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근로 의사 뇌심혈관질환 위험 3배 '빨간불'

장시간 근로 의사 뇌심혈관질환 위험 3배 '빨간불'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05.1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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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직의사 평생 10만 8720시간 일해...수가보전 등 제도개선 필요
김수근 교수, "의료계, 봉직의사 장시간 근로 감소 위한 노력 해야"

김수근 교수
봉직의사가 의료기관에서 평생동안 보내는 시간을 산출했더니 10만 8720시간이 나왔다. 이는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을 의료기관에서 보내는 시간이다.

특히 장시간 근로로 인한 뇌심혈관질환 위험이 2∼3배 더 높아졌다는 여러 증거들이 있음에도 의사의 건강과 의료의 안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 및 의료기관의 노력은 매우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수근 성균관의대 교수(강북삼성병원 직업환경의학과)는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의료정책포럼> 최신호에 '봉직의사의 장시간 근로로 인한 안전과 건강영향 및 대책'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봉직의사의 근로시간을 줄이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교수로 봉직하는 남자를 기준으로 조사했더니, 봉직의사가 의과대학 임상실습부터 교수로 재직하는 시간(46년)은 10만 8720시간(의과대학 1280시간+인턴·레지던트 1만 7280시간+임상강사 5520시간+군복무 4140시간+교수 8만 500시간)으로 산출됐다.

교수는 하루 평균 10시간(주 5일 근무), 군복무는 9시간(주 5일), 임상강사는 12시간(주 5일), 인턴·레지던트는 12시간(주 6일)으로 했다.

이 시간은 산출대상 기간의 총 시간중에 27%를 의료기관에서 보내고 있는 것으로,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한 시간을 모두 의료기관에서 보내고 있음을 의미한다.

김 교수는 "2013년 이후부터 '월급받는 의사'(페이닥터)가 개원을 하는 의사의 숫자보다 증가하기 시작했고, 이런 상황에서 봉직의사들의 장시간 근로실태와 그로 인한 안전과 건강에 주는 나쁜 영향을 알아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 "봉직의사의 근로시간은 체계적인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하지 못했고, 장시간 근로가 모든 봉직의사들 사이에 고르게 분포하지 않는다는 점도 있지만, 평균 근로시간으로 볼 때 주당 60시간 이상 근로하는 봉직의사의 분포는 상당한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점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휴일당직, 비상호출, 어려운 수술이 있을 때, 입원환자 회진, 매일 진행되는 학술집담회, 행정적인 업무, 연구활동 등 근무 시간 이외에도 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것.

김 교수는 "장시간 근로가 개인의 건강과 안녕, 가족과 사회관계 및 업무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근거들이 많다"며 8가지 경우를 예로 들었다.

▲장시간 근로가 피로 및 수면의 질 저하와 관련 ▲야간 호출이 집중력과 기억력의 저하와 관련 ▲의사의 과로와 복강경 조작 시간과 작업 오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야간 수면을 중단한 군에서 작업 시간이 길어지고, 오류 횟수가 많아진 것 ▲자동차 운전 주행 안정성 테스트에서 야간 호출 횟수가 많은 경우에 주행 안정성이 저하된 것 ▲당직에서 야간 호출을 받았을 때 운전 기능이 음주시 운전기능가 동등하거나 낮은 결과를 보인 것 ▲장시간 근로가 주사바늘 손상 사고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 ▲장시간 근무가 처방 오류 실수를 증가시킨 것 ▲전날 당직이었던 의사가 집도한 수술 후 환자에서는 합병증이 45% 많았다는 것 등이다.

 
장시간 근로가 24시간에 걸쳐 측정된 평균혈압을 높일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영향으로 뇌심혈관질환의 발생에 기여한다는 부분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일본에서는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내원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주 근무 시간이 61시간이 넘는 경우 40시간 이하인 경우보다 급성 심근경색의 위험이 1.9배 증가하고, 고혈압치료를 받고 있는 50대 남성 근로자를 대상으로 1일 11시간 이상 근무한 경우는 1일 7∼10시간을 근무한 사람보다 뇌심혈관질환 위험이 2.7배로 증가했다는 연구 보고서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영국에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루에 3∼4 시간의 연장근무를 하면 7∼8시간 일하는 사람보다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1.6배 높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장시간 근무와 뇌심혈관질환과의 관련은 증거가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같은 연구결과를 종합할 때 장시간 근무는 뇌심혈관질환의 위험을 2∼3배 증가시키며, 뇌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장시간 근무를 주당 근무 시간으로 환산하면 55∼60시간으로 계산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장시간 근로는 봉직의사뿐 아니라 환자의 안전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의료기관에서는 봉직의사의 장시간 근로를 줄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봉직의사들 중에는 근로시간이 주당 60시간을 넘어 뇌심혈관질환의 산업재해 인정기준의 요구사항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의료기관은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하고 봉직의사의 장시간 연장 근로 감소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정부는 의료기관들이 법규를 준수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장시간 근로 감소를 유도하기 위한 진료수가체계를 만들어야 하고, 가산된 진료수가가 그 취지에 맞게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의사와 의료계는 의료의 질과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봉직의사의 장시간 근로 시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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