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8 21:27 (목)
[신간] 메르스의 영웅들

[신간] 메르스의 영웅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6.05.11 11:1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상일·지근화 지음/둘다북스 펴냄/1만 5000원

 
2015년 5월 첫 메르스 확진환자 발생이후 45일간 대한민국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속으로 빠져들었다. 공항 출입국장을 비롯 주요 행사장에는 어김없이 열감지기가 설치됐고, 대중 이용 시설에 대한 소독 및 방역 작업은 일상화됐다. 손소독제·마스크 등 각종 가정용 방역제품은 대형마트에서도 품귀현상을 빚었으며, 여행업계는 관광객 입국 감소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환자가 경유한 병원은 외래진료가 폐쇄되기도 했으며, 각급 학교의 휴교령도 이어졌다.

이후 긴 고난의 시간을 감내하며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숙명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던 의료인에 대한 국민적인 감사와 격려는 끊이지 않았다. 감염의 공포 속에서도 환자의 생명과 국민의 안위라는 두 가지 목표만을 위해 견뎌온 45일이었다. 국민은 온 마음과 정성으로 화답했다. 각 병원 주변에는 의료진을 격려하는 현수막이 길거리를 채웠으며, SNS를 통한 응원의 목소리도 물결을 이뤘다. 45일동안의 길고 긴 어둠을 뚫고 여명이 비춰오기까지 의료인들은 시작과 끝이었다.

메르스 현장에서 사선을 넘나들었던 의료진의 목소리를 담은 <메르스의 영웅들>이 출간됐다.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환경건강분과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상일 한국환경건강연구소장이 쓴 이 책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어떤 이야기'라는 부제 속에  메르스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메르스에 맞선 고난의 역정 속에 메르스와 싸워 이기기 위한 의료진의 치열한 노력과 희생이 녹아 있다.

메르스 사태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민낯을 드러냈다.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하는 응급실, 감염병 환자를 일반 환자와 구분하지 않는 응급실 환자 분류 체계, 외부인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병실, 가족 및 친척 위주의 간병 문화, 대형병원 편중 현상, 의사 쇼핑, 부적절한 감염병 의료수가 체계, 감염병에 취약한 병원 건물 구조, 다인실 입원실, 매뉴얼에 의존한 경직성, 위기소통 시스템 부재….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는 메르스 바이러스의 숙주가 돼버리고 말았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랑하던 최첨단 의료 시설과 의료진이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보장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 책은 새로운 감염병과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보건의료 분야 종사자들에게 자신의 직업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지 자부심과 사명감을 느끼게 한다.

모두 4장으로 엮은 이 책은 1장 '메르스라는 이름의 공포'에서는 메르스가 얼마나 큰 공포이자 극복 대상이었는지 현장의 생생함을 무게감 있게 담아내고 있다.

2장 '희망의 홀씨를 날리다'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메르스 극복을 위해 각계에서 어떤 활약과 지원이 있었는지를 살펴보며 우리 사회의 희망 찾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장 '총성 없는 전쟁터'에서는 메르스와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위기 상황을 어떻게 지혜롭게 극복해 나갔는지를 다루고 있다.

4장 '선제적인 준비가 살 길이다'는 메르스 사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비롯해 국가적인 감염병 재난 사태를 막기 위해 우리 사회가 보완해야 할 것들에 대해 다가선다.

모두 열 일곱 가지 갈래로 스물 한 명이 이름을 올렸다.

▲기적이 아니라 노력이 있었을 뿐이다(김현아·동탄성심병원 간호사) ▲실험실, 우리만의 전쟁터(이재인/김영은·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소통이 사람을 살린다(안주희·경기도립의료원 수원병원 내과과장) ▲팀워크로 이뤄낸 쾌거(한호성/조재영/최영록·분당서울대병원 암센터 간이식팀) ▲기부, 메르스와 싸우는 제3의 방법(문봉기·아주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그들이 위험 속에서 더 빛나는 이유(황영진·광진소방서 부설 금호 119안전센터 소방교 ▲건강한 사회를 지키는 힘, 초심(조동찬·SBS의학전문기자) ▲대중의 공포심을 방역하다(김성환·에스티환경 대표) ▲나비, 세상을 향해 날개를 펴나(이봉욱·평택대 재활복지학과 학생) ▲일사불란과 오합지졸의 경계에는 리더십이 있다(유효연/이희진·서울시청 주무관) ▲현장의 목소리는 무채색이 아니다(서명옥·강남구보건소장) ▲전쟁은 이기는 것이 정답이다(양주연·국군강릉병원 간호과장) ▲전문가의 존재감을 확인하다(임현술·동국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실력이 준비고 힘이다(안명옥·국립중앙의료원장) ▲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석웅·국군의무사령부 보건운영처 대령) ▲나무만 보지 않고 숲을 보다(최준용·세브란스병원 감염관리실장) ▲감염병?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이진수·인하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저자는 "메르스와 싸워 이기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노력과 가슴 뭉클한 희생이 있었는지 공감했으면 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감염병이 또 다시 창궐했을 때 더는 '영웅'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국가 차원의 시스템이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070-7510-2052).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