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약침 '유죄' 판결 파장 일파만파

무허가 약침 '유죄' 판결 파장 일파만파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6.08.1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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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약침학회 허가 받지 않았다" 밝혔음에도 보건복지부 단속 '외면'
부정의약품 받은 한의사 2200명 달해...약침학회, 한의협 회관 10년째 상주

 

▲ 대한약침학회는 서울특별시 강서구 허준로 91(가양동 26-27)에 약침용 의약품 생산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있다. 약침학회 사무실과 생산시설이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대한한의사협회 4층으로 2005년 한의협 회관 완공과 함께 입주, 11년째 약침용 의약품을 생산, 전국 2200여 한의원 및 한방병원에 공급했다.

대한약침학회 유죄판결(2014고합838)로 인한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무허가 생산시설에서 25년 넘게 약침용 의약품을 제조·판매해 왔음에도 이를 관리·감독하지 못한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관계 당국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가 20년 넘게 약침용 의약품 생산의 불법성과 안전성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했음에도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물론 경찰도 손을 놓은 채 외면해 왔다.

지난 2005년 국정감사에서 김정숙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약청장은 "약침 제제에 대해 식약청에 허가 신청된 사례나 안전성·유효성 등의 검토를 수행한 경우는 없다"면서 "한의사가 불특정 다수인이 아닌 특정환자에게 시술할 목적으로 직접 약침제제를 조제·투약하는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되나, 약침제제를 약사법에 의한 허가를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게 사용할 목적으로 제조·판매하는 것은 약사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식약처는 2011년 12월 의협의 질의에 대한 회신에서도 "약침학회가 의약품 제조업 허가나 약침액 등에 대한 품목허가를 신청하지도 않았고, 허가를 내준 사실도 없다"며 약침학회의 의약품 제조가 불법임을 분명히 했다.

당시 약사법은 의약품 제조업 허가와 관련, "의약품 제조를 업(業)으로 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기준에 따라 필요한 시설을 갖추고 총리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가 약침학회의 범죄사실에 대해 적용한 법령은 보건범죄에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보건범죄단속법) 제3조 제1항 제2호와 제2항으로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의약품을 제조한 사람, 그 정황을 알고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한 사람 및 판매를 알선한 사람 또는 진료 목적으로 구입한 사람, 그 정황을 알고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한 사람 및 판매를 알선한 사람 또는 진료 목적으로 구입한 사람 등은 의약품의 가액이 소매가격으로 연간 1000만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제조·위조·변조·취득·판매·판매를 알선하거나 구입한 제품의 소매가격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형사 사건에서는 의약품 제조업 신고를 하지 않고 의약품을 제조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한 구 약사법 제31조 제1항도 적용했다.

검찰이 2015년 10월 21일 KOO 회장에게 징역 3년에 벌금 541억원을 구형한 것도 부정의약품 제조에 대한 보건범죄단속법과 구 약사법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부정식품 및 첨가물, 부정의약품 및 부정유독물의 제조나 무면허 의료행위 등의 범죄에 대해 가중처벌 등을 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보건범죄단속법과 약사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요청을 번번이 무시했다.

오히려 보건복지부는 2007년 유권해석을 통해 "의학단체 등에서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일반의 수요에 응하기 위하여 의약품을 제조·판매하고자 할 경우에는 약사법 제31조제1항의 규정에 따라 제조업허가 및 품목허가를 받아야 한다"면서도 "다만 약사법 부칙 제8조의 규정에 따라 한의사가 자신이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한약 및 한약제제를 직접 조제할 수 있으며, 고비용의 무균실 등 약침조제시설을 개별 한의원별로 갖출 수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약침학회 조제시설을 이용하여 한의사가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약침액을 직접 조제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밝혀 약침학회의 불법 제조에 면죄부를 주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 유권해석을 내린 지 1년여 만인 2008년 6월 2일 "의학단체에서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일반의 수요에 응하기 위해 의약품을 제조·판매하고자 할 경우에는 약사법에 규정에 따라 제조업 허가 및 품목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태도를 바꿨지만, 약침학회에 대해 이렇다 할 제재는 하지 않았다.

당시 KOO 약침학회장은 "공식적인 문서를 통해 약침학회가 불법이라고 밝히면 행정소송 등을 통해 불법 시설이 아니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지만 정부의 태도가 명확하지 않아 대응하려 해도 한계가 있다. 약침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생각은 못하고 원외탕전으로 봉합하려는 것"이라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2008년 9월 5일 요양병원·한방병원·한의원에서 탕전을 하는 경우 의무적으로 탕전실 또는 원외탕전실을 갖추도록 하는'원외탕전실 설치·이용 및 탕전실 공동이용에 관한 지침'을 개정했다.

'원외탕전실'이라는 새로운 제도가 나왔지만, 약침학회는 '한의사 직접조제'를 계속 고수했다.

약침학회가 한의사 직접조제를 고수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건축법이 자리하고 있다. 원외탕전실은 의료기관 부속시설인 까닭에 건축법상 제1종 근린생활시설(요양병원 및 한방병원은 의료시설군)에만 설치할 수 있다.

약침학회가 입주해 있는 서울특별시 강서구 허준로91(가양동 26-27) 대한한의사협회 4층은 제1종 근린생활시설이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원외탕전실 지침을 발표했지만 약침학회는  건축법에 발목이 잡혀 원외탕전실을 개설할 수 없었던 것.

KOO 약침학회장이 재판 과정에서 "약침학회 회원인 한의사들이 학회 시설을 이용해 약침액을 조제함에 있어 학회 회장으로서 직원들로 하여금 회원들의 시설 이용 등을 보조하도록 했을 뿐"이라며 약사법 부칙 제8조(한의사의 경우 자신이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한약 및 한약제제를 직접 조제(調劑)할 수 있다)를 내세워 적법행위를 주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건축법의 원외탕전실 개설 규정과 관련이 있다.

의료계는 국민 보건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의약품을 허가받지 않은 채 학회 사무실에서 15년 넘게 제조·판매해 왔음에도 보건당국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데 문제를 제기했다.

의협은 "국민건강과 직결된 의약품은 매우 철저한 안전성·유효성 검증과정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법과 상식"이라며 "차제에 약침액·한약 등 각종 한약재로 만든 의약품에 대해 반드시 임상시험을 거쳐 품목허가 등을 받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약침용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는 약침학회 시설과 장비.<대한약침학회 홈페이지 자료 사진>.

 

불법 약침 공급받은 한의사 전국적으로 2200명
현재 약침술은 한국표준한의의료행위에 속한 한의 의료행위 시술이면서 비급여 의료행위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관한 기준'을 개정, 약침술 청구코드를 신설하고 '1회당 2000원'으로 가격까지 정했다. 일부 민영보험사는 약침술을 자보 보장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1990년 8월 6일 설립한 대한약침학회는 약침의 불법성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5700명가량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결과 약침학회는 전국적으로 약 2200여명의 한의사들에게 불법으로 생산한 의약품을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2007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약 6년 동안 밝혀낸 약침액 규모는 52종류에 386만 5003cc로 한의사들에게 받은 금액만 270억 2335만원어치에 달한다.

약침학회에서 불법으로 만든 약침액을 공급받은 2200여 한의원의 경우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보건범죄단속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보건범죄단속법과 구 약사법에서는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의약품을 제조한 사람은 물론 그 정황을 알고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한 사람 및 판매를 알선한 사람 또는 진료 목적으로 구입한 사람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2014년 8월 약침학회에서 생산한 약침을 공급받아 환자들에게 주사한 한의사들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한 적이 있다. 당시 검찰은 한의사들의 약사법 위반 사실은 인정되지만 ▲피의자들이 초범인 점 ▲약침학회장이 피의자를 비롯한 한의사들에게 약침사용을 권유한 점 ▲제조업 허가를 받을 책임은 약침학회에 있는 점 등을 참작해 불기소했다.

하지만 검찰의 기소유예 이후 약침학회로부터 약침용 의약품을 구입한 경우에는 처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건당국이 손을 놓고 있을 때 유일하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약침학회에서 만든 약침액을 공급받아 자보 진료비를 청구한 110곳 한방 병의원에 대해 약침술과 관련한 자보 진료수가를 삭감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이들 한방 병의원은 심평원의 삭감 처분이 부당하다며 진료수가 삭감 처분 취소 소송(2015누41212)을 제기했으나 기각당했다.

약침학회의 사단법인을 인가한 미래창조과학부도 체면을 구기긴 마찬가지다.

약침학회는 2015년 6월 1일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사단법인 약침학회로 인가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보건범죄단속법 위반으로 공소를 제기한 것은 2014년 7월 14일로 사단법인 인가를 하기 이전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약침학회의 사단법인 인가와 관련, "한의학계에서 사단법인 설립허가를 신청한 이유는 약침의학의 체계적인 발전을 위한 것"이라며 "치료제제로서의 가능성을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타진하겠다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사단법인 설립인가로 약침이 현대과학 및 현대의학과 융합할 수 있는 연구 발전을 이뤄내 국민 건강을 증진할 것이란 기대가 있고, 전통의학과 과학적 융합으로 각종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조업 허가나 품목 허가를 받지 않아 국정감사에서도 문제가 되고, 검찰이 공소를 제기했음에도 이를 묵과한 채 사단법인 설립을 인가한 셈이 됐다.

약침학회는 2010년 8월 '약이침이 의료봉사단(현 굿닥터스나눔단)'을 출범, 2015년 1월 농림축산식품부를 통해 '농촌재능나눔' 분야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약침학회장이 부정의약품 제조 혐의로 징역형 선고를 받으면서 미래부의 사단법인 인가와 대통령 표창에도 흠결이 생겼다.

▲ 약침학회가 생산하고 있는 약침용 주사제 앰플.

 

약침학회 생산시설 한의협 회관 4층 입주...한의협 입주 연장 불허
대한약침학회가 입주해 있는 주소지는 서울특별시 강서구 허준로 91(가양동 26-27). 다름 아닌 대한한의사협회 4층이다.

약침학회는 정회원 학술단체 자격으로 한의협 회관건립추진위원회 감독위원회와 정식 입주계약을 체결했으며, 2005년 5월 가양동 회관을 신축과 함께 입주, 10년 넘게 한의협 회관 4층을 사용하고 있다.

한의협은 협회 건물을 준공하면서 취득세 등 세금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연구시설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약침학회 입주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침학회는 "사단법인 대한한의사협회, 대한한의학회 정회원 학술단체"임을  표방하고 있다.

약침학회의 불법 약침 제조 판결에 대해 한의협은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약침학회 1심 판결과 관련해 공식 입장이 어떤지 알고 싶다"고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17일 현재까지 아무런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한 한의사는 "이번 판결은 약침 자체가 불법이라는 것이 아니라 제조 과정이 불법이라는 것"이라며 "원외탕전실 이외의 공간에서 제조한 약침의 잘못된 유통과정을 의협이 한약의 문제로 확대해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한의협은 올해 초 회관 4층을 대관해 사용하고 있는 약침학회에 회관사용약정 재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관 사용 재연장을 불허한 이유에 대해 한의협은 <매일일보> 기사를 통해 "약침학회가 2015년 7월 26일 중량장비를 도입하면서 중앙회의 사전승인을 받지 않았다. 회관 정밀안전진단결과 4층의 초기설계 하중을 초과하는 하중 증가로 인해 주요 구조 부재의 결함에 대해 보수 및 보강조치가 필요한 상태"라면서 "특정학회의 편의를 위해 특정학회에 의해 발생한 불필요한 회관 보수에 회관건립기금이 투입되는 것은 안될 일"이라고 밝혔다.

▲ 대한약침학회는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학회 정회원 학술단체임을 표방하고 있다<사진=대한약침학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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