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시스템 개혁부터 지역 토착형 공약까지 다양
전문가 경험·식견 돋보여...일부 공약은 의료계와 배치
4·13 총선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의사 출신 후보들의 선전 여부에 의료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용익 의원 등 의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활발하게 활동한 것을 지켜본 의료계는 20대 총선에 출마한 의사 출신 후보자들의 보건의료에 관한 인식과 식견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관심을 반영해 본지는 의사 출신 지역구 출마자들의 보건의료 관련 공약을 정리해봤다. |
새누리당 지역구 후보로는 박인숙 의원(서울 송파갑), 신상진 의원(경기 성남·중원), 윤형선 전 인천광역시의사회장(인천 계양을), 홍태용 경남도당 대변인(경남 김해갑) 등 4명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용빈 이용빈가정의학과의원장(광주 광산갑)가, 국민의당에서는 안철수 의원(서울 노원병), 이동규 이동규의원장(대전 서구을) 등 2명이 출마했다.
이상이 제주대 의전원 교수(서울 마포갑)는 복지국가당 후보로, 이강수 전 고창군수(전북 정읍·고창)는 무소속 후보로 출사표를 냈다.
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의사 출신 지역구 후보자들의 선거공보에 따르면, 서울 송파갑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박인숙 의원은 "송파 주치의 4년, 완치가 코앞인데 주치의를 바꾸시겠습니까?"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의사 출신 후보로서의 면모를 뽐냈다.
박 의원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주민들의 숙원사업 해결에는 시간과 경험, 대화와 타협, 인내심이 필요하다. 진단부터가 쉽지 않은 난치병 환자에게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시작해 이제 완치가 코앞인데 담당 의사를 바꾸면 그 환자가 어찌 되겠나?"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보건의료 관련 공약으로는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부지원 확대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마련 등을 내세웠다. 박 의원은 "보건의료가 국가 경제뿐 아니라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고, 정부와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고용창출, 국부창출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뤄내는 창조경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보건의료산업과 생명공학산업의 활성화를 이뤄내고 보건의료안보를 국회에서 책임질 적임자"라고 자신을 각인시켰다.
박 의원은 이외에도 ▲경로당 주치의 제도 ▲의료전달체계 개선 ▲보건의료산업 및 생명공학 중심의 과학기술 혁신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및 지원 등 보건의료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같은 공약은 의료계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지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주치의 제도 등 공약은 의료계가 의료영리화와 진료권 통제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사항들이다.
신 의원은 성남시립의료원 조기 건립과 대학병원 위탁 운영 추진 등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고 지역표심을 공략했다. 지역민들에게 질 높은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이외에도 ▲어르신 의료비 정액제 개선 ▲간병비 부담 완화 ▲저소득층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 ▲치매 관리 및 치료비·노인 틀니 비용·인공관절 비용에 대한 국가 지원 확대 ▲국공립노인요양원 건립 등의 공약으로 주로 서민층의 표심을 공략했다.
역시 새누리당 후보로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윤형선 후보는 오랜 의사회 활동 경험을 공약에 반영했다. 현재 인천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이기도 한 윤 후보는 지역구 특성을 고려해 보건의료와 복지를 결합한 공약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 후보의 보건의료 관련 공약은 ▲치매ㆍ비만 국가관리시스템 정비ㆍ지원 ▲의료사각지대 해소 ▲저출산ㆍ고령화 대책 마련 ▲통일 한국 보건의료시스템 구축 등이다. 내과 전문의답게 치매와 비만에 대한 관심이 옅보이며, 특히 통일 이후 보건의료체계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는 식견이 돋보인다.
같은 당 후보로 경남 김해갑에 출마한 홍태용 후보는 지역에서 오래 의원을 운영해 온 경험을 공약에 투영했다.
홍 후보는 ▲대학병원과 응급의료센터 유치 추진 ▲만 50세 이상 건강검진 시 심장 및 뇌혈관 검진항목 추가 ▲아동전문 달빛병원 확대 운영 ▲중증 치매 환자 간병비 지원사업 추진 ▲중증 장애인 도우미제 입법 추진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지난 17년 동안 의료봉사를 통해 다양한 계층의 많은 사람을 만나 배우고 소통한 경험을 살려 성실한 지역일꾼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병들어버린 김해를 건강한 정치로 치유해 활력을 되찾도록 하고, 태봉병원, 한솔병원, 한솔재활요양병원 3곳의 병원을 키워낸 탁월한 경영 능력을 바탕으로 국회의원이 된 후에도 김해지역 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의사 출신 후보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이 후보는 "마을공동체 주치의로 동네 작은 가정의학과에서 16년간 진료하면서 평범한 시민들의 가난과 고난의 현장을 살폈다. 광산 지역의 노동자, 농민, 이주여성, 외국인노동자, 고려인, 청년 등을 살피며 공동체 주치의로 헌신했다"며, "광주광역시의사회 사회참여 이사로 재직하면서 경로당 주치의 제도를 기획했고, 이 제도는 광주 5개 구에서 시행돼 어르신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고 밝혔다.
공약으로는 ▲중학생 이하 입원치료비 국가 부담 ▲0~12세 아동주치의제도 단계별 도입 ▲공공산후조리원 신설 ▲우리 집 주치의제도 도입 등을 발표했다.
특히, 중학생 이하 입원치료비 국가 부담에 대해서는 "17조원의 건강보험료 흑자의 3%만 부담하면 780만명 어린이의 입원비 100% 보장이 가능하다"며 "부모들이 병원비 공포에서만이라도 해방되면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고 건강한 시민권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학부모들의 표심을 공략했다.
차기 대선 주자 물망에 오르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서울 노원병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대선 주자라는 기대에 걸맞지 않게 특별한 보건의료 관련 공약을 내놓지는 않았다. 노원 제3 체육센터를 건립하면서 센터에 보건지소를 포함하겠다는 정도가 전부다.
이 후보는 "25년간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醫師)로 살았다. 이제는 의사(醫師)가 아니라, 안중근 의사(義士)와 같은 의사(義士)가 되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동규 후보는 "대전에서 15년 동안 피부과 의사 생활을 했다. 주민들이 건강하고 아프지 말고 마음이 편안하길 바란다. 그 아픈 마음을 치료해 드리겠다"라며, 어린이 재활병원 전국 광역·도별 구축을 약속했다.
공약으로는 어린이 재활병원 설립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어린이 재활병원을 설립해 병이나 사고로 고통받는 소아가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고, 환아의 보호자인 부모가 열심히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해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국가당 소속으로 서울 마포갑에 출마한 이상이 후보는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라는 점을 내세웠다.
이 후보는 "어린 시절의 고통으로 의사의 길을 선택했지만, 사람의 아픔이 사회의 부조리에서 비롯됨을 절감해 임상 의사를 포기하고 보건의료정책 전문가의 길을 걸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북 정읍·고창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강수 후보는 대학병원 교수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학병원급 대형병원 유치 ▲만성질환자 간병보험·간병인 지원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