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에 치우친 현 제도 외 새로운 적정성평가 기준 필요 지적
선진국도 검토 중인 만큼 1∼2개 대상군 위주로 시범사업 먼저
비용 효과성에 치우쳤다고 평가받는 의약품 선별등재제도를 보완할 기준으로 떠오른 MCDA( Multiple Criteria Decision Analysis, 다기준 의사결정방법).
이를 두고 '시기상조다' 혹은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향후 사용 빈도가 많은 약물군이나 질병군을 대상으로 MCDA를 적용하는 시범사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공개한 '신약의 급여적정성 평가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현행 약제 급여적정성 평가의 문제점을 지적, 새로운 급여 적정성평가의 기준으로 MCDA를 제안했다.
단, 선진국에서도 MCDA는 아직 검토 단계임을 강조하며 우선순위가 높은 일부 질병군이나 약물군에 시범사업을 적용해본 후 도입 여부를 검토할 것을 권유했다.
MCDA란 의약품 평가 시 기존의 경제성·치료효과·안전성 외에도 사회적 가치·공공성·혁신적 기전·기회비용 등까지 고려하는 다각적 평가 기준을 말한다. 최근 미국·영국·독일·캐나다 등에서 의약품 급여적정성의 새로운 평가 방법으로 논의되고 있다.
보고서는 MDCA의 장점으로 경제성 평가 측면에서는 포함시킬 수 없는 요소를 기준에 포함시켜 더 유연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반면, 단점으로는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증가하며, 기존 급여 평가 과정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약제품 선별등재제도가 도입된 이후 국내 약제품 급여는 주로 경제적 측면에서 평가됐다. 선별등재제도는 건보 지출에서 약제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서 증가율의 관리 필요성이 제기됐고, 신약의 조기 진입으로 비용효과적 검증이 미흡했던 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기 때문. 현재까지 급여적정성 평가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사결정, 자원배분의 효율적 배분, 약품비의 적정관리 측면에선 만족할 수준으로 운영됐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그러나 급여적정성 평가는 경제성 외에도 심리적·사회적·윤리적 요소나 의료조직 및 임상 전문가적 판단이 고려돼야 하는데 이 점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약가급여평가위원회에서 이러한 요소들을 심의하고 있지만, 이들은 계량화가 어려워 결국은 계량화된 결과로 제시되는 경제성 평가 위주로 결론을 내리게 된다는 것이다.
또 MCDA는 합리적인 결정을 위해 질병특징(질병의 위중도·임상적 필요성·대상환자 수·생애말기 질환 여부·대상질환 유형 등)과 약물특징(대체가능성·치료효과·투약비용·비용효과성·재정영향 등)을 고르게 반영하는 반면, 국내 급여적정성 평가 기준은 주로 약물특징 중심으로 질병특징은 상대적으로 덜 반영된다고 지적했다. 또 약물특징도 비용효과성이나 투약비용 같은 계량적 요소를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MCDA를 사용 우선순위가 높은 일부 대상군에 시범적용한 후 도입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단, 선진국에서도 MCDA는 제도적으로 시행한 선례가 없이 아직 검토 단계이며 방법론상 논란이 많은 점을 감안, MCDA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나라가 서둘러 도입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시범사업 방향으로는 MCDA를 적용할 질병군 혹은 약물군 중 우선순위가 높은 대상군을 1∼2개 선정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향후 MCDA 고려 요소는 무엇이며,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방법으로 고려요소와 요소별 중요도 가중치를 측정할지, MCDA 결과를 어떻게 적용할지를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가령 MCDA의 정량화 정도, MCDA 총점의 임계값 및 범주, MCDA 결과를 참조한 약가급여평가위원회의 의사결정 방법 등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방법을 통한다면 MCDA 사전 검토와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며, 시범사업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MCDA 도입 여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