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은 임시공휴일이었다. 국무회의가 상공회의소의 건의를 받들어 1분기 성장률이 0.4%에 머무는 등 소비절벽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내수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였다.
5일 어린이날부터 나흘간의 황금연휴을 맞아 사회적 분위기가 달아올랐지만 의료계는 공휴일 본인부담금 문제로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6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이날 병원 진료시 본인부담금이 높아져 병원이용자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언론보도에 이어 보건복지부가 밝힌 입장 때문이었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과 건강보험 급여기준 등에 따라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 의료기관 이용자는 야간·공휴일 가산제를 적용받아 30~50% 진료비를 더 내게 된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6일 임시공휴일에 진료비를 추가 부담하게 될 외래환자나 예약환자의 편의를 위한다며, 이날에 한해 병의원이 본인부담 진료비 증가분을 받지 않더라도 의료법으로 처벌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현행법은 병원이 진료비 할인으로 환자를 유인할 경우 불법행위로 처벌하고 있지만 이날만은 예외로 공휴일 가산제에 따른 추가 진료비를 할인해 주더라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보건복지부의 이같은 입장은 처벌을 면해준다며 의료계를 위한 것처럼 포장했지만 사실상 가산금을 받지 말라는 지침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더욱이 병의원이 당연히 받아야 할 본인부담 가산금을 의료계의 의견도 묻지 않은 채 선심을 쓴 셈이다.
갑작스런 공휴일 지정에 이미 예약환자를 받은 병의원은 쉬지 못하고 환자 진료에 임해야 했으며, 더욱이 당일 근무하는 병원근로자들에게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휴일근무에 따른 추가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내수진작을 위한 임시공휴일 대책이라면 이번 조치에 따른 부담은 정부가 일정 부분 져야 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비용에 대한 부담은 의료기관에 떠넘긴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해 광복절 전날인 8월14일을 임시공휴일로 갑자기 지정하면서 이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그럼에도 임시공휴일 지정시 환자들의 본인부담금 상승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아 같은 일이 반복된 것은 유감이다.
이번 일은 계기로 임시공휴일 본인부담금 증가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방안을 마련하길 촉구한다. 특정일에만 인심쓰듯 의료법 예외사항으로 발표해 진료현장의 혼란을 야기시켜서는 안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임시공휴일 환자 부담금 증가분을 건강보험에서 지원할 것을 건의했다. 17조나 쌓아둔 건강보험 누적 흑자분을 이런 데 쓰지 않으면 어디에 쓰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