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치료 의료진 "무의미한 투여 줄일 계획"
암치료비 1/3 임종 한 달 전 집중 '줄어들까?'
지난 2월 공포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 항암제 처방이 줄어들까?
대체적인 대답은 '그럴 것 같다'다. 하지만 고령화에 따른 암발생률 증가로 전체 항암제 처방시장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국적 제약사는 물론 국내 제약사들도 최근 항암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항암제는 가격도 비싸 부가가치도 높고 고령화로 수요도 급속히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은 물론 국내 시장 역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최근 의결된 연명의료결정법으로 국내 항암제 수요와 처방패턴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달 발표한 '말기 암환자의 사망 전 특정의료 이용자 현황'을 보면 2010년 사망한 7만 6574명의 암환자가 사망하기 석달 전 지출한 의료비가 7012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 전 1년간 쓴 의료비 1조 3922억원의 절반(50.4%)에 달하는 수치다.
사망 2주 전 지출된 의료비는 102억원이었다.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양전자단층촬영(PET) 등 검사비와 항암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암치료비 중 3분의 1이 임종 전 한달 동안 지출된 것으로도 조사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9∼2013년 상급종합병원 44곳을 이용한 암질환 사망자 중 '적극적으로 항암치료를 한 그룹'과 '통증완화치료만 한 그룹'의 하루 평균 진료비를 분석해 최근 결과를 발표했다.
적극적으로 항암치료를 한 그룹이 통증완화치료만 한 그룹보다 평균 진료비가 2.4배 더 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 전 입원해서 30일을 병원에서 보낸 적극적 항암치료 그룹은 진료비가 1400만원 정도 들었지만 통증완화 치료만 받은 그룹은 530만원에 그쳤다. 의료진은 사망 직전에 "현장에서 무의미한 투여가 적지않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명의료결정법이 2017년 8월 4일 시행되면서 무의미한 항암제 투여관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안명주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통원치료센터장(성균관의대 교수 혈액종양내과)은 "법이 시행되면 지금보다 항암제 투여를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지금도 무의미하다고 판단되면 투여를 만류하고 있지만 여건상 쉽지 않았다. 법이 시행되면서 호스피스제도가 안착되면 더 적극적으로 만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병철 연세대암병원 폐암센터장(연세의대 교수 종양내과) 역시 "법이 시행되면 무의미한 항암제를 투여하는 경향이 줄어들 것"이라며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투여를 만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권 의료전문변호사(법무법인 LK파트너스)는 "결국 하위법령에서 의사의 판단에 어느정도 힘을 실어줄지가 관건"이라며 "무의미한 항암제 투여가 상당히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양한 항암제를 출시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 역시 매출이 줄어드는 한이 있더라도 무의미한 투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다. 다만 무의미한 투여중단이 자칫 정부의 항암제에 대한 급여확대 의지나 관심이 줄어드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모 다국적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시기가 4대 중증질환 지원을 공약으로 한 박근혜 정부의 집권말기와 겹치며 항암제에 대한 지원확대 기조가 꺽이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무의미한 항암제 투여중단으로 절감된 비용이 현재 의학적인 근거가 있지만 급여가 안되는 항암제의 접근성을 높이는데 쓰였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의료연명결정법 시행으로 현장에서 무의미한 항암제 투여는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전반적인 항암제 처방규모 확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13년 글로벌 제약시장을 기준으로 항암제 시장을 671억달러로 집계했다. 2012년에 이어 치료제별 최대 규모다. 한국 역시 고령화로 인한 암환자 발생률의 증가로 성장세가 여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