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닥사, 브레이크있는 유일한 NOAC"

"프라닥사, 브레이크있는 유일한 NOAC"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6.03.18 05:5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존 아이켈붐 캐나다 맥마스터의대 교수

존 아이켈붐 맥마스터 의대 교수
차세대 항응고제 NOAC은 '잘달리는 차'였지, '잘 서는 차'는 아니었다. 이제는 경쟁 상대라 하기도 뭐한 '와파린'보다 빨리 달리고, 속도를 잘 유지하고, 안정적으로 달렸지만 항응고 효과를 멈추는 브레이크 즉, '역전제'가 없었다.

그럼 지금까지 어떻게 차를 세웠을까? 그냥 세웠다. 항응고 작용을 제어할 필요가 생기면 약을 끊고 반감기가 지날 때까지 기다렸다.

엑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고 차가 설 때까지 몸을 맡기는 상황을 상상하면 된다.

급하면 혈소판 투여 등 브레이크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활용해 차를 세웠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었다.

베링거인겔하임이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NOAC 역전제 '프락스바인드(성분명: 이다루시주맙)' 출시에 성공했다. 한국에서도 4일 허가받았다. NOAC을 가장 먼저 출시하더니 역전제도 가장 빨랐다.

역전제 개발은 NOAC 개발사의 한장을 장식할만한 사건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이  '프라닥사(성분명: 다비가트란)'의 역전제를 개발하면서 우리는 이제 엑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가 '짝을 이룬' 자동차를 타게 됐다. 다른 NOAC들은 마음이 급해졌다. 졸지에 브레이크없는 자동차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락스바인드 출시를 기념해 방한한 '존 아이켈붐' 교수(캐나다 맥마스터의대)를 최근 만나 역전제 개발의 의미를 들어봤다. 아이켈붐 교수는 캐나다의 대표적인 혈액·출혈 전문가로 프라닥사와 관련한 다수의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일문일답>

프락스바인드의 출시로 이제 엑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가 짝을 이룬 차를 타게 됐다.

프락스바인드 출시로 항응고제 사용과 항응고 치료의 관리 분야에서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과거에는 차가 달리는 것에만 의의를 두고 에어백 같은 기능은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이제 에어백을 갖춘 자동차가 생겼다.

에어백이 필요한 상황을 바라진 않지만 안전을 위해 반드시 갖춰져 있기를 바라는 것처럼 프락스바인드도 같은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다.

프락스바인드는 NOAC을 복용하다 응급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트렸을 때 빛을 발할 것 같다.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신속하게 수술할 수 있다는 것이 프락스바인드 출시의 가장 중요한 의의다. 생명을 위협하는 출혈이 발생한 환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물론 다양한 원인으로 출혈이 발생할 수 있어 역전제만으로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신속하게 항응고제의 효과를 없애고 나면 의료진은 다른 출혈 원인을 관리하는데 집중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전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프라닥사는 성능은 좋은데 출혈위험이 상대적으로 좀 크다는 선입견이 있다. 프락스바인드 출시는 그런 점에서 특히 프라닥사에게 무척 반가운(?) 일일 것 같다.

우선 잘못된 선입견이라고는 점을 명확히 해야 겠다. 임상시험에서 프라닥사 110mg, 150mg 모두 와파린보다 출혈 발생률이 낮다는 것을 입증했다. 특히 프라닥사 150mg의 경우 고용량임에도 와파린보다 출혈성 뇌졸중과 허혈성 뇌졸중 위험을 모두 줄였다. 전체 출혈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출혈 발생위험도 낮췄다.

NOAC 중 프라닥사가 가장 먼저 출시됐기 때문에 관심이 집중됐고 그만큼 비판을 많이 받으며 그런 선입견이 생겼을 수 있다고 본다. 선구자가 지고 갈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프라닥사는 주어진 숙명을 잘 극복했다.

선입견 여부와 상관없이 프락스바인드 출시로 프라닥사의 안전성이 더 커진 것은 확실하다. 역전제 출시 이후 프라닥사의 항응고 작용을 완전히 컨트롤하면서 미국에서는 프라닥사 처방이 덩달아 3배 가량 늘었다. 프라닥사는 프락스바인드 출시로 즉각적이며 완전한 역전제를 가진 유일한 NOAC으로 등극했다.

존 아이켈붐 맥마스터 의대 교수
'RE-VERSE AD' 연구의 경우, 프라닥사의 용량에 상관없이 프락스바인드의 용량은 5g으로 같다. 프라닥사 용량에 상관없이 프락스바인드는 단일 용량인가?

프락스바인드는 한 가지 용량으로 각기 다른 프라닥사 용량을 다 커버할 수 있다. 프라닥사 임상시험이었던 'RE-LY' 연구에서 측정된 피시험자의 체내 최고 용량을 커버하고도 조금 더 남을 정도를 프락스바인드 적정용량으로 삼았다.

응급수술이 필요한 급한 상황에서 의료진이 적정 용량을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쓸 수 있도록 배려했다.

물론 필요한 용량을 초과해도 환자에게 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프락스바인드는 안전하므로 여유있는 용량을 투여할 수 있다. 현재까지 보고된 프락스바인드의 이상반응은 거의 없다.

프락스바인드는 프라닥사에만 특이적으로 결합해 빠르고 효과적인 역전 효과를 보인다. 역전제가 목표로 하지 않는, 예를 들어 다른 응고인자들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투약 후 6시간 이내 약의 90% 정도가 체내 밖으로 빠져 프락스바인드를 투여한 다음 날 프라닥사를 복용해 항응고제 치료를 다시 시작해도 문제가 없다.

임상시험에서 위약대조군이 없다는 한계도 지적됐다.

위약대조군이 없다는 것은 의학자로서 아쉬운 부분이지만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역전제가 있는데도 위약을 투여한다는 것은 비윤리적이다. 연구자 입장에서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위약대조군을 두기보다 역전제를 투여해 환자를 살리는 방향으로 연구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NOAC 역시 같은 이유로 역전제 임상시험 연구를 하면서 위약대조군을 두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역전제 투여 후 약효가 나타나는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RE-VERSE AD 연구를 보면 90% 이상의 환자가 투여 후, 2분 이내에 프라닥사의 항응고효과가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와파린의 역전제 비타민K나 PCC의 경우 투여 후 1시간이 지나도 3명 중 1명은 역전효과를 보지 못했다. 5명 중 1명은 24시간이 지난 후에도 항응고 효과가 역전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프락스바인드가 얼마나 획기적인 약인지 알 수 있다.

믿기 어려울 만큼, 획기적인 효과와 안전성을 보이는 이런 약제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NEJM>이  2015년도 가장 중요한 논문 중 하나로 프락스바인드 논문을 꼽았다. 항응고 치료 측면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다른 NOAC의 역전제로 사용할 수 있나?

다른 NOAC의 역전제로는 쓸 수 없다. 프라닥사와만 결합하기 때문이다. 다른 NOAC들도 역전제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안다. 아마 2∼3년 정도 뒤면 다른 NOAC의 역전제가 출시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프락스바인드가 앞으로 얼마나 사용될지 궁금하다.

항응고제와 관련한 여러 임상시험을 보면 피험자 중 적게는 1%에서 많게는 3%에게 주요 출혈이 발생했다. 주요 출혈 환자 가운데 10~20%는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 이런 환자에게 모두 프락스바인드를 사용할 수 있다. 교통사고와 같은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응급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 등을 고려하면 0.5%~1% 정도 더 많아 질 것 같다.

매년 심방세동 환자 중 1∼2% 정도가 프락스바인드를 사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프락스바인드와 같이 신속하고 완전하게 출혈을 멈추는 옵션이 있다면 프락스바인드를 선택하지 않는 임상의는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출시 이후 가이드라인 변경이 예상된다.

유럽부정맥학회(EHRA)는 2015년 가이드라인에서 이미 프락스바인드를 사용권고했다. 나머지 관련 가이드라인에도 프락스바인드가 추가권고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캐나다에서 프락스바인드를 투여 받은 환자 11명은 내가 직접 처방을 하고 간호사가 투여했는데 아주 간편하고 쉬웠다.

수술 여부를 염려하는 의료진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확실한 항응고 역전효능이 입증됐기 때문에 프락스바인드는 조만간 항응고제 역전 치료의 주도적인 옵션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