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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조현병'…신중한 보도 행태 아쉽다
'여성혐오'·'조현병'…신중한 보도 행태 아쉽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6.05.2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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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신경정신의학회,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관련 성명
왜곡된 인식·갈등 부정적 여론 조장…가이드라인 필요

지난 17일 강남역 인근에서 발생한 여성 살인사건과 관련 국민적인 공분과 함께 피해자에 대한 애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매체의 도를 넘은 선정적 보도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23일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사건의 본질을 여성 혐오나 조현병에 맞춘 기사나, 사건현장에서 오열하는 피해자 남자친구의 CCTV영상을 여과없이 방영한 보도행태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보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피의자의 정신 감정 등 충분한 조사과정 없이 여성 혐오나 조현병을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한 기사들이 올라오며 온 사회가 더 큰 충격과 분노에 휩싸이게 됐다고 비판했다. 또 비극적인 사건의 영상자료를 공개할 때는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감안해 선정적인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여성혐오가 원인이 됐다는 보도 후 일부 인터넷과 SNS 상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서로 지나치게 대립하고 갈등하는 양상으로 비화됐다. 또 피의자의 조현병 진단·치료 병력이 집중 보도되면서 조현병 환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학회는 "심리분석 결과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피의자의 충분한 정신 감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의 원인을 조현병의 증상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앞으로 프로파일러 이외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 의한 충분한 정신 감정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현병 환자들은 망상에 대한 반응이나 환청의 지시에 따라 이해하기 어려운 동기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은 일반 인구보다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은 매우 드물다. 그러나 급성 악화기의 경우에는 환청과 망상에 압도되고 극도의 불안과 초조·충동 조절 등의 어려움이 동반될 수 있어 본인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조절될 수 있으며, 꾸준한 유지치료로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다. 이 시기 이외에 조현병 환자들은 대체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피의자는 조현병으로 수 차례 입원치료를 받았고, 최근 본인 의사에 따라 치료를 중단한 상태였다.

학회는 "자발적으로 투약을 원치 않는 성인을 가족이 억지로 투약하거나 행동을 제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들의 치료와 관리, 그리고 증상으로 인해 나타난 비극적 결과에 대해 개인과 그 가족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되며, 사회적·국가적 테두리에서 보다 전문적인 돌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19일 정신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해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 절차가 강화됐다.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입원이나 약물치료는 더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환자의 인권과 치료, 환자가족과 정신보건 종사자 등의 안전과 삶의 질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국가와 전문가 단체는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끝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에서 기인하는 편견과 낙인은 또 다른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과 혐오가 될 수 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 커지면 환자와 가족은 낙인으로 인해 질환을 인정하기 더 어려워지고 돌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편견을 조장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은 물론 적극적으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언론은 이런 상황이 유도되지 않도록 파급력을 고려해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보도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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