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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의사에게 김영란법은…
청진기 의사에게 김영란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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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0.0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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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웅 이화의대 교수(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 주웅 이화의대 교수(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지난 9월 28일 각계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던 김영란법, 즉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1년 6 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마침내 시행됐다.

잘못된 관행과 부조리를 없애자는 취지에 공감해 법 시행에 적극 협조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사람은 없겠으나, 명문화돼 있지 않은 부분에 대한 해석과 판례가 아직 공식화 되지 않은 실정이라 의사들 사이에 무심코 행해지는 선의(善意)의 행동들이 자칫 법 위반이 될 수도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김영란법 논란 초기에는, '자기 돈 내고 밥 먹으면 아무 문제 없다' 혹은 '3만원짜리 식사도 최저임금의 다섯 배이다' 등 과거의 과도한 접대문화를 꼬집는 의견들이 주를 이뤘고 이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과 이른바 갑(甲)들의 눈치보기가 속속 가시화 되면서 신속하게 정리가 되는 듯하다.

금품수수 부분이 그렇게 정리되는 반면 이 법의 다른 한 축인 부정청탁은 우리 생활 속에 더 만연해 있고 심지어는 김영란법 예외 규정인 '사회상규'로 여겨질 정도로 자연스러운 것도 있어, 애매한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직군(職群)을 막론하고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배포한 자료에 의하면 김영란법의 약칭은 '청탁금지법'이다. 결국 금품수수도 청탁의 일환이므로 최종적으로는 청탁과 편법에 의해 공정함이 저해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 김영란 전 대법관의 생각이었으리라.

문제는 의사로서 행하는 업무 중에 다른 의사에게 해당 환자의 선처를 구하는 과정, 다시 말해 누군가 '청탁'이라고도 볼 수 있는 행위들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개인 의원의 원장이 (김영란법 적용대상인 대학병원 교수에게) 보낸 환자를 잘 봐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부정청탁에 해당 될까? 환자가 급한 것 같으니 빨리 좀 봐달라고 하는 것이나 친척이 진료 예약했는데 수술 좀 잘 부탁한다고 전화하는 것은 어떨까?

지금까지 배포되고 고지되는 김영란법 Q&A 자료는 하나같이 정확한 답은 주지 않는다. 사례별 판단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유이다. 다만 청탁금지법상 부정청탁의 유형, 청탁금지법의 취지, 대법원 판례 등에 비추어 볼 때, 환자 의뢰 시 정당한 업무행위, 단순한 선처 편의의 부탁, 자신의 권리확보를 위한 부탁 등은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그렇지만 다른 대기 환자가 있음에도 진료 순서나 수술 순서를 변경하는 행위는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 될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청탁자 본인이 환자가 아니므로 제 3자를 위한 부정청탁이 된다. 당연히 관련된 사람 중 '공직자 등'에 해당 되는 사람만이 김영란법 적용대상이 된다.

의사들이 가장 많이 듣기도 하고 다른 의사에게 가장 많이 하기도 하는 말, "잘 부탁 드립니다" 한 마디를 신중하게 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한편, 의사란 모름지기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실은 의사에게 잘 부탁 드린다는 인사가 원래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드라마 닥터스의 일반외과 교수, 홍지홍 교수(김래원 扮)의 오랜 친구이자 정윤도의 삼촌으로 이혼남이지만 매력적이고 다재다능한 인간으로 그려지는 정파란 교수(이선호 扮)는 친구의 수술을 '잘 부탁 드린다'는 유혜정 펠로우(박신혜 扮)의 부정청탁에 씽긋 웃으며 이렇게 응답한다.

"잘 부탁 안해도… 잘 하는데?!"
의사는 원래 모든 환자에게 최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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