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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잊혀진 계절, 잊혀진 질병

청진기 잊혀진 계절, 잊혀진 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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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9.1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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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준 (전문의 소아청소년과)

▲ 최영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 사노피 파스퇴르 메디컬 어드바이저)

15년만에 국내 감염으로 추정되는 콜레라가 뉴스에 등장했다. 콜레라 하면 떠오르는 것은 쌀뜨물 같은 물변이 특징적인 수인성 질병이며 제때 발견해서 수분 공급 등 대증적 치료를 적절히 하면 충분한 감염병이 아니던가.

언론은 긴장된 어조로 계속 기사를 올리지만 의료계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요즘같이 상하수도 시설이 잘돼 있고 콜레라가 무엇인지 널리 알려져 있는 데다 국민 대다수의 의료 접근성이 높은 우리나라는 콜레라의 대유행이 일어나기 어려운 조건이기는 하다.

사회의 물적 인프라가 취약한 곳에서 콜레라가 얼마나 무서운 질병인지는 아이티의 참담한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2010년 대지진을 겪은 아이티에서는 유엔의 구호 인력에 의해 전파된 콜레라의 대유행으로 2013년까지 약 8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사망했다.

마치 존 스노우가 활동했던 19세기 런던에서처럼 환자 몇 명의 오염된 배설물이 정수 시설 없이 식수로 사용하는 수도관으로 흘러 들어 무방비인 아이티 사람들을 감염시킨 것이다.

지진으로 위생 상황이 더욱 악화된 데다 불완전한 의료체계가 더해져 그 피해를 증폭시킨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도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가 잊은 질병이 콜레라뿐인가.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 중 홍역은 아직도 전세계 어린 아이들의 주된 사망 원인이다. 홍역은 오직 인간만을 감염시키는 감염병으로 인구의 95% 이상의 집단면역이 있다면 이론적으로 지구상에서 몰아내는 '박멸'이 가능하다.

지난 2000년대부터 시작된 홍역퇴치사업 덕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에서는 더 이상 홍역이 문제되지 않지만 이는 지구 전체로 보면 일부 지역에서의 '퇴치' 수준에 불과하다.

여전히 높은 전파력과 저소득 국가에서의 낮은 접종률로 인해 아직도 전세계에서 매일 300명의 아이들이 홍역으로 사망하고 있는 것이 끔찍한 현실이다(WHO, 2016).

홍역을 비롯한 소아 감염병이 특히 문제가 되는 건 내전이나 자연 재해로 인해 기초적인 보건 시설과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곳의 아이들이다. 당장 살아남기가 어려운 곳에서 예방이나 관리가 되고 있을 리 만무하다. 홍역뿐 아니라 폐렴구균이나, 로타바이러스도 약한 아이들을 아프게 하고 쓰러뜨리고 있다.

예방 가능한 감염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에 필수 백신과 보건 인프라가 기본 인권이라는 것을 인정 안 하는 것은 아닌지. 잊혀질 만하면 나타나는 신종 또는 재출현 감염병들이 우리의 정신을 번쩍 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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