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 '부정청탁' 제대로 관리 못한 병원장도 '과태료'

종업원 '부정청탁' 제대로 관리 못한 병원장도 '과태료'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8.1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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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자·법인 모두 처벌...위반행위 방지 위한 주의·감독 요구
부정청탁금지법 담당관 지정해야...준법지원인 역할·기능 강화

▲ 헌법재판소는 7월 28일 청탁금지법(2015헌마236-4120662-673 병합) 위헌확인 사건을 기각했다. 이 법은 예정대로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국공립병원과 사립대병원장들이 긴장할 이유가 생겼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이 9월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공직자 등의 부정청탁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법인·기관 대표, 즉 국공립병원장이나 사립대병원장도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부정청탁금지법 제24조 양벌규정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행위자와 법인 모두를 처벌토록 한 특별규정.
부정청탁금지법에서는 국공립병원과 사립대병원 등 공공기관장은 종업원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립대병원 원무과장이 입원을 앞당겨 달라는 부정청탁을 받고 접수 순서를 앞당긴 경우 2년 이하 징역과 2000만원 이하 벌금형 처벌을 받게 된다.

공공기관장이 양벌규정에 따른 처벌을 면하려면 종업원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법인 소속 임직원이 업무와 관련해 과태료 부과 대상에 해당하는 청탁금지법 위반행위를 한 경우, 종업원은 부정청탁 및 금품등 제공 금지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개별 벌칙 조항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고, 법인 역시 양벌규정(법 제24조)에 따라 종업원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주의 감독을 다 하지 않은 이상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고 밝혔다.

공공기관장은 부정청탁 금지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에 관한 내용을 정기적으로 교육해야 하고, 이를 지킬 것을 약속하는 서약서를 받아야 한다.

또한 공직자 등이 직무수행과 관련해 부정청탁금지법 관련 조항을 위반한 사실을 발견했을 경우 직무 중지·취소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상당한 주의와 감독 이행에 대해 국민권익위는 미국에서 발전한 부패방지컴플라이언스(Anti-corruption compliance, 준법감시인제도)를 예로 들었다.

'준법감시인제도'는 고객 재산의 선량한 관리자로서 회사의 임직원 모두가 제반 법규를 철저하게 지키도록 사전 또는 늘 통제 감독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 IMF 당시 금융관련 법률개정을 통해 은행·증권·보험·자산운용사 등에 준법감시제도를 의무화했다. 금융권의 준법감시제도는 금융회사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법규를 준수해 나가도록 준법감시체계를 마련하고, 운영·점검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준법감시 업무 종사자가 바로 준법감시인(Compliance Officer)이다. 준법감시인은 금융기관의 내부통제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감사위원회에 보고하는 의무가 있다.

'부정청탁금지법' 제20조에 부정청탁 금지 등을 담당하는 '담당관'을 지정토록 명시한 것도 '준법감시(준법지원)제도'와 관련이 있다.

부정청탁 금지 등을 담당하는 담당관은 ▲부정청탁 금지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에 관한 내용의 교육·상담 ▲이 법에 따른 신고·신청의 접수, 처리 및 내용의 조사 ▲ 소속기관장의 위반행위를 발견한 경우 법원 또는 수사기관 통보 업무를 맡게 된다.

부정청탁금지법에 부정청탁 금지업무를 도맡는 담당관 지정이 명시됨에 따라 병원준법지원인의 기능과 역할도 강화될 전망이다.

대한병원협회는 일정규모 이상의 금융사는 반드시 준법지원인을 두도록 한 추세에 맞춰 자발적으로 제도에 대비하자는 취지에서 2012년 병원 준법지원인 양성 과정(운영위원장 김필수·병협 법제이사)을 개설했다.

올해 제5기 과정 수료생 31명을 포함, 164명의 병원 준법지원인을 양성했다. 병원준법지원인 양성과정 수료생과 대학병원법무담당자협의회는 지난 3월 대한준법지원인협회를 창립,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김필수 병협 준법지원인 양성과정 운영위원장(본플러스병원장)은 "환자 부탁이나 청탁을 적용받는 국공립병원과 사립대병원 임직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기관이나 병원 스스로 윤리강령을 만들고, 법률적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준법교육이 필요하다"면서 "법 시행 전에 부정청탁 담당 부서와 담당관 지정을 비롯해 징계기준 마련 등 세부적인 항목을 꼼꼼히 짚어보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법률적 위험을 최소화하고, 지속해서 병원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준법경영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면서 "병원계 스스로 공정하고, 투명한 준법지원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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