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T1 유전자' 돌연변이 확인...폐암 감별 진단법 개발 가능성 제시
가톨릭의대 정연준·이석형·정승현 교수팀, 미국국립과학원회보 발표
우리나라를 비롯해 극동 아시아 지역 여성에게 5배 가량 많이 발생하는 희귀 폐종양인 경화혈관종(Pulmonary sclerosing hemangioma)의 발생 원인이 규명됐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정연준(미생물학교실)·이석형(병리학교실)·정승현(암진화연구센터) 교수팀은 경화혈관종 환자의 종양조직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을 통해 유전체의 변이를 분석한 결과, 폐암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AKT1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폐 경화혈관종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폐에서 생기는 경화혈관종은 폐암과 같이 폐의 상피세포에서 기원하기 때문에 발생기전 또한 같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장 유전체 변이 양상은 알려진 것이 없어 여성 폐암과 유전적으로 감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2015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폐 경화혈관종과 혼돈할 수 있는 폐암은 전체 암 사망의 22.6%를 차지, 암 사망원인 1위다. 폐암 사망률은 2005년 인구 10만명당 28.2명에 비해 2015년 인구 10만명당 34.1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가톨릭의대 교수팀은 폐 경화혈관종 환자 68명(여성 91%)을 분석한 결과, 46.6%의 환자에서 종양유전자인 AKT1 돌연변이를 발견했다. β-catenin 돌연변이도 4.5%였다. 또 AKT1 돌연변이를 보이지 않은 경화혈관종 환자 중 두 명은 ATK1 유전자의 복제수가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교수팀은 폐 경화혈관종를 구성하는 상피세포와 간질세포 중 어떤 세포가 종양세포인지를 규명하기 위해 이들 세포를 각각 분리해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상피세포 및 간질세포 두 세포 모두 AKT1 돌연변이를 갖는 종양세포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교수팀은 경화혈관종 대부분이 AKT1 및 β-catenin 돌연변이 이외 다른 견인변이가 발생하지 않아 AKT1 돌연변이가 경화혈관종 발병의 단일 견인인자임을 규명했다.
이석형 교수는 "폐암은 암 중에서 가장 사망률이 높은 암으로 폐에서 생기는 다른 종양 및 염증성 병변과의 감별진단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특히 여성에서 폐암 발생이 증가한다는 점 또한 폐암과 경화혈관종의 발병기전 감별에 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밝혀낸 사실을 더 검증하고, 생물학적 기능을 연구하면 폐암의 감별 진단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NAS)이 발행하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IF 9.809) 9월 20일자에 실렸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선도연구지원센터인 가톨릭의대 MRC 암진화연구센터의 지원 아래 유전체학·병리학·생물정보학 전문가들의 협업으로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