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57 (목)
우리나라 감염관리 현주소…바뀐 것은?
우리나라 감염관리 현주소…바뀐 것은?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05.25 05:5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②현재 수가 감염감소활동 어렵다...재정 확대 필요
엄중식 한림의대 교수(강동성심병원 감염내&

 

 

엄중식 한림의대 교수(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지난 해 5월부터 우리나라에 유입돼 186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메르스 유행은 우리나라 의료계의 고질적인 취약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특히 병원을 방문한 환자와 방문객, 그리고 의료진에서 메르스 전파가 일어나면서 감염관리 인프라의 열악함을 낱낱이 보여주며 감염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 줬다.

우리나라 감염관리의 현황
우리나라는 민간 의료기관이 전체 의료기관의 90% 이상이며, 중소병원이 전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약 91%(201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300병상 미만의 종합병원이 167개, 병원이 1,401개로 총 1,568개의 중소병원이 존재)를 차지한다.

또 중소병원이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음에도 저수가 정책이 지속되어 중소병원의 대부분에서 경영환경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병원 휴·폐업률을 보면 2008년 6.8%, 2010년 7.8%, 2012년 8.4%로 계속 증가하고 있고, 중소병원의 경영지표 중 의료수익 의료 이익률은 300병상 이하의 의료법인에서 2009년 4.46%, 2010년 2.85%, 2012년 1.77%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적인 건강보험 급여수가조차 제대로 책정돼 있지 않고, 병원은 감염관리에 대한 재원과 인력을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대부분 없는 형편이다.

반면, 질병관리본부에서 시행한 2007∼2010년 국내 중소병원을 대상으로 한 항균제 내성 모니터링 결과에 의하면 2010년 대형종합병원의 내성 모니터링 결과와 비교했을 때 그람양성구균의 항균제 내성률은 중소병원에서 높게 나타났고, 일부 그람음성막대균의 carbapenem계 항생제에 대한 항균제 내성률은 최근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렇게 대형병원은 물론 중소병원에서도 다제 내성균의 분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의료관련감염의 발생도 당연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중소병원은 물론 일부 대형병원에서의 의료관련감염이 어떤 양상으로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자료도 수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감염관리의 현실이다.

감염관리 인프라 구축
우리나라 병원의 감염관리 인프라 구축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감염관리 전임 실무 인력 확보와 유지에 어려움이 매우 큰 상황이다. 인건비와 같은 재원 확보가 현재 병원의 열악한 경영 상황에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채용을 해도 전담 인력의 경우 장시간 근무를 하며 각종 수당이나 승진 기회에서 제외되고 있다. 이런 열악한 근무형태는 매우 드물다.

또 전담 인력이 합당한 수준의 전문 교육을 이수받을 기회도 부족하다. 감염 감시 활동에 대한 경험이 대부분 부족하며 감염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도 취약해 공용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할 필요성도 있다.

무엇보다도 병원 경영진의 관심과 협조가 부족한 부분도 큰 문제점이다. 경영진의 감염관리에 대한 이해와 감염관리를 통한 비용편익에 대한 정보 부족도 개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감염관리실의 전담인력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에 의하면 200병상 이상으로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병원은 감염관리실을 설치하고 전담인력을 배치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실제 전담인력 배치 현황(평균)을 보면 상급종합병원 3.7명,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1.3명,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 0.7명, 기타 0.1명 이었으며 감염관리 간호사 평균 근무 연한은 2.2±2.3년 이었다.

2012년 433개 중소병원을 대상으로 시행한 중소병원 감염관리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에 의하면(응답률 8.7%), 설문에 응답한 병원의 경우 대부분 감염관리실이나 감염관리위원회의 설치와 구성이 되어 있었지만 감염관리위원회의 개최, 감염관리지 지침의 이행 정도, 감염 감시 활동 등은 절반 이하만이 수행하는 상황이었다.

 

감염 감시 활동 결과의 분석과 개선활동을 보면, 감염감시 자료를 국내·외 자료와 비교하는 경우가 39.5%, 전국병원감염감시체계에 참여하는 병원 23.6%, 감염관리 개선활동을 하는 병원 50% 등으로 비교적 낮은 수행률을 보였다.

또 개선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전문가와 전문지식의 부재(18.4%),  감염관리 관련 수가의 부재(15.8%), 직원들의 인식부족(15.8%),  정보부족(13.2%) 등을 이유로 들었다.

대책과 진행 상황
우리나라 병원의 감염관리 발전 방향과 대책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의 감염관리 수준과 범위를 먼저 결정해야 하는데, 결정 요소로는 의료 소비량, 의료 수준과 범위(예방, 진단, 치료 방법, 특성화 여부 등),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 중소병원에 대한 예산 규모, 사회적 합의(의료 소비자-전문가-정부) 등이 필요하다.

지난 2015년 10월부터 보건복지부는 '의료관련감염 대책 협의체'를 구성해 의료관련감염 전반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책을 논의했고, 감염관리 향상을 위한 종합적인 제언을 했다.

먼저, 병원의 감염관리 인프라 구축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해 감염관리위원회와 감염관리실 설치 기준을 2018년까지 점차 강화해 150병상 이상 병원까지 설치하도록 법령 개정을 진행중이다.

또 감염관리활동을 할 수 있는 전담 인력 고용이 감염관리의 시작이기 때문에 감염관리전담 인력을 선진국 수준(감염관리간호사: 150병상 당 1명, 감염관련 전문의: 300병상 이상에서 1명)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과 함께 건강보험급여 수가인 '감염예방 관리료'를 신설했고 구체적인 급여 기준을 마련중이다.

그러나 현재 제시된 수가의 수준은 재원환자 1명에게 1일당 1950원에서 2870원 정도로 전문학회가 적정 수가 수준으로 제시한 4000~5000원/명/일에 비하면 절반 정도이다.

현재 수가로는 인건비를 충당하는 수준이며 충분한 감염관리활동에 필요한 일회용 소모품이나 적극적인 감염 감소 활동에 대한 보상으로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메르스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형병원에서도 제대로 시설을 갖춘 음압격리실이 없거나 병상 간격이 충분하지 않아 감염 전파를 억제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해 의료기관의 시설 기준을 변경하는 법령도 입법 예고를 앞두고 있는데, 주요 내용으로는 300병상 이상 병원에서 음압격리실을 1개 이상 갖추고 100병상 증가마다 1개의 음압실을 추가적으로 갖추며 일반 병실, 중환자실, 응급실 등에서의 병상 간격을 1.5~2 미터로 유지하는 것 등이 있다.

그런데 시설 기준에 대한 법령의 변경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 건축한지 20∼30년 이상이 지난 병원은 물론이고 비교적 최근에 건축한 병원들도 새로운 시설 기준을 충족하려면 전면적인 개축 또는 증축이 필요해 비용의 부담은 물론이고 병원을 다시 짓지 않는 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다.

▲ 지난 3월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실시한 ‘해외 신종감염병 전담대응요원 교육’에서 보호복을 착용한 의료진들이 병원 내 음압병동에서 기초 술기를 훈련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따라서 전문학회에서는 법령 시행 이후 신축 허가를 얻는 병원에 대해 시설 기준을 적용할 것을 권고했으나 보건복지부는 사안에 따라 일정 기간 유예기간을 갖고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현장에서의 충돌이나 갈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보건 당국과 의료계 사이에 문제 해결을 위한 심도 있는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한편, 감염관리에 필요한 격리 비용과 일회용 소모품, 그리고 치료 재료에 대한 급여 수가 개선과 확대와 관련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감염관리의 기본 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격리실의 경우 현재 격리 수가는 음압 격리실은 물론이고 접촉 격리실의 경우에도 비용 보전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며, 급여 기준도 현실과는 동떨어져 현실화가 필요한 상태이다.

또 감염관리에 필요한 일회용 소모품이나 감염 예방에 효과가 있는 치료 재료의 경우에도 특정 시술이나 특정 분야에서 사용되는 것보다는 근거수준과 권고 강도가 높으며, 감염관리에 기초적으로 필요한 필수 재료에 대한 급여 확대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병원 종사자에 대한 감염관리 교육의 강화, 필수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보급, 그리고 감염관리 평가 강화가 검토되고 있다.

이미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감염관리 부문 인증평가항목 개선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어 하반기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점들...
감염관리는 적절한 감시체계의 구축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병원 단위의 감시체계를 기본으로 지역사회 또는 국가단위의 감시체계 구축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에 대한 예산의 확보와 인력의 충원은 여전히 요원하다.

기존의 전국병원감염감시체계(KOINS)를 용역연구사업으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는 상황에서 충분한 감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중소병원에 대한 감염관리 네트워크도 비슷한 상황으로 적극적인 예산 확보를 해야 하고 운영도 보건당국이 직접 해야만 한다.

맺음말
우리나라 병원의 감염관리 수준과 현황은 매우 열악하고 인프라가 취약하다. 따라서 상시 발생하는 기존 의료관련감염은 물론이고 신종 감염병에 대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병원의 기본적이며 필수적인 체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또 병원에서의 감염관리체계가 국가단위로 통합되고 유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법령이나 규칙으로 병원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측면보다는 적극적인 재원과 인력의 확보, 교육, 그리고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실제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보건 당국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범부처 수준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