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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속화로 살펴본 선조들의 '일상, 꿈 그리고 풍류'

풍속화로 살펴본 선조들의 '일상, 꿈 그리고 풍류'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6.05.2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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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문화전 6부 : 풍속인물화 - 일상, 꿈 그리고 풍류'전 8월 28일까지
미인도(신윤복)·마상청앵(김홍도)·혜원전신첩(신윤복) 외 80여점 선보여

▲ 야묘도추(野猫盜雛: 들고양이 병아리를 훔치다), 김득신(金得臣), 지본담채, 22.4×27.0cm.- 살구나무에 꽃망울이 움트는 화창한 봄날 도둑고양이가 병아리를 잽싸게 채어 달아나자 놀란 어미닭이 상대가 고양이라는 사실도 잊은 듯 새끼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무섭게 뒤를 쫓고, 마루와 방에 있던 주인 부부가 하던 일을 팽개치고 한꺼번에 내달으며 병아리를 구하려 한다.  마루 위에서 동동걸음을 치는 아내의 동작과 탕건이 굴러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마루 아래로 뛰어내리면서 장죽으로 고양이를 후려치는 남편의 동작이 그림에 생생한 활기를 불어넣는다. 굴러 떨어진 자리틀과 남편은 자리를 매고 있었던 듯하고 아내는 맨발이니 길쌈 중이었던 모양이다. 두 날개와 꼬리깃을 있는 대로 활짝 펴고 온 몸의 깃털을 곤두세운 채 무서운 기세로 땅을 박차고 날아 오르며 고양이에게 달려드는 어미닭의 생동감 넘치는 표현은 꼬꼬댁 소리가 들릴 만큼 박진감 넘친다. 그에 반해 장죽이 미치지 않을 만큼 잽싸게 달아나는 검은 고양이는 이미 병아리 한 마리를 입안 가득히 물고 여유로운 자세로 주인 부부의 눈치를 살피며 속도를 조절하는 듯 하다.  일순간에 벌어진 한 때의 소동을 표정까지 정확하게 포착해 그려낸 생활장면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8월 28일까지 '간송문화전'의 여섯번째 전시회(6부) '간송문화전 6부 : 풍속인물화-일상, 꿈 그리고 풍류'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조선 전기 화가로 안견의 제자인 석경부터 전형필의 스승이었던 춘곡 고희동까지 조선왕조가 배출한 화가 33명의 작품 80여점이의 명품들이 '일상' '꿈' '풍류'라는 주제로 관객을 맞고 있다.

풍속 인물화는 인물을 주제로 한 그림이다. 평민들의 노동과 휴식, 문인들의 공부와 풍류 장면은 선조들의 일상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또 속세를 벗어나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신선과 고승들을 그린 그림들은 옛 사람들의 동경이 반영돼 있다. 

그런 점에서 풍속인물화는 선조들의 삶의 현장을 담고 있는 실체적인 역사 기록이자, 그들이 꿈꾸던 삶의 모습까지 엿볼 수 있는 가늠자라 할 수 있다.

▲ 단오풍정, 신윤복(申潤福), 지본채색, 28.2×35.6cm.-단옷날 추천(그네타기)놀이를 나온 한 떼의 여인네들이 시냇가에 그네를 매고 냇물에 몸을 씻으며 즐기는 장면을 묘사했다. 그넷줄을 드리울만한 거목이 있고 맑은 물이 굽이쳐 흐르는 곳이라면 당시의 서울에서야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지금의 정릉(貞陵)이나 성북동(城北洞) 골짜기는 물론이고 삼청동(三淸洞)이나 인왕산(仁王山) 계곡을 비롯하여 남산(南山)이나 낙산(駱山) 주변의 여러 골짜기들이 이런 놀이에 적합했을 것이다. 여기가 어느 곳인지는 모르겠으나, 당시로서는 퍽 깊은 계곡이어서 인적이 끊어진 후미진 곳이었기에 여인네들이 마음 놓고 의복을 훌훌 벗어 던지고 냇물에 들어가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산에는 산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바위틈에 숨어든 동자승 둘이서 이 기막힌 풍경에 희희낙락 즐거워 어쩔 줄 몰라 하니 민망하기 짝이 없다그래서 혜원은 짐짓 화면의 초점을 딴 곳으로 옮기려고 그네 뛰는 여인에게 화려한 의상(衣裳)을 입히고, 머리 손질하는 여인에게는 엄청나게 큰 다리머리를 모두 풀어놓게 한 모양이다. 다홍치마에 반회장 노랑 저고리만으로도 지극히 선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백설 같은 속곳들이 반 넘어 내 보이는 것은 반라의 여인들에게서보다 훨씬 더 짙은 감정을 느끼게 한다.  앉은키보다도 더 큰 다리머리에서도 당시 사람들은 이와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계집종인 듯한 여인이 가슴을 드러내 놓은 채로 옷보따리를 이고 오는 것으로써 화면은 상하의 연결이 이뤄져서 혼연(渾然)한 생동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전시는 김명국·윤두서·정선·김홍도·김득신·신윤복·장승업 등 조선 최고의 명가들의 풍속 인물 걸작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금은 잊혀진 선조들의 삶과 꿈을 체험하는 시간 여행이자, 과거를 거울삼아 우리 자신을 성찰하는 역사 기행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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