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주최 설명회, 회원 150여명 참석 관심 집중
"건강관리 수준 진찰만 해야 책임소재 피할 수 있어"
새로 바뀐 촉탁의제도 시행이 내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의료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현재 10인 이상 요양시설 2829곳 중 68.7%(1943곳)에 촉탁의가 배치돼 있다. 그러나 요양시설이 촉탁의를 임의로 지정해 월평균 26.5만원에 불과한 활동비용을 지급하고 있어 서비스의 질 저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폐단을 개선하기 위해 오는 9월부터는 요양시설의 촉탁의는 지역의사회가 추천하며, 촉탁의 활동비용은 건보공단이 의사에게 직접 지급한다. 이를 위해 대한의사협회과 시도·시군구의사회는 중앙 및 지역협의체를 운영해 요양시설의 요청에 따라 촉탁의를 추천하고, 촉탁의 교육과 모니터링을 담당한다.
특히 촉탁의 활동비용은 초진료 1만4410원, 재진료 1만300원으로 산정되며, 방문 비용은 시설 방문당 5만3000원으로 책정됐다. 이들 비용은 모두 촉탁의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고, 건보공단은 촉탁의 계좌로 직접 지급한다.
촉탁의 1인당 하루 진료 인원은 50명으로 제한된다. 방문횟수는 요양시설 한 곳당 2회까지다. 한 명의 촉탁의가 여러 요양시설에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 요양시설이 여러 명의 촉탁의를 지정할 수도 있다.
촉탁의 활동은 '진료'가 아닌 건강관리 수준의 '진찰'로 한정된다. 이는 공식적인 규정·기준·지침이 아닌 보건복지부의 권고 사항이다.
보건복지부 이상희 요양보험운영과장은 20일 의협 회관에서 열린 촉탁의 교육 및 설명회에서 "개선된 촉탁의 제도는 지역사회 내에서 의사 역할이 강화되며, 벽·오지 및 소규모 시설의 촉탁의 구인난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며 "시도의사회와 건강보험공단, 요양시설이 공동 책임을 짐으로써 공정성과 객관성,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150여명의 지역의사회 임원과 회원들은 제도 개선의 긍정적인 측면에 기대감을 가지면서도 예상되는 문제점에 우려감을 표했다. 특히 촉탁의 활동의 범위와 책임소재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 참석자는 "진료가 아닌 진찰수준의 활동이라지만, 실제로 요양원에 나가보면 진료가 필요한 어르신들이 상당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응급상황이 발생한 경우 촉탁의 책임과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익강 의협 보험이사는 "진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인근 의료기관으로 전원시키는 것이 원칙"이라며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병원으로 전원하는 것은 시설의 책임하에 이뤄지는 것이며, 촉탁의가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응급상황에 대해선 촉탁의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임 이사는 "촉탁의가 의료행위를 하다 발생한 의료법 위반, 의료과실로 인한 의료분쟁은 촉탁의 책임이지만, 의료행위를 하지 않았을 경우엔 책임이 없다"면서 "예를 들어 엘튜브 교체는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하도록 얘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초진료·재진료를 더 높여야 하며, 촉탁의제도가 자칫 주치의제도로 넘어가 요양시설이 요양병원화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등이 참석자들로부터 나왔다.
이날 교육에는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이 이례적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방 차관은 "지역의사회 추천을 통한 촉탁의 지정, 교육과 활동비 지급 방식 개선 등 촉탁의 제도 전반에 걸쳐 제도 개선 방안이 마련됐다. 특히 촉탁의가 보다 합리적인 비용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도 개선을 위해 오랜 기간 동안 진행된 심도 깊은 논의에 의협이 참여해준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요양시설 어르신들의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촉탁의 제도를 잘 이해하고, 제도 개선의 취지가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면서 "지역의사회가 촉탁의 활동을 통해 어르신을 돌보고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촉탁의 제도 개선'과 '요양시설 원격협진 시범사업' 연계에 대한 의구심은 오해라고 강조했다.
추 회장은 "촉탁의 제도 개선은 2016년 2월 시도의사회 의견수렴, 3월 대한개원의협의회 및 각과개원의협의회 간담회 등을 통해 수렴된 의견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4월 20일과 5월 23일 각각 개최한 장기요양위원회에서 촉탁의 제도개선 방안을 의결하면서 큰 틀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 회장은 "촉탁의 교육·추천·지정 등 일련의 변경된 제도에 대한 대회원 홍보와 준비 등을 위해 다른 단체보다 먼저 촉탁의 교육을 기획하고 이에 대한 참여를 요청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