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준 (전문의 소아청소년과)
세대간의 차이는 비단 사회적 맥락뿐 아니라 건강, 그 중에서도 감염병 분야에서도 늘 존재해 왔다. 특히 예방접종 정책이나 사용되는 백신의 종류에 따라 세대 간에 갖는 집단 면역도의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에 동네 아이들이 한번씩은 홍역이나 수두·볼거리에 걸려 유치원에 못 나오는 일이 있었다.
외모에 신경을 쓰던 이웃집 아이가 홍역에 걸려 열이 펄펄 끓는데도 얼굴의 발진이 흉터로 남을까 걱정하느라 하루 종일 울고 있다는 얘기를 어머니들의 수다 속에서 들었던 것 같다. 이웃집 아이들이 이만큼 걸렸으면 이제 내 차례라고 기다리기도 했다.
그만큼 홍역이나 수두는 30여 년 전의 한국 사회에서는 감기만큼이나 흔한 병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2014년 안젤리나 졸리가 수두에 걸려 영화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기사가 놀라웠다. 아직까지 수두도 걸려보지 않았다니.
수두·홍역·유행성 이하선염 등은 백신으로 예방 가능하며 발생시 전수 보고를 하고, 역학조사를 벌이는 2군 법정 감염병이다. 재미있는 것은 각 세대마다 맞은 백신이 조금씩 달라 이러한 감염병이 발현되는 양상에 일종의 세대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지는 백신주 바이러스인 Rubini 백신을 맞았던 1990년대 후반 출생한 아이들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유행성 이하선염 유행의 주역이 되고 있다. 같은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부터 중고등학교에서 유행성 이하선염 유행이 이어지고 있다.
백신의 충분하지 못한 장기 예방효과로 인해 감염병이 보다 늦은 나이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안전성 이슈로 인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전세포 백일해 백신을 무세포 백신으로 대체한 이래 소아 연령에서 백일해 유행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백신이 충분한 수동면역을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서 영아 백일해가 새로운 문제로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백신을 열심히 접종했어도 그 효과에 따라 감염병의 세대 차이, 즉 코호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백신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그 효과의 크기는 갈수록 크고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질병과 면역수준을 공유하는 전세계의 또래들에게 새삼 동질감을 느낀다.
다 같이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