으나, 반복되는 두통을 무심코 지나치면 위험한 질병의 진단이 늦어지거나 약물남용과 같은 잘못된 자가치료로 두통을 키울 수 있어 초기에 신경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원인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병건 대한두통학회장은 "만성두통의 경우 진통제 복용만으로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진통제를 남용할 경우 오히려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며 "두통이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라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만성 편두통 환자 중 73% 이상이 두통 치료제를 과다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약물을 과다 복용할 경우, 특히 트립탄제 같은 급성기 약물을 남용할 경우에는 편두통이 약물과용두통으로 변형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보톡스는 부작용이 적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두통학회는 부족한 질환 인식으로 인해 치료를 받는 환자 비율이 현저히 낮은 두통 질환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질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올해부터 1월 23일을 두통의 날로 지정하고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