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헌재 결정 침소봉대...좌시하지 않을 것"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일부를 허용하겠다는 보건복지부 공무원 발언에 의료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일원화 주제 정책토론회에서 김강립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헌법재판소가 현대의료기기 5종의 한의사 사용을 허용하기로 결정한 만큼 행정부는 이를 존중하고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22일 성명을 내어 "국민의 건강증진과 생명안전을 책임지는 정부 관계자로서 매우 신중치 못하고 부적절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정책관의 발언은 지난 2013년 12월 헌법재판소 결정문만을 침소봉대하고, 지금까지 사법부의 일관된 판단은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헌재 역시 한의사에게 5종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무조건 허락한 것이 아니라,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판시한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헌재는 보건위생상 위해를 가할 우려가 없어야 하며, 기기 작동·결과판독에 전문적 식견이 필요하지 않고,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 등의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헌재 결정은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한 것이 아닌 오히려 사용할 수 없는 이유를 역설적으로 말해준다는게 의협의 지적이다.
의협은 "5종의 의료기기가 자동으로 작동된다 한의사가 그 결과값을 해석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방법까지 계획하는 일련의 진단과정에서 국민에게 심대한 보건위생상 위해를 가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녹내장환자의 70% 정도가 정상안압 녹내장이므로 안압측정기에서 자동측정한 정보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다. 자동화된 기기라 하더라도 결과 판독에는 전문적 식견이 필요한 것이다.
의협은 "의료기기 사용 교육은 개괄적으로 한 번 받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수년간의 반복을 통한 훈련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국민에게 보건위생상 위해를 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헌재 결정의 근본취지를 익히 알아야 하고 이에 따른 정책을 집행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는 5종의 의료기기를 한의사에게 허용해서는 안 되며, 그것이 국민건강을 지키는 길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만약 정부가 정도를 걷지 않고 쉬운 길로만 가려고 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