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인하 명시하거나 시행규칙에 담는 안 검토
공단측 '구두 합의' 증거인정 안돼...책임론 거론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열린 스토가 약가인하 소송에서 보령제약이 주장한 정당 155원을 스토가의 최종 약값으로 인정했다. 정부가 직권고시한 정당 147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로 2년 8개월의 재판 끝에 스토가의 약값은 155원으로 확정됐다.
제약계 일부에서는 대법원이 행정부의 약가 중복 인하 기전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반색하는 분위기지만 정부는 후속조치를 통해 약가 인하 정책을 차질없이 밀고 간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와 보령제약이 서로 다른 약값을 스토가의 최종 약값이라고 맞선 배경은 '사용량약가연동제'에 따라 인하해야 할 기준 약값에 대한 다른 생각 탓이다. 사용량약가연동제는 한해 동안 특정약이 일정량 이상 사용(처방)될 경우 기준 사용량을 넘어선 처방량에 대한 정당 약값을 깎는 약가인하 기전이다.
보건복지부를 대리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014년 제네릭 출시로 스토가 약값이 155원으로 인하되기 3일 전 사용량약가연동제 협상을 마쳤다. 공단과 보령제약은 협상 당시 스토가의 정당 가격 203원에 4.9%의 인하율을 적용한 155원에 서명했다.
문제는 3일 뒤에 터졌다.
보령제약은 사용량약가연동제 협상 끝에 155원에 최종합의한 것으로 생각한 반면, 공단은 3일 뒤 떨어진 155원을 기준 약가로 삼아 4.9%의 인하율을 적용한 147원을 최종약값으로 직권고시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측 관계자들은 정부의 개별 약가인하 기전을 별도의 기전으로 인정하지 않은 법원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대법원이 스토가 약값을 155원으로 확정하면서 사용량약가연동제에 따른 약가인하 기전이 무력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결이 이미 확정된만큼 스토가 협상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우선 앞으로 사용량약가연동제를 비롯한 모든 약가인하 협상서에 추가 약가인하 기전이 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부속합의 사항으로 담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측을 대신해 약가협상에 나선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014년 스토가 협상 당시 보령제약에 추가인하 사실을 구두로 합의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근거가 없다며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속합의를 통해 추가인하 사실을 못박아 제2의 스토가 사태를 막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약가인하 기전을 규정한 정부 시행규칙 등에 아예 '현재 약값을 기준 약가로 한다'는 문구를 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속대책과 함께 스토가 협상에 나섰던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스토가 사용량약가연동제 타결 불과 3일 후, 제네릭 출시로 또 한번의 약가인하가 예고된 상황에서 합의서에 추가인하 논의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아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특히 추가인하 논의여부는 명시하지도 못했으면서 사용량약가연동제 협상에 따른 최종 약값을 193원이라고 못박아 패소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