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치료제 병용요법 우월한 치료효과 및 맞춤 항암치료 시대 조명
대한항암요법연구회, ASCO서 발표된 다양한 임상 결과 자료 소개
ASCO에서는 최근 핫이슈가 되고 있는 면역항암치료제 및 액체생검과 관련된 연구데이터들이 공개됐는데, 이 결과들은 향후 암치료의 방향성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 국내 임상의사들의 치료패턴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23일 오전 11시 ASCO에서 발표된 암 치료 관련 주요 임상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국내 학술단체가 외국에서 열린 학술대회 내용을 소개하는 자리는 이례적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ASCO에서 주목을 받았고, 향후 국내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암 완치를 향한 희망, 면역항암제 병용 요법'과 '액체생검을 이용한 맞춤 항암치료' 두 가지 주제가 주목 받았다.
강진형 대한항암요법연구회장(가톨릭대 의대 종양내과)는 "암의 완치는 여전히 인류의 큰 숙제로 남아 있다"고 밝히고 "이번 기자간담회는 전 세계의 암 관련 최신 임상을 논의하는 ASCO의 주요 임상결과 리뷰를 통해, 국내외 항암 치료의 발전 방향을 살펴보고, 국민들에게 암 치료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의의를 밝혔다.
▶암 완치를 향한 희망,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먼저 임승택 연세대 원주의대 교수(혈액종양내과)는 ASCO에서 구연 발표된 면역항암제의 병용 요법 임상 결과를 총망라해 발표했다.
임승택 교수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활성화시켜 종양과 싸울 수 있도록 해주는 면역 관문 억제제들이 등장, 다양한 약제들이 여러 암종에서 효과를 인정받아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면역 관문 억제제 단독요법으로 반응을 보이는 환자는 제한적이어서,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다른 약제들과 병용 요법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이번 ASCO에서는 PD-1 경로 억제제와 CTLA-4 억제제 병용 요법의 연구 결과들이 다수 발표됐다.
CTLA-4 억제제는 림프절에서 T세포가 항원전달세포(APC)에 항원을 인식해 활성화되는 과정(priming phase)에 관여하고, PD-1 경로 억제제는 이렇게 활성화된 T세포들이 종양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과정(effector phase)에 관여한다. 이 두 가지 억제제는 서로 다른 기전으로 작용하며, 병용요법 시 서로 보완하는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돼 왔다.
임 교수는 "ASCO에서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니볼루맙'과 '이필리무맙'의 병용요법이 단독요법보다 객관적 반응률이 약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병용투여군에서는 7∼11%의 환자들이 치료 관련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했고, 3명의 환자가 사망(중증 근무력증, 신부전 악화, 간질성 폐렴)했다"고 소개했다.
또 "흑색종 환자의 1차 치료로 '니볼루맙'과 '이필리무맙' 병용요법이 단독요법보다 높은 효과가 지속됐고, 무진행 생존기간도 연장됐다"고 소개했다.
임 교수는 "최근 ASCO에서 발표된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해보면, 면역치료제 병용요법은 단독요법보다 우월한 효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고, 향후 여러 암종에서 다양한 약제들과 병용요법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 암 완치라는 희망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아직까지는 임상 연구 외에서는 허가 전이어서 국내 환자 치료에 사용되는 데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병용요법은 필연적으로 약제비에 대한 부담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선제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면역항암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갑상선질환, 간염, 폐렴, 설사 등이 보고되고 있다"며 "면역항암제가 기존의 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을 낮추기는 했으나, 경우에 따라 치명적인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면역항암제의 독성에 대한 철저한 관리 및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액체생검(Liquid biopsy)을 이용한 맞춤 항암치료 시대 열려
다음으로 손주혁 연세의대 교수(대한항암요법연구회 홍보위원장/종양내과)는 '액체생검을 이용한 맞춤 항암치료 시대'를 주제로 잘표했다.
손 교수에 따르면 암의 발생은 유전자 변화와 관련돼 있는데, 동일한 암을 진단받은 암환자들도 서로 다른 유전자 변화를 갖고 있다.
따라서 암 치료는 환자의 몸에 있는 암의 분자생물학적 특성을 정확히 진단해 이를 바탕으로 치료법이나 약제를 결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도 있고,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특히 환자의 특성에 따른 암맞춤치료(personalized cancer therapy)를 하기 위해 요즘은 조직생검이 진단시뿐만 아니라 치료 중이나 재발시에도 수시로 필요하게 됐다.
그러나 환자의 암덩어리 중 한 개를 조직생검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치료하는 경우 충분한 치료효과를 엊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같은 암덩어리 내에서도 서로 다른 다양한 생물학적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손 교수는 "조직생검은 바늘·내시경 등을 이용해 인체에 침습적으로 시행돼 환자에게 불안감과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중대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어, 반복적으로 조직생검이 필요한 경우 환자나 의사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조직생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액체생검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돼 왔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이번 ASCO에서 이를 보완한 연구결과도 발표됐다"며 "폐암, 유방암, 대(직)장암 등으로 진단된 1만 519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직생검과 액체생검 간에 유전자 변화를 비교연구한 결과, 386명에서 혈액과 조직 간에 유전자 변이 결과는 약 87%의 일치했고, 혈액생검과 조직생검을 시행한 시간차가 6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98%까지 일치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따라서 "액체생검은 암환자의 개인별 맞춤치료를 위해 필요한 암유전자 변이정보를 채혈처럼 보다 쉽고 안전한 방법으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최근 FDA 액체생검 승인과 이번 ASCO에서 발표된 연구들로 인해 암 치료약제를 결정하는데 있어 혈액을 채취해 이용하는 시대가 처음으로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액체생검은 혈액 내 매우 소량의 DNA를 검출·분석하기 때문에 향후 더욱 기술적 발전이 요구되며, 향후 조직생검과 서로 보완하면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국내 대표적인 항암약물치료 임상연구기관인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1998년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들이 주축이 돼 설립, 다기관 공동 임상연구를 통해 국내 현실에 맞춰 국민들에게 효과적인 암 치료 방법에 대해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 102곳 의료기관에서 860여명의 회원이 소속돼 있으며, 데이터센터, PRC를 포함한 7개 위원회와 암종별 10개의 질병분과위원회로 구성돼 활발한 다국가, 다기관 임상연구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