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대의원회 "강압적 현지조사 즉각 중단"

의협 대의원회 "강압적 현지조사 즉각 중단"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6.09.03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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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대의원총회 열어 정부 재발방지 대책 촉구
사상 첫 의협 감사 불신임...대의원회 규정 개정

▲ 3일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들이 정부의 강압적 현지조사 행태를 중단하라는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대한의사협회 민초 회원의 대표인 대의원들이 회원을 죽음으로 내몬 정부의 강압적 현지조사 행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의협은 3일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최근 보건복지부 현지조사를 받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기도 안산 J비뇨기과원장 사건에 대해 정부를 강력 성토했다.

대의원들은 이날 채택한 성명에서 정부의 강압적 현지조사 후 발생한 회원 자살사건에 대해 의료계는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며 "이는 올바른 청구문화의 정착이 목적인 현지조사제도를 복지부가 함정단속 등 처벌 목적으로 폭압적·위법적으로 운용함으로써 발생한 참사"라고 지적했다.

대의원들은 "강압적 현지조사에 의한 의사의 인권침해 문제는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면서 "행정조사기본법은 행정조사자의 재량권 남용으로 인한 국민기본권 침해를 막기 위해 행정조사의 원칙과 절차를 법에 규정한 것임에도, 법에 명시된 기본적 조사절차 조차 준수하지 않는 위법적 조사관행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더 이상 이 땅에서 불행한 희생자를 막기 위해 정부는 분명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대의원들은 심사기준과 심사위원을 투명히 공개하고 행정조사 기본법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또 미란다 원칙에 위배된 위법적 조사행위를 중단하고, 법률에 없는 재량권 남용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 임수흠 대의원회 의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이날 임총은 보건복지부의 현지실사를 받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기도 안산 J비뇨기과의원장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하고 고인의 명복을 비는 묵념으로 시작했다.

임수흠 대의원회 의장은 "정부 당국이 의사를 범죄인 취급하는 위법적·강압적 조사로 인해 사망한 회원의 고통을 되새기고, 폭력적인 현지조사 개선을 위해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무진 의협 회장도 고인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불합리한 현지조사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임총에선 지난 4월 정기대의원총회 결의에 따라 구성·운영된 의협 회무 재감사를 위한 특별감사 보고서가 재석 대의원 164명 중 찬성 153표, 반대 7표, 기권 1표로 통과됐다.

의협 감사 임기 중 불신임 사태 발생

특히 의협 감사가 직무와 관련해 임기 도중 불신임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임총은 김세헌 의협 감사에 대한 불신임 발의 안건에 대해 표결을 실시한 결과, 재석 대의원 167명 가운데 찬성 106표, 반대 57표, 무효 4표로 가결됐다.

▲ 대의원들이 김세헌 의협 감사 불신임안에 대한 투표를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김 감사에 대한 불신임 발의건은 지난 4월 24일 제68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이동욱 대의원(경기도의사회)이 95명의 대의원 동의를 받아 제출한 감사 불신임안에 대해 당시 대의원회가 법률자문을 거친 후 절차를 진행키로 결의한데 따른 것이다.

이동욱 대의원은 불신임 발의 동의서를 통해 김세헌 감사가 의협 집행부의 회무·회계 감사를 부실하고 졸속·편향되게 실시했으며, 대의원회를 편향된 태도로 감사해 대의원총회의 위상을 실추시킴으로써 협회에 대혼란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김세헌 감사는 표결에 앞서 신상발언 기회를 갖고 "의협 감사보고서는 감사 4인 합의로 작성·보고하는 것임에도 개인적 감정으로 1명의 감사만 특정해 불신임안을 발의했다"며 "집행부의 문제점을 감사보고에서 충분히 적시하지 않은 것이 구체적으로 정관 몇 조를 위반한 것인지 적시하지 않고 있으며,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도 의협의 조직인 만큼 감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임총은 대의원회 운영규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지난 4월 정기 대의원총회는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와 관련된 사항을 '대의원회 운영규정'으로 정하기로 정관이 개정됐으나, 현재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구성과 임무 등 관련 사항이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규정'과 '대의원회 운영규정'에 모두 들어있어 정관과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 김세헌 감사가 불신임안 표결 전 신상 발언을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이에 따라 대의원회 운영규정에 있던 운영위원회 구성, 임기 등 관련조항을 삭제하고, 운영위 관련 사항을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규정'으로 정하기로 명확히 한 것이다. 개정안은 또 KMA Policy 구성 및 운영 관련 조항을 신설했다. 이에 따르면 KMA Policy 특별위원회는 위원장 1인을 포함, 30인 이내로 구성하며, 위원의 임기는 대의원 임기와 동일하되 연임 가능하다.

특위 회의는 의장·위원장이 필요시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소집을 요구한 때에 위원장이 소집토록 했다. 또 서면결의에 붙일 수 없는 사항을 정관과 일치시키고, 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 임기에 대한 경과조치를 신설했다.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일차의료 활성화 기여"

임수흠 대의원회 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치과의사 보톡스 시술, 프락셀 레이저 시술에 대한 대법원의 어이없는 판결, 한의사의 끊임 없는 현대의료기기 사용 시도 등 타 직역의 진료권 침범 시도, 만성질환관리제 수가 시범사업 논란 등 현안이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현재 의료계가 처한 상황을 전했다.

임 의장은 특별감사와 관련해 "이번 특감은 의료계의 중심인 의협이 회무를 집행하고, 의료현안에 대처할 때 보다 현명하게 올바른 의료제도를 수립해나가기를 바라는 대의원들의 뜻이었다"며 "특감을 통해 의협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다짐으로 힘차게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협 집행부의 분발을 주문하기도 했다. 임 의장은 "집행부는 회원의 아픔과 어려움이 함께 하고, 당면 과제를 적극적 선제대응과 치밀한 장단기 전략으로 잘 풀어나가야 한다. 대의원도 회원 민의를 적극 수렴해 적재적소에 조언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집행부가 서로 간, 회원들과 소통이 부족하고 주요 현안 대처에 대응 시기를 놓치며 뒷정리식 소극적인 현안 대처가 계속되면 대의원회도 본연의 업무 중에 하나인 견제의 기능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추무진 의협회장 임총 시작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추무진 의협 회장은 임총 시작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의협의 만성질환관리 수가 시범사업 참여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추 회장은 "일각에서 시범사업이 원격의료로 변질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잘 알고 있다"며 "시범사업에 대해 시도의사회와 산하단체 의견을 수렴했고, 의료정책발전협의체를 통해 시범사업은 대면진료 원칙이 훼손되지 않고 원격의료는 배제한다는 원칙을 공동발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고혈압, 당뇨병 환자를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해 국민 건강증진을 위한 의사들의 역할을 증대하고, 일차의료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과의사의 미용 보톡스 시술, 미용 피부레이저 시술이 합법하다는 대법원의 잇따른 판결에 대해 다시 사과했다. 추 회장은 "연이은 충격적인 결과에 대해 회원 여러분께 백배 사죄드린다"면서 "두 건의 판결은 의사의 고유한 의료영역을 붕괴시키는 것은 물론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의사들도 타 직역의 의료행위를 실행해야 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추 회장은 대한약침학회 회장에게 징역 2년과 집행유예 3년, 벌금 271억원 판결이 내려진데 대해 "의협은 한방의 무허가 불법 의약품의 조제·유통·사용 등을 근절해 나가고, 각종 한약재로 만들어진 의약품에 대해 반드시 임상시험을 거쳐 품목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올해 의원급 의료기관 3.1% 수가 인상,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의료급여 미지급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국회 추경예산 편성 등을 올해 성과로 꼽고, 앞으로 일차의료를 기반으로 하는 의료전달체계 구축, 노인외래정액제 개선 등을 통해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회무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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