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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치과의사 보톡스 시술 허용 판결을 바라보며

청진기 치과의사 보톡스 시술 허용 판결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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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0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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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미 원장(경기 고양·일산서울내과의원)

▲ 김금미 원장(경기 고양·일산서울내과의원

지난달 21일 대법원은 환자에게 미간 보톡스 시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치과의사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나는 의사들이 지금까지 당연시 여겼던 의료법상 의사의 면허범위와 국민건강의 존엄성에 대한 견해가 소수의견으로 전락한 현실 앞에서 대법원 판결문과 공개변론을 다시 살펴봤다.

대법원 판결문 상 치과의사의 미간 보톡스 시술이 유죄라는 소수의견을 보면 첫째, 안면의 미간 보톡스 시술을 허용한다면 의료법에 의거한 의사, 치과의사간의 면허 범위가 불분명해져 혼란을 초래, 예측가능성을 해치게 된다.

둘째, 눈가와 미간은 악안면부위라 할 수 없으므로 치과적 치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셋째, 외국에서도 치과 의료행위를 치아와 구강을 포함하는 턱에 한정하고 있다. 넷째, 이를 허용시 치과의사의 치료범위가 안면부위 여드름·화상·탈모치료 등으로 확장될 위험이 있다.

반면,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이 무죄라는 다수 의견을 보면 첫째, 이미 치과에서 턱관절 부위 보톡스 시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미간 시술이 생명에 위험을 발생시킬 위험이 없다.

둘째, 의료법상 의사와 치과의사의 면허를 구분하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치과의사에게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개별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므로 죄형 법정주의 정신에 위배된다.

셋째, 사회적 통념상 치과의사도 눈 주변 주름을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넷째, 의사의 보톡스 시술에 관한 전문성이 치과의사의 그것보다 상회한다고 볼 수 없고, 보톡스 의료인의 수가 늘어나 국민들이 사회적 편익을 얻을 수 있다.

다섯째, 의료기술이 발달해 의사와 치과의사간 중첩적 영역이 존재 가능하다. 여섯째, 외국 사례에서 안면부를 치과에 속한 구강악안면외과로 허용하고 있다.

일곱째, 의료법상 치과 의료와 구강보건지도를 치과의사의 임무로 규정하고는 있으나 이것이 핵심적인 진료영역으로서 치과면허대상의 중심이 된다는 뜻일 뿐 안면부가 제외된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13인의 대법관 중 2인 만이 치과의사가 미간 보톡스를 시술할 수 없다는 소수의견을 냈다는 것은 충격이다. 나는 판결을 접하며 내 눈과 귀를 의심했다. 변화하는 시대 흐름을 우리가 예기하지 못했음이다. 또한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이며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한국어의 모호함을 주시해야 한다. '악안면'이란 '안면(顔面)'중의 '악(顎)' 부위만을 의미할 뿐이나 이를 치과의사들은 악(顎)과 안면(顔面)이 더해진 뜻이라고 주장했고, 결과적으로 이것이 통했으니 앞으로도 의료법상 모호한 표현에 대한 세밀한 해석 및 경계가 필요하다.

둘째, 치과의사가 미간에 대한 보톡스를 시술할 수 있는 것이 사회통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객관적인 여론조사 없이 이것이 법원 판결문에 스스럼없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어느 누가 치과의사가 미간 보톡스를 시술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겠는가.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세심한 여론조사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셋째, 향후 다양한 논리의 개발이 필요하다. 찬성 다수의견을 보면 그 논리가 설득력 유무를 떠나 일곱 가지나 나열되고 있다. 더욱 깊게 바라본다면 대법원 판결과 공개변론은 객관적인 논리 이외에 악안면외과의 역사 등 인간의 감성을 건드리는 인문학적인 논리가 개입돼 있다.

향후 어떤 사안에 대해서든 다양한 토론의 기회가 제공돼 의사의 일방적인 외침이 아닌, 일반 국민을 설득시킬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할 수 있는 분위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넷째, 국민건강보다 사회적 편익이 우선됐음을 주시해야 한다. 공개변론에서 의사 측 주장으로, 전신질환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보톡스를 시술해서는 안 되며 시신경마비 및 호흡곤란 삼킴 곤란 등의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밝힘으로써 의료인의 무거운 의무를 강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는 우리 사회가 국민건강보다는 사회편익과 단체의 이익을 중시하는 시선으로 바뀌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대는 변한다. 그러나 국민건강의 존엄성과 의사의 무거운 의무는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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