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소비자 중심 전달체계 개편 제시
'2·3차 외래진료비 감산, 입원은 가산' 제안
의료취약지 권역센터에 한시적 수가 가산
또 환자 유출률이 높은 곳에 지정된 권역 중증질환센터에는 한시적으로 수가를 가산하자는 의견도 제안됐다.
환자단체연합회 등 메르스극복국민연대가 주관한 '의료소비자 중심 의료전달체계를 위한 과제와 방안 모색 세미나'가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대회의실에서 23일 오전 10시에 열렸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지난해 메르스 사태 이후 비효율적 의료전달체계가 경제적·산업적 영역에서뿐 아니라 의료서비스 이용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며 "올해 1월부터 보건복지부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고 있다. 이에 대한 논의 상황을 점검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날 '변화한 의료환경에서 의료전달체계 재정립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한 김윤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쏠림현상이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에 따른 것으로 봤다. 의원급이 의료 질적 수준이 상급종합병원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격차가 발생하므로 국민들이 대형병원을 선택하는 건 무분별하고 비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중심의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며 일차의료의 급여 확대·종별 역량 강화·의료 정보공개와 유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기관 종별 기능의 정립과 분화가 필요하다"며 "일차의료기관은 모든 환자에 대한 최초 진료와 포괄적 서비스 제공, 이차의료기관은 경증환자의 입원진료에 집중, 삼차의료기관은 중증환자의 입원진료와 보건의료 인력의 교육 및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하자"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종별 기능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입원 및 외래 의료이용을 의료기관 종별로 재분배할 필요가 있다"며 건강보험 진료비 종별 가산율을 조정하자고 건의했다.
일차의료기관의 경우 외래진료비를 가산하고 입원진료비를 감산, 이차와 삼차의료기관은 외래진료비를 감산하고 입원진료비를 가산하자는 것이다. 또 환자 중증도를 고려해 삼차의료기관의 경우 일부 중증환자의 외래에도 가산율을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환자의 본인부담률에도 차등을 두자고 제안했다. 일차의료기관의 외래 본인부담률, 이차 및 삼차의료기관의 입원 본인부담률은 낮추고, 일차의료기관의 입원 본인부담률과 이차 및 삼차의료기관의 외래 본인부담률은 높이자는 것.
또 일부 의료기관은 자율적으로 종별을 선택하는 것도 허용할 것을 주장했다. 100병상 이하 의료기관의 경우 병원 스스로가 일차 혹은 이차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김 교수는 입원과 외래진료비에 대한 종별가산률 조정을 통해 100병상 이하 병원이 일차의료기관으로 기능하는 게 유리하도록 만드는 제도를 설계할 것도 제안했다.
이어 모든 국민들이 어디서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입원진료기능이 취약한 곳에 지역거점병원을 육성, 양질의 입원진료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의료 취약지 공공병원을 지역거점병원으로 육성하거나, 의료 취약지 민간병원간 인수합병을 통해 지역거점 병원을 육성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또 지방에 거주하는 중증 질환자의 수도권으로의 환자 유출을 막기 위해 환자유출률이 높은 지역에 권역 중증질환센터를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권역 중증질환센터에 한시적으로 수가를 가산해 수도권 대형병원 수준으로 의료질을 향상시켜나가는 과도기 동안 중증센터의 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환자쏠림현상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 실정에 기반한 대안을 제시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